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재명 지사 조폭 연루설 보도, 성남 폭력조직과의 부당한 유착 의혹, 이 지사는 조폭을 기억하지 못 한 걸까 정말 몰랐을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저는 활용당한 정치인인 거죠. (조폭들한테요?) 네. 그렇게 보시는 게 맞지 않나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아니고 바른미래당도 아니다. jtbc <뉴스룸>과 함께 가장 신뢰받는 보도 프로그램으로 26년 동안 공신력을 쌓아온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서 철저히 합리적 의심에 기초해서 의혹을 파고들었다.

그알은 21일 25세 청년 임동준씨의 살인 용의자 김형진씨에 대한 검찰의 비호 의혹을 파헤쳤고 그 과정에서 김씨가 경기도 성남의 조직폭력배 소속이고 이 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구단주였던 성남 FC에 기부했던 코마트레이드. (캡처사진=SBS) 

시작은 한 청년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2015년 11월19일 태국 파타야에서 20시50분경 임씨는 김씨와 윤씨에 의해 살해됐다.

태국 법원은 사실상 김씨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한국 검찰은 그 살인 혐의만 빼고 온갖 자질구레한 것(공동감금·공동강요·공동폭행·도박공간개설·점유이탈물횡령·주거침입)으로 기소했다. 더불어 검찰은 살인 혐의에 대해 공범인 윤씨가 태국에 있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를 했지만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익명의 제보자는 김씨가 한국 검찰과 이미 내통하고 있다는 증언을 했다. 

실제 김씨는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고 베트남에서 도피 중임에도 한인 식당을 운영하고 재판에 유리한 증거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등 뒷배경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행적을 보였다.  

알고보니 김씨는 2003년부터 성남 최대 조폭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 활동했고 전과가 무려 14범이었다. 마피아파는 건설현장 이권계약, 집단폭행, 공갈협박, 성인게임장 운영, 상인 갈취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악랄한 조폭 중의 조폭이었다. 

마피아파에서 10년간 헌신했다고 판단한 김씨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 마피아파의 중간두목 이씨는 중국 최대 IT 기업 ‘샤오미’의 국내 총판매를 맡은 ‘코마트레이드’의 젊은 사업가로 활동했다. 

코마트레이드 대표였던 이씨는 국제마피아파 출신이다. (캡처사진=SBS)

폭력배는 어떻게 번듯한 사업가로 포장됐을까. 

이씨는 KTM(코리아 타이 마피아)이라는 회사 대표였는데 KTM은 태국에서 불법 토토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서 큰 돈을 벌었다. 이씨는 돈을 벌었으니 양지로 나오기로 맘을 먹은 뒤 도박 사이트 운영권을 김씨에게 넘겨준다.

이씨와 김씨는 뗄려야 뗄 수 없이 가까운 사이인 것이다. 임씨가 살해된 것도 이때였는데 김씨가 웹 프로그래머였던 임씨를 불법 사이트 코딩 작업에 동원하기 위해 사실상 강제로 착취했고 이 과정에서 살인이 벌어졌다. 

그렇게 검은 돈으로 세워진 코마트레이드에는 출근도 안 하고 월급을 받는 몇몇 인사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전현직 형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 그리고 마피아파의 가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2월10일 이씨를 구속했다.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외환관리법, 임금체벌, 조세포탈, 보복폭행, 뇌물공여 등의 혐의였는데 함께 구속된 인물 중에 이씨로부터 3700만원을 받아 챙긴 현직 성남 수정경찰서의 경찰도 있었다. 

전직 마피아파 조직원은 “사실 저희 조직원들은 구속된 경험이 별로 없다. 하도 경찰들이랑 잘 지내서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성남 경찰들과) 맨날 같이 돈 나눠쓰고 여행다니고 너무 잘 지내서. 나도 3년 동안 수배자였는데 경기남부 경찰청에 들어가서 잘 놀고 그랬다. 수배자인데. 같이 놀고 용돈드리고 맨날 술 먹으러 다니고 시계를 사줬다”고 증언했다.

구속된 이씨는 각종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캡처사진=SBS)

마피아파와 성남 경찰의 커넥션이 이렇게 심각했는데 밤거리에서 조폭들의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단순 사고로 처리하는 수준이었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렇게 성남에서 세력이 막강한 마피아파가 비단 경찰에만 손을 뻗쳤을까. 검찰과 경찰을 넘어 성남 연고의 정치권에 줄을 대지 않았을까. 

코마트레이드는 최씨를 시켜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접근했다. 정확하게는 이씨가 자기 아랫사람인 본부장 B씨를 통해 은 시장에게 접근시켰다. 

