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통수권자’로서 화가 난 문재인 대통령 
‘군 통수권자’로서 화가 난 문재인 대통령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7.1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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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추가 문건 발견시 바로 제출 지시, 송영무 장관의 미온적 대응, 청와대 참모와 송 장관의 알력설, 하태경 의원의 쿠데타 괴담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군통수권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국군이 생성했던 국기 문란 문건들에 대해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문 대통령은 16일 11시 국방부에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확보하는 족족 바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계엄령 검토 문건 속 주요 주체였던 ‘국방부·육군본부·기무사·수도방위사령부·특수전사령부’는 필터링 없이 관련된 모든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시간) 뉴델리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계엄령 문건이 실행까지 준비됐는지 등을 (문 대통령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동원 예정이었던 부대와 병력까지 직접 살피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전했다.

2017년 3월 작성된 기무사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보면 계엄이 발령됐을 때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20사단 소속 1개 여단이 출동하고, 광화문에는 2개 여단과 9공수여단이 동원되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직접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에 확인해서 추정치를 내본 병력 규모는 전자의 경우 탱크 80대·장갑차 200대·무장병력 1800명·특전사 700명이고, 후자는 탱크 40대·장갑차 100대·무장병력 900명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구체적인 병력 계획과 관련된 추가 문건이 기무사 외에서 작성된 것이 있다면 전부 제출받아서 청와대 참모들과 분석한 뒤 정말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란 모의(쿠데타)의 의도와 현실화 가능성이 얼마나 있었는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게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문건들이 제출되면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안보실에서 자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포커스는 지금까지 공개된 두 건의 기무사 문건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문건들의 존재 여부에 맞춰져 있다. 

국정농단 초기인 2016년 11월 생성된 1차 문건과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직전에 생성된 2차 문건 사이 4개월의 틈에 분명 구체적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깊다.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기무사 1, 2차 문건. (자료=이철희 의원실과 군인권센터)

1차 문건 <통수권자의 안위를 위한 군의 역할>에 보면 ‘첩보 수집 강화’ 및 ‘정국 변화 추이를 중점 모니터링’이라는 대목이 있기 때문에 당시 날로 갈수록 촛불 집회 규모가 커졌던 만큼 기무사의 또 다른 대응 계획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2차 문건 10쪽을 보면 ‘본 대비계획을 국방부·육본 등 관련부대(기관)에 제공’, ‘계엄 임무수행군과 임무수행 절차 구체화’라고 적시돼 있는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무사는 탄핵이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더 구체화 된 문건을 안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전익수 독립 수사단장은 이날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문건을 찾는 일은 당시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에 대한 보고 및 지시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송영무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기무사 계엄문건 관련 부대장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9일 인도 일정 중에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듯이 이번에도 사실상 국방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불호령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알려진지 5시간 뒤 16시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관련 부대 지휘관들을 모두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서주석 국방부 차관, 정경두 합참의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이석구 기무사령관, 김정수 수방사령관, 남영신 특수전사령관과 더불어 육군 8·11·20·26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의 사단장, 30사단의 부사단장, 2·5기갑여단과 1·3·7·9·11·13 공수여단의 여단장, 대테러부대인 707특임대대의 대대장도 참석했다. 기무사 문건 속 병력 시나리오에 해당되는 모든 군인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송 장관은 회의에서 “우리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모든 지휘관이 대통령 말씀을 엄중한 명령으로 명심해야 한다. 각 부대 지휘관들에게 2017년 당시의 계엄령 관련 준비·대기·출동명령 등 모든 문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최단시간 내에 제출해줄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군에 매우 엄중한 시기인 만큼 회의는 송 장관의 일방적인 방침 전달로 채워졌고 40분만에 종료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 장관은 분명 3월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의 존재를 보고받았다. 아무리 봐도 송 장관에게 주어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느냐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문건에 대한 법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공개 여부에 대해선 정무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며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6·13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장관의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소위 말해 엠바고(보도시점 유예) 차원으로 문건을 비공개 했더라도 송 장관이 내부적으로 취한 조치 역시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감사원에 간단하게 문건의 문제점을 문의한 것으로 법적 검토를 끝마쳤다고 본 것도 안일했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문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도 적절하지 못 했다. 

