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직격탄 맞은 편의점주가 어려운 이유, 일본의 사례와 비교, 남는 게 없는 현실, 을이 아닌 갑을 위해 행동, 국가의 정책적 조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소한 가맹본사와 건물주는 우리가 동의하고 사인을 그렇게 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우리가 동의하고 사인한 적이 없다. 이렇게 많은 인상률을 우리가 동의한 적이 없다.”

계상혁 회장(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은 1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보호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공정한 근로 계약이 가능할까.

당장 월세, 생활비, 대학 등록금 때문에 알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청년들이 편의점주와 정상적인 근로 계약은 커녕 계약서 조차 안 쓰는 사례가 태반이다. 법적으로 정해진 주휴 수당은 먼나라 이야기이고 야간 및 휴일 수당을 못 받을 때도 많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협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상혁 회장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구나 편의점 체인 본사가 갑이고 편의점주가 을이라면 알바생은 병인데 을이 병에게 최소한의 생존조건도 못 마련해주겠다고 해버리면 마찬가지로 갑에게 요구할 명분이 없어진다. 

물론 계 회장은 “지불 능력을 고려해서 (정부가 인상 속도를 조절) 해달라는 건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놓고 그 후에 대책을 만드니까 항상 땜질 같은 방식이 나오는 것이다. 원래 최저임금을 올릴 거였으면 미리 지불 능력이 있는지 검토를 해서 지불 능력이 없다면 대책을 만들어 놓고 최저임금을 올렸다면 저희가 이렇게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맞는 말이다. 

소위 편의점 3대 적폐(프랜차이즈 로열티·임대료·카드 수수료)를 해소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은 근본적으로 입법 사항이다. 국회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비협조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최대한 그런 측면에서 진전을 이뤄놓고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필요도 있었다.  

편의점은 24시간 장사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쓸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요식업 프랜차이즈 보다도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점주들의 지불능력은 결국 3대 적폐를 해결해야 향상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알바생의 임금을 덜 주는 방식 말고는 당장 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고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이지만 사실 일본·미국·중국과 함께 선진국형 양극화 구조에 빠져있고 유럽 복지국가에 비해 복지 체계도 매우 허술하다. 한국은 뜨거운 교육열과 취업경쟁,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 속에 고용 불안이 만성화됐는데 은퇴 이후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노후 복지도 부족하다. 

결국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창업하게 되는데 특별한 수완과 아이디어가 없어도 프랜차이즈의 창업 매뉴얼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장 지배적으로 퍼진 프랜차이즈 업종이 편의점과 치킨집이라서 단순히 개개인의 자발적 선택만으로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편의점 산업의 원조격인 일본은 어떨까.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연미 경제 평론가는 19일 <뉴스공장>에서 “일본 (편의점업은) 점포당 연간 2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우리가 5억원 정도 매출이 나온다”고 밝혔다.

박연미 경제 평론가는 결국 큰 손의 구조적 작용을 정책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bs)

사실 일본은 한국보다 모든 면에서 경제 규모가 크다. 면적은 3.7배(37만7915㎢), 인구는 2.2배(1억2718만5000명), GDP 국내총생산은 4배(5조1670억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한국의 편의점 숫자(7만여개)는 일본(5만7000여개)보다 많다. 

박 평론가는 “(양국의) 시장 규모 대비 한국이 굉장히 과밀하다. 점포 하나당 커버하는 상권은 한국이 1200명이고 일본의 경우는 2300명 정도 된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저렴하지만 와닿는 표현으로 말하면 깔고 가는 손님 자체가 일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한국은 편의점 왕국이 됐을까.

한국 편의점 빅5(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가맹본부는 경기가 불황이라 매출이 줄어들어도 출점이 늘어나면 선이자를 떼가기 때문에 “(출점량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일 <뉴스공장>에서 “본사는 논두렁에 편의점을 내도 매출의 35%를 무조건 가져가니까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한국 편의점 시장 규모는 22조4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15년에 전년 대비 24%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전국 팔도의 동네가 편의점들로 가득 차게 됐다. 2016년부터 2년 연속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2017년 2월부터는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더구나 유통 재벌 이마트·신세계가 2017년 7월 ‘이마트24’를 론칭하고 공격적으로 편의점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라 더욱 치열해졌다. 그야말로 레드오션(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인데. 출혈 경쟁의 후유증으로 점주들은 죽어나고 있지만 본사는 끄떡없다.

그나마 2012년 동일 브랜드 편의점에 한해서 250m 출점 제한 규정이 마련됐는데 2년 후 박근혜 정부 때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풀어버렸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박 평론가에게 “사실 그나마 이게 있을 때는 사정이 좀 나았는데 이것도 타사 브랜드끼리는 출점 거리 제한이 없었다. 동일 브랜드 안에서 250m 출점 제한을 지켜도 그 사이 우리 집 바로 옆에 혹은 건물 1·2층에 타사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오면 막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공정위는 이런 (불공정 출혈 경쟁) 결정들을 막아줘야 되는 건데 공정위의 이름으로 거리 제한을 폐지했고 그때부터 최근 1~2년 사이에 수익이 확 나빠지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캡처사진=tbs)
김어준 총수는 요즘 지속적으로 <뉴스공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편의점 업계의 본질적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캡처사진=tbs)

너무 경쟁이 치열해 장사가 안 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만 임대료도 골칫거리다. 

