‘재벌개혁 토론회’ 주최 열띤 토론
대기업에 대한 자발적 변화유도는 한계
개혁입법 등 적극적인 재벌개혁이 절실

[중앙뉴스=박광원 기자]최근 재벌 총수들의 갑질횡포와 황제식 경영, 재벌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분식회계 논란 등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벌개혁의 법적과제’라는 주제로 사)한국부패방지법학회(학회장 신봉기 경북대 교수)와 하계 학술대회를 공동주최했다.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노웅래 위원실)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노웅래 위원실)

이날 학술토론회에는 ▲제1주제로 재벌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법적 분석(전북대 송기춘 교수) ▲제2주제 재벌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와 정경유착(명지대 홍명수 교수), ▲제3주제 재벌 대상 판결의 특징과 한계, 배심제도의 필요성(씨에스 안천식 변호사) 등 3인의 발제자가 주제별로 발제를 했다. 이어서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 박경호 前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 이순자 고려대 교수(한국부패방지법학회 민간기업 분과위원장), 윤효석 박사(국민권익위원회 전문위원), 김차 변호사(한국산업단지공단), 이지은 박사(경희대 법학연구소) 등 학계와 정부의 정책담당자, 전문가 등이 참석해 열띤 주제별 토론과 종합토론을 벌였다.

