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역, 차관급 감사위원 거쳐 점점 '윗선' 조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7조원대 금융비리와 정관계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의 칼끝이 마침내 금융감독기관 수장 쪽으로까지 향하면서 최고위층을 겨냥하고 있다.

차관급인 은진수(50) 전
감사위원에게 소환 하루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검찰 수사는 감사원, 청와대, 금융감독원 등 의혹이 있는 곳을 향해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잠재적 수사 대상자의 직급도 수장급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30일 은진수 전 위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은씨의 신병처리는 비리의 마무리가 아니라 오히려 금감원 쪽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은씨 변호인이 공개한 범죄혐의
요지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그룹은 지난해 2월 계열 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가 시작되자 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를 통해 은씨에게 접근, "김종창(63)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검사 강도와 제재수준을 완화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은 전 위원은 이에 대한 사례 명목으로 윤씨로부터 2010년 5, 6, 10월 세 차례에 걸쳐서
모두 7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은씨가 평소 김 전 원장과 친분이 있었고 부산저축은행 측 사례금이 지속적으로 전달된 점에
주목, 실제로 김 전 원장에게 검사 완화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씨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3년 윤씨의 변호를 맡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윤씨는 사건에서 승소하고도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으나 2년 뒤 은씨 앞에 다시 나타나 "현재 부산저축은행 일을 보고 있는데 잘 나가고 있으니 고문변호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는 은 전 위원이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서울 강서을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변호사 활동을 하며 부패방지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있을 무렵이었다.

은 전 위원은 2년 전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온 윤씨가 상당히 의리있는
인물이라 생각해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 일을 수락했으며 이후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친형의
취업을 윤씨에게 부탁하고, 윤씨가 한 카지노 감사 자리를 알아봐 주자 둘 사이는 더 돈독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브로커 윤씨가 수년간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일을 맡아하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고위인사들을 부산저축은행 측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추가로 포섭된 인사들이 있는지 찾고 있다.

재경지검 차장출신으로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 일을 하며 금감원과 감사원에
탄원서를 냈던 박종록(59) 변호사도 앞서 윤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등과 관련해 권재진(58)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권 수석은 "3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며 박 변호사의 청탁을 들은 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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