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현지 연설과 질의응답, 싱가폴과 아세안의 평화구축을 한반도 대전환 시기에 빗대어 강조

문 대통령이 싱가폴 렉처 연설을 통해 아세안과 한반도 대전환의 상관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이 싱가폴 렉처 연설을 통해 아세안과 한반도 대전환의 상관성을 설득력있게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지 한 달이 지났다. 

인도를 떠나 싱가폴에 다다른 문재인 대통령은 아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북미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곧 아시아의 경제적 번영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협력해달라는 의미였다. 안 그래도 요즘 북미 협상 국면에서 조금씩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복잡한 대타협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고 싱가폴과 아세안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싱가폴 오차드 호텔에서 ‘싱가폴 렉처’ 연설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평화의 길을 열었고 싱가폴은 곧 평화”라고 치켜세웠다. 싱가폴이 아시아의 평화 거버넌스(공동 통치)를 확대해왔던 역사를 부각했고 한반도 대전환과 아시아의 공동 번영이 이와 맥을 같이 한다는 설명을 설득력있게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냉전과 콘프론타시(말레이 연합을 반대한 인도네시아가 1963~1966년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 폭탄테러 자행)로 반목하던 시기 싱가폴은 아세안(ASEAN) 창설을 주도하고 대화를 이끌었다”며 “아세안+3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통해 아세안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유럽, 중남미, 북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세계 6대 대륙들 중에 아시아는 유독 ‘무슬림·불교·기독교·힌두교·도교·유교·공산주의’ 등 여러 종교와 사상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역동적인 아시아가 아세안이라는 국제 기구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역시 아세안의 중심은 싱가폴이라며 듣고 있는 싱가폴 시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아세안에 특사를 파견했고 부산에 아세안 문화원을 건립했고 동남아시아를 방문해서는 신 남방정책을 선언했다”며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이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한반도 주변국들 수준으로 격상시켜 발전하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마침 싱가폴은 2018년 아세안 회의의 의장국이다. 문 대통령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거론했으며 싱가폴과 아세안이 한반도 평화에 더욱 기여줄 것을 당부했다. 

렉처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렉처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구체적으로 “아세안은 2000년 이후 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로서 국제사회와 중요한 소통창구가 돼 줬다. 또한 아세안은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돌아오도록 독려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이전 아세안은 북한과 호혜적인 경제 협력관계를 맺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통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어 아세안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각국 정상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가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합의로 기록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만약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북미가 실무급 대화에서 합의해놓고 어그러진 일이 있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합의하며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최고 결정권자의 신뢰 구축으로 가는 협상이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미 정상이 국제사회 앞에서 합의하고 그에 따라 실무적 협상을 해나가는 톱다운 방식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양 정상이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실무협상에 우여곡절이 있어도 결국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은 ‘핵무기 신고 리스트·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했고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질타하며 선제적 제재 완화를 원하는 모양새였고 이로 인해 갈등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실무 협상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과 어려운 과정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과정을 극복하고 정상 간 합의가 실행되도록 싱가폴을 비롯 아세안과 국제사회가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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