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본질을 놔두고 기무사 문건 대응 시비, 송영무 장관과 이석구 사령관에 대한 대대적인 여론몰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군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파동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 대한 책임론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역사적으로 두 번이나 국가를 전복했던 보안사령부가 기무사가 되었는데 그 기무사의 총력 저항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교통 정리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적인 과제다.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기무사 개혁 TF는 논의를 집중해 기무사 개혁안을 서둘러 제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송 장관에 대해서도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 기무사 개혁 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본격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발단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개됐다. 

민병삼 대령(기무사 100기무부대장)은 “(송 장관이)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라고 발언했다. 나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겠다”며 폭로했고 같은 자리에서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고) 대한민국의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했을까. 그건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

민 대령은 다시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고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장관을 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하겠나”라고 반발했다.

25일 기무사는 간담회 동정 보고서를 공개해 송 장관의 부인을 재반박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병삼 대령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캡처사진=국회방송)

기존에 송 장관은 3월16일 계엄령 관련 문건을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지만 6.13 지방선거와 4.27 남북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서는 “심각성을 굉장히 느끼고 엄청난 고뇌를 했었다. 특히 내가 염려했던 것은 6.13 지방선거에 이것이 폭발력이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 대령과 송 장관의 진실공방 국면으로 가고 있고 사상 최초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군 하극상이 벌어진 것인데 이 점에서 군대 기강 문란을 근거로 송 장관의 장악력을 문제삼는 야당의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기무사 개혁 목소리가 거세고 최근 민간인 사찰과 계엄령 문건 등으로 해체 수준에 준하는 작업이 들어갈 게 자명한 상황에서 기무사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실제 민 대령은 이미 23일 국방부에 전역서를 제출하고 국회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27일 국회 정보위에서는 이 사령관과 하급자 간의 의견충돌까지 있었다. 이 사령관은 계엄령 문건에 대해 “실행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소장)과 기우진 5처장(준장)은 “위기 상황을 대비한 통상적” 차원으로 개념 계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영무 장관(왼쪽)과 이석구 사령관이 20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친박으로 불리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는 기무사령관이 직을 걸고 부당한 상사에 대든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상사(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한 그런 모양새다. 사령관은 부대에서 전두환·노태우 전직 사령관 사진을 치울 때부터 알아봤다. 그보다 피아 구분을 못 하고 자기들끼리 싸운 장졸들에게 국방을 맡길 수 있을까? 사령관부터 옷을 벗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송 장관과 이 사령관에 대해서 과거 기무사 군인들과 친박 세력이 비토 정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 대령은 26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방부에 구성된 기무사 개혁 TF가 있기 때문에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것은 청와대 지시다. 군인으로서 청와대 지시로 구성된 TF에서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따라야 되는 게 맞다”며 그런 의혹을 부정했다. 

하극상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하극상이라면 대한민국에 있는 어느 군인이 상관한테 옳은 말을 할 수 있겠나. 나는 사실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상명하복의 군대라고 하더라도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는 불복종할 수 있고 또 부정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상관을 저격하게 되더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지만 문제는 기무사가 그동안 자행했던 행태에 비춰봤을 때 단순히 정의감으로 해석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과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더불어 보안사는 군인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을 2명이나 배출했을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과시했다. 단순히 군 조직의 일부가 아니라 국정을 기획하고 반대 세력을 축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 책임자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이 26일 오후 국방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영달 기무사 개혁위원회 위원장은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국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앞에서 그렇게 벌어질 수 없다. 기무사라고 하는 부대가 국민 앞에서 특권의식을 갖고 설치는 그러한 문화는 완전히 척결되도록 그런 개혁안을 만들 작정”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도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회의에 참석해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질타했다. 기무사 자체에 대한 강력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분명 청와대는 계엄 문건 자체가 단순히 개념 계획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작전 계획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강한 어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시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이를 따랐다는 사실관계까지는 어느정도 확인됐다. 

민 대령은 “상식선으로 말해보면 계엄은 군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정원. 계엄령을 내리는 것은 통수권자다. 그래서 계엄령이 발표되면 거기에 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되는 게 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엄문을 준비하는 것은 군인의 기본 업무다. 당시 한 전 장관께서 그 부분에 대해 수도방위사령부에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법무관리실에서도 검토를 해 보라고 했다고 그랬다. 내가 들은 바로는 (검토를) 한 것이 약간 미흡하니까 그럼 기무사에서 해봐라. 군인의 생명은 상명하복이다. 한 전 장관이 시키지 않았으면 안 했다”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합동수사단은 내란음모 혐의로 한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에 대해서는 여권무효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소 전 참모장은 뒤늦게 직무에서 배제됐고 26일 합수단에 소환돼 1차 조사를 받았다.

여야 국방위원이 2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부처 내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국군기무사령부 보고서를 확인했다이 문건은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이 간담회 당일 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후 PC로 작성해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기무사 보고서로 알려졌다
여야 국방위원이 25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부처 내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의 국군기무사령부 보고서를 확인했다. 이 문건은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이 간담회 당일 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후 PC로 작성해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기무사 보고서로 알려졌다. (문건=국회 국방위원회)

어찌됐든 문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송 장관과 기무사 간의 진실공방 보다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을 왜 어떤 배경에서 만들었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여기에 더불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알고 있었는지 그 여부도 살펴야 한다.

2016년 10월24일 jtbc가 태블릿PC를 보도하고 10일이 지난 시점에서 기무사는 계엄령 검토 문건을 생성했는데 여기에 보면 “계엄 상황 관련 사령관님 조치 사항”과 “청와대·국방부와 계엄 필요성을 논의”가 명시돼 있다. 심지어 병력이 있는 청와대 경호실과도 협력을 꾀하고 있었다. 

그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였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으니 적어도 정상적인 계엄 선포의 절차는 이런 거다.

황 전 대행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상황 판단 →계엄령 검토 지시 →국방부 →합참 →육군본부 →합참 →국방부 →국무회의 의결 →황 전 대행의 선포

하지만 현재 황 전 대행은 전혀 이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전 합참의장도 문건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반응이다. 만약 당시의 군 통수권자와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박 전 대통령을 위시한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또는 그 누군가가 비선 루트로 계엄령을 모의했고 이것이 아무 법적 권한이 없는 기무사를 통해 실행 계획으로 이어졌다면 친위 쿠데타로 볼 수 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원래는 해체까지 우리가 생각을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계엄 문건들은 사실은 왜 치안 문제를 경찰은 가만히 있는데 군이 계엄을 선포해서 치안을 유지하겠다는 건 내가 보기로는 군의 내란 예비음모에 해당한다. 치안 업무를 맡은 경찰은 가만히 있었는데. 이 사건을 보면 물론 당시의 한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수행했다고 하지만 불법적인 지시다. 그런 행위를 기무사가 했다고 봤을 때 그만큼 국민들의 지탄 대상이 됐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이 기무사는 완전히 폐지하고 새로 제정하더라도 새롭게 하는 정도의 개혁을 해야 된다”며 기무사 개혁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