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왜 ‘기무사’를 보호하려고 하나
한국당은 왜 ‘기무사’를 보호하려고 하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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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엄호의 배경 속에 군인권센터 공격, 성소수자 정체성을 인신공격, 군복무 경험이 있어야 국방 개혁 논할 수 있나, 기무사 문건에 한국당을 협력 주체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는 제발 자유한국당에 간청하고 싶은 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변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대로 선을 끊어야지 내 태생이 그렇다고 해서 변호하다 보면 한국당은 영원히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 한다.”

7월16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정두언 전 의원은 같이 출연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일침을 날렸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서 연일 방어 전선을 치고 있는 한국당에게 한 마디 한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정치를 했던 정두언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캡처사진=MBN)

실제 국회의 계엄령 해제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탄핵 동조 의원들에 대한 체포를 계획해놓은 기무사 문건이 나왔는데 한국당은 연일 ‘부당한 적폐몰이, 드루킹 물타기, 군 사기저하’ 등을 명분으로 엄호 중이다. 

한국당은 문건 보고 시점과 대응을 두고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청와대의 책임을 몰아붙이는 중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 했는지 기무사에 대한 의혹을 고발하고 있는 군인권센터를 공격했다. 

7월31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참에 군인권센터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임태훈 소장은 성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고 있고 그런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60만 군인이 이런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자가 군을 대표해서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시민단체의 수장으로서의 목소리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됐었던 전력이 있는 자가 문재인 정권과 어떤 관계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박계 정치인이고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 창당 멤버였을 만큼 기무사의 계엄 문건에 진압 대상에 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기무사 엄호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발언을 들은 기자들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모 기자는 이동 중인 김 원내대표에게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질문을 던졌고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화면에 비춰진 화장 많이 한 모습 또 그런 전력(병역거부로 인한 전과)을 가진 사람이 기무사와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분의 입에서만 전부 시민단체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듯한 지금 상황이 맞는 것인지”라며 사과나 발언을 철회할 마음이 없다고 강조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1일 오전 논평을 내고 “우리가 동성애자가 무슨 군 개혁 운운하느냐고 한 것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왈가왈부한 게 아니다. 그가 개인 영역에서 뭘 하건 상관 안 한다. 전쟁을 대비하는 위험에 가득찬 군대를 성 정체성과 관련된 시각으로 재단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군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는 그가 제한적·편파적 지식만으로 군을 때리고 인기몰이를 해 성 정체성에 대한 일각의 동정과 결합해 군 변화의 동력으로 잘못 동원될 위험성을 공당인 우리는 방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시에 거창한 양심도 아니고 성적 취향을 이유로 한 병역 기피자였다는 점도 문제다. 그에겐 군에 대한 거부적 시각이 자연스레 박혀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첫 국방부장관에 실비에 굴라르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군복무 경험이 있는 자를 군사 개혁의 주체로 한정지으면 민주 국가의 기본 상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 유럽은 여성 국방부장관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장관(독일)·실비에 굴라드 장관(프랑스)·제닌 헤니스플라스하르트 장관(네덜란드)·로베르타 피노티 장관(이탈리아)·마리아 돌로레스데코스페달 장관(스페인) 등 5개국 안보 사령탑이 모두 여성이다. 현재 국방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현수 대변인 역시 여성이다. 최 대변인은 군 출신이 아니지만 18년 간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로 활동해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됐다. 당장 2년 전까지 국군 통수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군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이다. 해당 분야의 경험자만이 그 분야의 개혁 주체 또는 문제제기자로서의 자격을 인정한다면 1만1655개에 달하는 직업군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정책과 법률은 국회의원과 정치인이 취급하면 안 된다. 아무리 정치인이 많은 직업을 경험했어도 대한민국의 모든 직업을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일 오전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김성태 원내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기무사의 비위를 폭로하는 것에 “성 정체성과 관련된 시각으로 재단할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임 소장이 동성애자라는 것과 군대 문제의 전문가라는 사실이 대립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에 동성애자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거나 군사 문제에 대해서 발언권을 가지면 안 된다고 나와있는 것도 아니다.