토론회 주최자인 노웅래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촛불혁명으로 국민이 만든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가운데 출범했다. 이에 부응하고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재벌개혁을 통하여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재벌개혁을 향후 강한 의지를 계속해 밝혀왔다. 국정농단 세력에게 뇌물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일명 ‘봐주기 식 판결”이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고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 삼성 이재용 부회장부터 최근 한진그룹 조양호 총수일가들이 보인 도를 넘은 행태까지 재벌을 향한 국민적 공분은 계속 커지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한계다, 적극적인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갑의 횡포근절, 사회적 약자인 하청·하도급 협력업체 등 ’을‘의 권익보호를 위해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주최자인 사단법인 한국부패방지법학회 신봉기 회장도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재벌이나 기업 중 많은 곳이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저하는 물론이고 선량한 근로자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일도 적지 않다. 오늘 학술대회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재벌개혁”이라는 구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논의된 주장의 ’법적 완결성‘을 위한 것이며, 향후 학회의 중요한 지속과제로 접근하려고 한다. 앞으로 재벌부패 문제의 법적 대응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와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은 공정경제 구축의 한 부분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의 상징이었던 낙수효과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의 성장이 더 이상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배분되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은 결실을 얻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고 독점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하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기반을 훼손하고 있다. 경제적 강자들이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공정한 경쟁이 아닌 경제적 약자를 향한 횡포를 통해 얻는 결실은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완화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갑질근절 모두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전횡방지, 사익편취행위 및 부당내부거래 근절, 편법적 지배력 강화 방지를 위해 법을 더 엄정히 집행하는 것은 물론 어떤 수단과 방법이 개혁에 더욱 효과적이고 합리적일지 끊임없이 고민하여 추진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진정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1주제(재벌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법적분석)을 발제한 송기춘 교수(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재벌문제에 대한 근본적 방법으로 헌법적 구상이 필요하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포함하는 제도권력과 대응하여 재벌은 경제권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언론기관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지배권력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된다. 때문에 재벌문제에 대한 논의는 경제권력에 의하여 왜곡된 민주주의의 회복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영역에서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영역에서의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대표 결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돈의 영향력을 차단하여 국민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과정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제1주제 토론자로 나선 이순자 고려대 연구교수는 “재벌문제에 대한 역대정권의 다양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재벌에 대한 규제는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재벌 규제의 효과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시금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고, 재벌에 대한 규제가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하여도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그 시행과정의 오류들을 극복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한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제2주제(재벌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와 정경유착)를 발제한 홍명수 교수(명지대학교 법과대학)는 “독점규제법상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고,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재벌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재벌 규제에 관한 법적 근거가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으며, 특히 부패행위나 정경유착의 관행은 이러한 실효성을 떨어트리는 현실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재벌과 관련된 부패행위나 정경유착의 관행을 해소하기 위하여 담당 공무원에 대한 다양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관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준사법기관 그리고 경쟁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준사법기관으로서의 특성을 반영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사법부에 준하는 수준의 부패방지 제도가 갖추어져야 하며, 법위반 사건에 대한 조사과정에서는 피규제자인 재벌 등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임의조사」 방식에 「강제조사」의 방식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 공직자가 재벌 등에 편중되어 재취업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하여, 경쟁정책 전문가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소수의 경제주체에게 이들의 활용이 편중될 수밖에 없고, 경쟁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업무 경험을 가진 퇴직 공무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대기업에 의하여 주로 수요되고 있다. 위반 공무원에 대한 개별적 규제에는 한계가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공무원의 전문성을 시장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제2주제 토론자로 나선 윤효석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위원은 “정경유착에 따른 재벌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의 개선도 필요하고, 규제기관의 공무수행 실행력을 담보하는 장치도 필요하지만, 기업내부의 준법경영 통제장치(사외이사, 준법지원인, 외부감사인 등)의 원활한 작동도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준법경영 통제장치로서 사외이사제도와 준법지원인제도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결격사유를 확대하여 이해충돌 방지장치를 강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준법지원인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인과 동일한 수준의 법적 지위(사내이사 또는 집행임원)를 부여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제3주제인 ‘재벌대상 판결의 특징과 한계- 배심제도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한 안천식 법무법인 씨에스 변호사는 ”법원의 재벌관련 판결의 특징은 바로 “봐주기 판결”, “시간 끌어 면죄부 주기 판결”이다. 법관에게 모든 재판권한(사실 확정과 법리적용)을 독점시키는 현 사법제도는 사법 권력자의 재판권 남용행위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러한 구조는 전관예우·관선변론 등 부패구조를 적극 활용할 능력을 가진 권력자와 재벌 등 자본가들의 레이더망의 범위를 벗어날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현재의 사법제도와 관련하여 2가지 질문에 대하여 답해야 한다. 첫째, 법관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둘째, 법관만의 재판독립은 가능한 것인가? 배심제도는 사법 권력을 국민이 직접 견제하고 감시하며 순화시킬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인 수단이자,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최종적으로 실현하는 소중한 장치가 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은 사법절차 참여를 통하여 재판결과에 자발적으로 승복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신뢰는 한층 고양될 것이며, 풀뿌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의 역할도 겸하여 사회통합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제3주제 토론자로 나선 김차 변호사(한국산업단지공단)는 “재벌에 대한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미식 배심제 전면 도입이나 한국형 배심제의 활성화가 논의되고 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피고인의 의사에 의존하고 있는 점, 자백사건도 가능한 점, 국민참여재판으로 하지 않을 수 있는 법원의 광범위한 재량(배제결정)이 인정되는 점, 배심원 평결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등에 근거하여 불완전한 배심제라고 평가되는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직업법관에 비해 무죄판단의 비율이 높은 것이 통계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바, 배심제가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다만, 고비용 재판 문제나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의 측면에서는, 기소인부제도(arraignment)를 도입하고, 무죄를 다투는 합의부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의사를 불문하고 모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주제발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자로 나선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재벌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공정거래법의 개선이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고 현재 그 필요성에 대하여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중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논의 결과 등 재벌개혁 입법 및 정책과제에 대한 논의가 적극 입법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종합토론자인 이지은 박사(경희대학교, 한국부패방지법학회 기획이사)는 “재벌(A chaebol)이라는 단어는 한국어가 뿌리인 영어단어로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포함되어 있는 몇 안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재벌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한국의 대기업문화를 표현하는 특징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벌과 대기업은 같은 의미로 파악되는 경우가 많지만 재벌개혁과 대기업규제는 그 의미를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 종합토론자로 나선 박경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前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는 “지금껏 공직자의 부패방지를 위한 정책 위주로 제도개선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공직부패와 맞물려 있는 민간기업에 대한 부패방지 정책을 펴나갈 시기라고 보여진다. 특히 공직자들로 하여금 사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민간기업들에 대한 관여를 배제시켜 특혜부여를 방지하고, 기업은 스스로 반부패경영시스템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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