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택용에만 누진제를…시민들 불만 폭발
청와대 홈피 누진제 폐지…3백건 이상 올라와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너무 부린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없어도 피부로 민감하게 느껴지는 강력한 폭염이다. 밤에도 연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에어컨 사용에 자유롭지 못 하다.  밤새 깜박 잊고 켜놓은 에어컨에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두려운 마음을 떨치지도 못한다.

주택용에 적용하는 누진세 때문이다. 이에 시민들은 한전의 전기요금체계가 잘 못된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한다.

홍제동 H 씨는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요즘 더위에 전기요금 무서워 에어컨은 장식품이고 종일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다.”며 “솔직히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산업용인데 그쪽이 가장 낮은 요금을 적용받고 대신 우리는 누진세까지 내가며 산업용 전기료를 대신 납부하고 있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다.

왜 주택용에만 누진제를…시민들 불만 폭발

시민들이 이 같은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전기 사용용도에 따라 요금 단가를 적용하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체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현행제도에 따르면 먼저 크게 3가지로 전체 전력 사용량의 55%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과 전체사용량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일반용. 20% 안팎의 가장 낮은 용량을 사용하는 주택용이다.

이중 주택용에만  특별히 누진제를 실시한다. 누진제는 사용량에 따라 3단계로 나눠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에 모두 적용되며, 사용량이 많아지면 누진요금이 부과되는 구조다. 

(사진=신현지 기자)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옷가게. (사진=신현지 기자)

즉, 주택용의 요금체계는 0~200kWh가 93.3원, 201~400kWh는 187.9원, 400kwh사용 시 1600원, 400kwh 초과 시 7300원이 추가된다. 

반면 일반가게에서 사용하는 일반용전기는 1kwh당 105.7원으로 계산되며 기본요금은 계약전력 (일반적으로 4kwh)×6160원으로 산정된다. 물론 누진제는 시행하지 않는다.

아예 산업용은 수출경제력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생산요소라는 이유로 가장 낮은 요금체계를 시행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4300억원 포스코 4160억원 등 지난 3년간 20대 대기업의 전기요금 혜택이 3조 5천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한전의 원가손실액이 7239억4900만원에 달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 같은 문제에 대다수의 시민들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업용 전기요금에 엄청난 전기요금의 혜택까지 받고 있는 대기업의 전기요금의 손실을 한전은 주택용에서 만회하려는 꼼수로 누진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누진제 폐지 청원…3백건 이상 올라와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가정용 전기 누진제 폐지를 청원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400여 건 이상 올라왔다. 

이날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누진제 조정 청원'에서 “산업용보다 2배 이상 비싼 요금체계를 지닌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까지 적용됐다”며 “폭염이 계속될수록 8~9월에 요금폭탄 고지서가 청구될 걱정이 많아져 더위와 함께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호소했다.

또한 “가난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고 서민 생활의 고통을 가중하는 제도임을 인식하고 이제라도 바로 잡아주시길 청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본지를 만난 B 씨도 “‘가정용 전기 누진제 폐지’에 적극 동참한다.” 며“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한 여름 전력수급조절 운운하며 일반시민들에게 에어컨 사용도 자제하게 하면서 길거리 상가마다 개방 문에 전기가 줄줄 새어나가는 것은 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정말 정부가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차원이라면 전기사용 전체 비율이 20%도 되지 않고 14%에서 16%를 오가는 주택용에 누진제를 실시할 게 아니라  전체 전기 사용량의 60%를 차지해 전력 수급 대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산업용 쪽에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전기요금체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같은 불만은 최근만이 아닌 지난 2014년부터 불거져 나왔다. 한전의 전기누진제와 관련하여 소비자 5300여 명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청구 소송이 이어졌다.

한전이 주택용의 누진제로 부당이득을 챙겼으니 전기요금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청구 소송이었다.

이 가운데 6건은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났고 6건은 1심 심리 중에 있다. 인천지방법원에 낸 1건의 소송에만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내려졌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정부는 2016년기존 6단계 11.7배수의 누진구조를 3단계 3배수로 전기요금 누진제로 개편했다 (표=산업자원부 제공)
정부는 2016년기존 6단계 11.7배수의 누진구조를 3단계 3배수로 전기요금 누진제로 개편했다 (표=산업자원부 제공)

누진제 개편될까?…정부, 한전 누진제 관련 의견 청취중

이에 대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그동안 산업 쪽에 많이 갔던 혜택을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점진적으로 대기업 요금을 높여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정부와 한전은 선뜻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지난달 1일에야 한전의 김종갑 사장이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게시글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콩값보다 저렴한 두부의 비유로 기업들과의 전기요금 조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는 해석이 따랐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6일 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들었다”며 “그런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이 문제는 속도조절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전은 7월부터 12월까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전력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한 ‘온라인 국민소통 패널단’도 운영한다고 밝혔다. 즉 이 패널단을 통해 누진세 관련 의견들을 다수 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한전의 김종갑 사장도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감한 현안에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힘쓰고 온라인 패널단을 통해 국민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반영해 전력 서비스를 더욱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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