최씨는 은 시장의 운전기사로 2016년 6월~2017년 6월까지 일했고 차량, 월급, 기름값 등 모두 코마트레이드에서 지급했다. 최씨는 2016년 12월부터 월급이 나오지 않아 일을 관뒀고 불법 고용 문제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자 지난 지방선거 정국에서 이 사실을 폭로했다.

은 시장은 자원봉사자인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코마트레이드쪽 인사들은 은 시장의 2016년 총선 선거캠프에서 직책을 맡았고, 선거운동을 돕고,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조폭이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은 시장은 그들의 정체를 몰랐던 피해자였을까. B씨는 이씨와 공범으로 구속된 인사가 은 시장 캠프에서 청년위원장을 맡은 인물의 동생이었는데 (은 시장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늬앙스로 진술했다.

이 지사는 2007년 코마트레이드 조직원들을 변호했다. (캡처사진=SBS)

이제 이 지사가 등장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코마트레이드와 종종 컨택한 적이 있었다.

△(2015년 10월22일) 코마트레이드와 성남시가 복지시설 환경개선 업무협약 체결
△(2016년 1월11일) 코마트레이드와 성남FC 후원협약 체결 
△(2016년 10월10일) 코마트레이드 성남시 중소기업인 대상 장려상 수상

특히 코마트레이드는 중소기업인 대상 수상 자격(3년 이상 성남시에 사무실과 공장이 존재)이 전혀 없음에도 상을 탔고 이 시장이 챙겨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수상 기업은 3년간 세무조사가 면제되고 해외판로개척 지원 혜택이 주어지는데 당시 코마트레이드는 법인 등기기록 조차 찾을 수 없었고 회계사의 감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형편없는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였다.

이씨가 2018년 4월 구속기소되자 지방선거 정국과 맞물려 이 지사에게 불똥이 튀었고 당시 캠프에서는 이씨가 조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 했고 알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포인트는 이런 거다. 

이 지사가 성남을 기반으로 정관계에 커넥션을 구축하려 한 마피아파의 접근에 이용당한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알고도 상호 이익을 공유한 것인지 그 여부다.   

그런데 2007년 마피아파 조직원들이 ‘범죄단체 구성, 납치, 감금, 흉기상해, 갈취, 이권개입, 반대파 집단폭행’ 등의 혐의로 대거 검거됐고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때 변호인단에 이 지사의 이름이 있었다. 

당시 이씨도 재판을 받고 있었고 이 지사가 몰랐을 리가 없다고 보여진다. 추론컨대 이때부터 인연이 됐고 이 지사의 선거운동에 도움을 주는 등 여러 가지로 협력했으며 성남시장 시절 실제 공식적으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지사는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의 부모가 조폭이 아닌데 억울하게 붙잡혔다는 사정을 해서 사건을 수임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법률적으로 연쇄살인마에게도 변호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건 수임 자체는 아무 논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때 마피아파 인사들과 처음 접했고 8년이 지났어도 이씨가 누구인지 알았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2015년~2016년 성남시장으로서 왜 범죄 집단과 업무협약을 맺도록 하고 혜택을 주느냐 하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캡처사진=SBS)
관련 혐의를 부인한 이 지사. (캡처사진=SBS)

이 지사가 2007년 변호사로서 변호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끔찍한 전과가 있었다. 성남 지역에서 그때의 조폭 소탕 사건은 상당히 큰 사건이라 변호인으로 참여하면서 본 피고인을 8년 후에 기억하지 못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지사는 “만약 그들이 조폭이거나 부도덕한 사람인 걸 알았다면 결코 사진을 찍는다든지 근처에 오지 못 하게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무리봐도 석연치 않다. 

더구나 마피아파 조직원 출신 C씨는 사설경호단체에서 활동했는데 이 단체는 성남시로부터 2011년에 429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지사는 거듭 조폭들에게 이권을 주거나 범죄 행위를 용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SBS PD와의 통화에서 윗선에 연락했다는 점을 먼저 거론했다. (캡처사진=SBS)

그렇다면 왜 그알의 취재에 당당히 임하지 않고 SBS 윗선에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일까. 방송을 보면 이 지사는 SBS PD와 통화하며 원래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윗선에 사실상 방송을 막아달라거나 주요 사실을 빼달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 나온다. 

선거는 그야말로 전쟁이기 때문에 돈과 인맥을 갖고 있는 토착형 조폭의 도움이 정치인에게 달콤해보일 정황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과연 이 지사가 몰랐는데 당했을 뿐인 건지 그걸 알고도 활용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형수 욕설, 김부선 스캔들, 조폭 연루설까지 이 지사가 과연 이번 논란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라며 그알의 보도에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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