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 문의에 따른 입법조사처의 답변, 권한없는 위법과 위헌 소지에 대해 법률적으로 조목조목 설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파동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식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기무사 파동의 진행상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독립 수사단이 출범해 수사에 착수했고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청와대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기무사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식으로 몰아갈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군의 ‘개념 계획’ 차원으로 만들어진 문건을 가지고 과하게 몰아붙이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17일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 헌법학자 교수 2명(연세대·건국대)의 자문 결과를 종합해 공식 답변했다. 

입법조사처가 천정배 의원에게 보낸 공식 답변서. (자료=입법조사처)

조사처는 소속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것만 밝히고 익명 처리했지만 공통으로 기무사의 발상이 심각한 월권이자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기무사가 (조사하기 전에) 마치 예하부대와 협의해서 작전 계획을 짠 것처럼 군인권센터가 발표를 한 것은 문제”라고 밝혔는데 조사처 답변의 요지 역시 “내란음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형법 90조1항의) 내란음모에 이를 정도의 합의가 있었는지 또는 내란예비에 상응하는 준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문건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아 그에 의율할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B교수는 기무사가 계엄령까지 고려할만한 당시의 정국 상황(2016년 10월24일~2017년 3월10일)에 대해서 “국정농단 사태에 국민의 정치적 의견 표시행위(집회시위)와 대리인인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 및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행사이자 권한과 절차에 따른 정상적인 대의과정이자 사법절차의 작동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입장에 따른 시민들 간의 의견 대립과 충돌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결과라 할 것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일련의 폭력사태 등 질서의 혼란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정상적인 절차(경찰력에 의한 치안유지)에 따라 해소돼야 하는 것이지 위수령이나 계엄선포 등 국가안전보장 및 국토방위 목적의 군사력을 동원해 해소하거나 사전에 막아야 하는 법적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대목이 핵심이다. 즉 기무사가 계엄령 발동을 염두에 둔 상황 자체에 대한 인식 속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전두환 민간인 학살 심판 국민행동 회원들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촛불집회 당시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에 대해 기무사 해체와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헌법 77조 1항을 보면 “전시와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계엄 선포 요건이다. 

기무사 문건에 ‘대규모 시위발생 →전국 확산 →일부 폭력사태로 사상자 발생’ 흐름으로 당시 상황을 예측했는데 A교수는 “심각한 사회혼란 조성이라는 실질적 위험을 단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사태가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해 군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렸는데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하고 있는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은 물론 절차적 조직법적 요건조차도 준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그 내용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밝혔다.

A교수가 봤을 때 기무사의 상황 인식은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동등하게 상정한 것 자체부터 몰상식했다.

A교수는 “촛불집회는 18차 연인원 1540만여명으로 추산했고 태극기 집회는 15차 연인원 1280만여명으로 추산하면서 마치 당시의 국면이 탄핵 요구와 탄핵 반대가 대등한 세력으로 대척하고 있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기무사는 두 집회에 대해) 새로운 사실관계를 구성해서 이에 기반해 또 다른 행동(위수령과 계엄령)으로 나아가기에 유리한 환경을 창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계획성과 의도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기무사의 법률적 권한인 첩보행위는 ‘군 관련 첩보’에 한정되고 그것은 대정부전복·대테러·대간첩작전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기무사는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진입 점거 시도 →화염병 투척 등 과격 양상 심화 →유언비어 난무 →집회시위의 전국 확산 →방화 무기탈취 시도 등 심각한 치안불안 야기’라고 문건에 적시했는데 A교수는 이런 자의적인 예측치도 말이 안 되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목적·의도·계획적 행위인 대정부 전복을 도모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교수는 국정농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정치적 흐름들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라고 봤고 거기서 사소한 충돌은 군의 발동 없이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기무사의 예측치는 황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A교수는 그런 예측치의 상황조차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기무사의 첩보 대상도 아니라고 봤다. 