박 평론가는 “사실 가맹본부는 뭔가 한다. 그래도 뭔가를 하고 돈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건물주는 그냥 자고 일어나면 돈이 들어와 있는 거다. 이런 구조가 정당한지 여기에 대한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된 것에 관련 단체들의 입장이 나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어찌됐든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편의점주들도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대응했을까.

박 평론가는 “일본 편의점주들이 단체 행동을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가맹본부와 우리 사이 계약이 공정한가 거기로 화살을 돌렸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가맹본부들이 이제 지나치게 가져가지 않겠다”라며 병의 위치에 있는 알바생들의 임금을 건드리기 보다는 본사로부터 해결책을 구하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당국은 본사와 점주들 간의 계약 관계가 “회사와 종업원의 관계와 비슷하다”며 노동조합과 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렇게 일본 편의점 빅3(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는 각각 구체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편의점주들이 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연간 당신이 가져가는 돈 그러니까 매출 말고 순수익이 적어도 2억원은 되도록 보장하겠다는 그런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건 편의점주들의 화살이 알바생이 아닌 본사를 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실업률 2.4%로 사실상 완전 고용시대가 된 만큼 일본의 경기는 상승세이고 더 이상 편의점주로의 유입 요인이 약화됐고 반대로 이탈 요인이 커진 것인데 빅3는 이를 막기 위해 수익 보장의 ‘샐러리 캡’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일본의 가맹 계약은 무작정 출점 허가를 내주는 식이 아니고 상당히 까다롭다.  

박 평론가는 “일본은 점포를 내는 과정 자체가 우리처럼 간단하지 않다. 내가 내 돈 주고 가서 점포 하나 내달라는 데도 조건이 까다롭다. 일단 당신을 포함해서 당신 배우자든 몇 촌 이내 직계가족 중에 여기에 전념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두 명은 있어야 된다. 그러니까 인건비 부담 때문에 초기에 나가떨어질 수 있느냐. 그걸 스스로 한 번 돌아보라는 얘기다. 창업 비용도 사실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기간은 (보통) 15년 계약이다. 15년 동안 최소 수익을 보장하면 점주만큼 가맹본부도 머리 싸매고 고민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편의점 빅5를 비롯 토탈 9개의 체인. (로고=각 홈페이지)

반면 한국의 가맹본부는 “잡은 고기에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출점 초기 6개월 동안 본부가 수익 보전을 해준다. 

즉 “(점주들이 창업 초기 과당 경쟁으로 망설이면 본부가 시장이) 포화상태와 같아도 6개월 동안 수익을 보전해준다. 물건의 원가를 낮춰 주거나 본사에서 반 년 동안만 직원을 파견해 줄 수 있다”는 건데 “6개월 지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없다.  

김 총수는 “본부가 사는 길이 곧 점주들이 사는 길이 되고 점주가 사는 길은 곧 본부가 사는 길이 돼야 하는 건데 한국 편의점의 구조는 점주들은 죽어도 된다. 야박하게 말하면”이라고 말했고 박 평론가는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면 되니까”라고 호응했다. 

한국에도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있고 노동 3권 중 파업권 즉 단체행동권 외에 ‘가맹 2권(단체결성권과 단체교섭권)’이 보장돼 있다. 얼마든지 힘을 합해 슈퍼 갑인 본부에 요구할 수 있지만 현실 속에서 원자화된 점주들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한국 편의점주의 순수익을 종합해보면 보통 1년에 6억원 한 달에 5500만원을 버는데 여기서 각종 빠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먼저 5500만원 중 본사의 물품 공급비용을 떼면 평균 1500만원이 남는데 △로열티 평균 30% 500만원 △임대료 200~300만원 △신용카드 수수료 100만원 △인건비 400만원을 모두 제하면 300만원 가량 순수익이 되는 것이다.

보통 가족 경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개인별로 주어지는 돈은 결국 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 펼쳐진다.

12일 오전 GS리테일 본사 앞에서 '정치하는 편의점 알바 모임'이 편의점 노동권 보장을 위한 10대 상생안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들은 다른 편의점 업체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을 이어갈 계획이다
4월12일 GS리테일 본사 앞에서 '정치하는 편의점 알바 모임'이 편의점 노동권 보장을 위한 10대 상생안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가적 경제 구조 변화에 따라 일본 빅3도 뭔가 혁신을 꾀해야 할텐데 단순히 점주들의 고혈을 짜내는 방식으로 경영하지 않았다. 예컨대 점증하는 노인 인구(3500만명)를 위한 맞춤형 트럭 즉 이동식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점주들의 야간 시간대를 보충해줄 자동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매출이 적은 야간에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인증된 소비자만이 매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해놓고 손님이 직접 어플로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 계산한다. 향후 모든 상품에 전자 태그를 부착해 들고 매장을 나가기만 하면 알아서 계산되도록 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편의점과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 박 평론가는 “정책적으로 구조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는 어렵다. 그러니까 편의점주들이 개별적으로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큰 손들 즉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이 큰 손들의 작용을 구조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큰 손들이) 지대 추구든 이해 추구든 뭐든지 어지간히 해야 된다. 적정선 없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 굉장히 호되게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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