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행담도에서
오 연 주
행담도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무심히 바라 보다가
구름들이 흘러가는 길을
잃어 버렸다
길을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달려온 모든 길들이
어지렵기만 해서
늘 그 길에서 쓰러지는
오늘과 내일이 두렵다
가던 길을 버리고
비를 거슬러 오르는
커피 향을 느끼며
어느 숲에서
커피향이 쏟아지는 가을을 본다
나의 가을을 본다
바라본다는 것은
물드는 것인가
가을 행담도에 비가 오면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있다
오 연 주
추사 김정희 선생 시 낭송가
당선소감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삶 속에 늘 목마름으로 나를 두리번거리게 했다.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읽고 목을 축이는 기분이었지만 허전함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지역의 문학단체를 찾아 기웃거려 보면서 삶을 촉촉이 적셔줄 그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했다.
습작이라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덩어리를 마구 뭉개놓고 보면 초라하기만 했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 고 시를 써왔는데, 오늘 당선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마음속에 고여있던 큰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하찮은 작품을 읽어 주시고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등을 두드려준 선배 시인님들에게 마음 가득 감사를 드리면서 더욱 정진하여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각오가 못처럼 박혀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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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지 기자
shj63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