특히 “(자의적 판단에 따른 그런) 첩보를 수집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경찰이나 국정원 등 권한있는 다른 기관에 이첩해야 한다. 결코 첩보를 가공하거나 혹은 그 첩보를 분석 처리하고 일정한 전망까지 생산하는 정보활동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며 기무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민간사찰 의혹을 파헤칠 특별수사단이 기무사 실무급 요원 소환 계획을 밝힌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 별관 앞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A교수는 촛불집회가 계엄 선포 요건의 상황으로 가려면 “대규모 시위대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무장 폭동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며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하다고 한 것은 군의 투입을 필연화하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고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사회혼란과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한 상황의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A교수는 기무사가 “업무영역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그러한 활동에 나섰다는 점 및 그 첩보내용까지 적극적으로 조작해 사회질서의 교란상태를 상상적으로 구성한 다음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문건을 기획하고 작성했다.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아무런 법령상의 근거도 없이 행한 권한없는 행위로 위법할 뿐 아니라 그 의도성과 계획성에 있어 국법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합동참모본부직제 2조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기무사는 과거 두 번의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육군사관학교 그룹을 위시해서인지 당시 3사관학교 출신 이순진 합참의장과 합참 자체를 철저히 배제했다. 

국군조직법을 비롯 법률상 계엄령 발령의 절차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장관 →국방부 차관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합참’의 지휘계통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고 기무사는 직제상 여기서 제외돼 있다. 

그럼에도 문건에는 “계엄선포 필요시 국무총리 보고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아 선포”한다는 구절이 있는데 지휘계통의 역순으로 기무사를 비롯 군이 먼저 기획해서 대통령 재가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계엄의 실행은 합참 소관이지만 계엄 선포에 대한 판단 주체는 엄연히 대통령과 국무회의다.

A교수는 “기무사가 공식적인 지휘계통 바깥에서 계엄의 실시를 기획하고 그 액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감시와 견제 가능성 자체를 회피하거나 우회하기 위한 편법의 성격이 농후하다. 공권력 행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가능성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해악성은 결코 적지 않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계엄 요건의 충족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기무사 문건은 그 요건 판단의 주체적 기능을 국방부 비상대책회의가 하도록 했고 그 구성이나 기능 조직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계엄 선포와 관련 사항의 결정권을 정부나 내각이 아니라 비상대책회의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군이 장악하도록 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군이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가 저변에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무사의 이런 구상 자체가 헌법 5조 ‘군의 정치적 중립’과 86조 3항 ‘내각 통치권자와 군의 분리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 령부 계엄령 문건 관련 긴급회의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한 기무사는 계엄령 발동을 위한 전단계로 위수령이 현실화 되면 국회에서 위수령무효화 법률안이 제출될 것이라는 상황까지 예측했고 이럴 때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기술했다. 

이에 대해 A교수는 “(대통령 거부권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기무사와 같은 하위단위의 군 기구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위수령 발동 및 그 관련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제안하는 것은 위수령 체제의 지속을 억지로 강행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기무사라는 군사조직이 위수령에 관한 국회의 판단을 부정하고 질서유지의 필요성에 대한 기무사의 내부적 평가 및 판단을 우선하는 방법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고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의무(헌법 5조 2항)를 위반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평가했다.

한편, 하 의원은 <뉴스공장>에서 “쟁점 중 하나가 기무사가 이걸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기무사는 계엄 때 합수부(합동수사본부)를 맡는다. 그리고 그전에 기무사는 국가 안위를 항상 고민하는 기구라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기무사가 군 내에서 정무적으로 포괄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그렇게 보기 때문에 그런 문건을 작성할 수 있다고 보는 하 의원과 같은 주장이 있으나 이와 관련 B교수는 “(계엄 관련 계획에 대한 실무 그룹은) 대통령령 28737호에 근거한 국방부 소속 군사보좌관·장관정책보좌관·기획조정실장·법무관리관”이라며 기무사의 월권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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