송 장관은 현재 4개월 동안 자신의 정무적 대응이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내려지면(수사 결과)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아마 청와대와 송 장관 간의 치열한 교감을 통해 다음주 예상되는 문재인 정부의 개각에서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영무 장관(가운데)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무사 계엄문건 관련 부대장 긴급회의에서 정경두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3일 CBS 노컷뉴스는 이와 관련 기무사 내부의 장군 규모 축소를 추진하던 송 장관과 청와대의 갈등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문건이 공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여권 핵심 관계자 A를 인용했는데. A는 송 장관이 현 9명의 기무사 장군 수를 2명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반려했던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2명으로 장군을 줄이면 기무사 조직의 80%를 축소하는 것이고 비현실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반응이었다. 노컷뉴스의 논조는 분명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방향에 따르지 않는 송 장관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문건에 대한 부실 대응을 질책했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모르게 청와대 참모진과 송 장관과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문 대통령의 문책성 지시에 가만히 있는 송 장관의 반응을 봤을 때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한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 개혁을 위해서라도 쿠데타 모의설을 섣불리 주장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문건을 최초 공개한 군인권센터의 쿠데타 모의설에 반론했는데 그 근거로 2가지를 제시했다.

△기무사 문건에는 지역 담당 부대 이름만 있지 탱크와 장갑차 등 무력 실전 배치 계획은 없음 △군의 ‘개념 계획’을 ‘작전 계획’인 것처럼 과장 

이 맵은 애초 군인권센터가 평시편제 기준을 가정해서 기무사 문건에 나온 부대를 환산해서 만들었다. (자료=군인권센터) 

하 의원은 “개념 계획은 말 그대로 기업으로 비교하면 서류상으로 향후 나아갈 방향을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기초 문건이고 이를 토대로 각 부대와 분과별로 어떻게 움직이고 배치하는 것을 담는 작전 계획이 작성된다”며 기무사 문건은 윗선의 승인을 받지 못 한 개념 계획이 담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가 실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1979년 ‘12.12 쿠데타’를 주도한 전력이 있고, 과거 1989년 3월 ‘청명 계획’에 따라 실제 친위 쿠데타를 성공시키기 위해 반정부 인사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을 사찰했던 것을 보면 이런 기무사의 짓을 두고 침소봉대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법률적으로 계엄령에 대한 개념 계획 수립은 백번 양보해서 합동참모본부 소관이고 군의 문민통제에 따라 기무사가 이런 계획을 작성한 것 자체가 위법이고 월권 소지가 있다. 

군은 민간 정부의 명령에 따르면 족하고 안보 정국에 대한 판단과 계획 수립 문제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비롯 국방부에서 결정했을 때 이를 실행할 의무만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또는 김관진 전 실장과 한민구 전 장관이 이런 계획을 알고 지시를 내렸다면 더더욱 친위 쿠데타임이 틀림없고 그런 윗선의 지시없이 기무사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면 그것도 중대한 위법이다.

하태경 의원은 군인권센터의 쿠데타 모의설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태경 의원은 군인권센터의 쿠데타 모의설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 의원은 쿠데타에 초점이 맞춰지면 이게 만약 아니라고 결론났을 때 기무사가 기세등등 해져서 진짜 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세월호 유족 사찰 등 정치 개입 근절이 개혁의 본질인데 별 근거없이 쿠데타로 괴담을 퍼트리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월호 유족 사찰이나 그동안 보수 정부 9년 동안 기무사가 자행한 정치 개입은 모두 정권 보위 차원이었다. 쿠데타 모의설 역시 최악의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위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보는 차원이기 때문에 이 둘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맞물려 간다. 더구나 임태훈 소장이 구체적으로 추계한 병력 규모는 비록 기무사 문건에 나온 것이 아니더라도 직접 군 부대에 연락을 취해 크로스 체크를 진행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기무사의 쿠데타 모의설을 부정할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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