홍 대변인은 “그가 제한적·편파적 지식만으로 군을 때리고 인기몰이를 해 성 정체성에 대한 일각의 동정과 결합해 군 변화의 동력으로 잘못 동원될 위험성”을 지적했는데 임 소장은 여타 다른 군 개혁론자들과 달리 국방비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필요하다면 신식 무기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국당이 개인의 성 정체성까지 거론하며 기무사를 엄호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인권센터는 2014년 윤 일병 폭행치사 사건, 박찬주 전 대장(2작전사령관)의 공관병 갑질 등 굵직한 폭로를 많이 했었고 그럴 때마다 군과 국방부는 곤란해했다. 특히 군은 내부에서 인권 교육을 할 때 인권센터를 지목해서 절대 이곳에 제보하면 안 된다고 단속까지 했을 정도였다. 국방헬프콜과 달리 인권센터는 고통받는 병사의 인권에 주목해 있는 그대로 외부에 고발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해준다. 그래서 인권센터에 군 내부 비리 관련 제보가 빗발치는 것이고 이를 취급해본 노하우와 군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헬프콜 등 군 내부에 구제 기구가 많지만 군대 조직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고 해당 부대의 장에게 사건을 떠넘겨 제보자 신분이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군 내부에 공식 부조리 고발센터인 국방헬프콜. (캡처사진=국방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의혹과 관련해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이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계엄사령관의 권한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태훈 소장이 7월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의혹과 관련해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이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계엄사령관의 권한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한 인권센터는 지난 3월 수도방위사령부의 위수령 검토는 물론 최근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해서도 내부자 고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인권센터는 7월30일 기무사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이 통화하는 것을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임 소장은 “장관이 사용하는 군용 유선전화를 감청한 것인데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문재인 민정수석에 관한 업무를 장관과 논의했다고 한다. 통상의 첩보수집 과정에서 기무사가 대통령과 장관의 긴밀한 국정 토의를 감시할 까닭이 없다. 도무지 기무사 도감청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민간인의 군부대 면회를 비롯 대대적인 민간인 사찰,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불온서적 취급,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기뻐한 일 등 전현직 기무요원의 제보를 통해 다양한 의혹을 폭로했다.

인권센터는 기무사의 조직도에 대해 3처(보안)·5처(대공·대테러)·7처(총무 등 기획관리)·융합정보실 체제인데 “과거 불법적 동향 관찰을 맡았던 1처를 폐지하는 척하면서 그 업무를 융합정보실로 그대로 옮겼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융합정보실은 “각급 기무부대가 모은 장병·민간인 정보를 종합해 관리하는 곳이자 기무사의 사찰 전반을 총괄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계엄령 문건·세월호 사찰·국회 국방위원회 하극상 등으로 기무사는 한국 최고의 문제 집단이 됐는데 기무사가 어떤 조직인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의 뒤를 캐고 국헌문란을 획책한 불법 집단은 조속히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자 한국당이 표적 견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태훈 소장은 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 소장은 김 원내대표의 인신공격을 듣고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기무사 계엄 수행 세부 자료 문건에는 군이 국회의 계엄령 해제 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당시 정부 여당인 한국당과 공모해 의원 정족수를 고의로 미달시키고 야당 의원들을 체포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됐다”며 “한국당이 내란의 공범으로 명시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당은 의원들은 방송 출연할 때 분장실 가지 말고 쌩얼로 촬영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날렸다.

아무래도 당시 집권당이었던 한국당에 책임론이 불거질까봐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 말미에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기무사가 군 대전복 상황센터에서 계엄 문건을 작성했다고 한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군이 계엄 문건을 작성하는 경위는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합법적인 대응일 뿐만 아니라 기무사가 작성한 67쪽 분량의 실행계획 또한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근거해서 작성된 문건인 만큼 이를 가지고 내란이니 군사반란 쿠데타 문건이니 하면서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서 적폐몰이를 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니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문제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 당시에 생성된 관련 문건 제출을 기무사에 요구했고 기무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바로 논평을 내고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아니면 말고 식 폭로 정치를 하며 여론 호도를 대놓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뼈를 깎는 혁신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재편됐고. 특히 김성태 원내대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뉴노멀과 신 보수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 마냥 한국당이 과거 정부의 기무사가 저지른 과오를 방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보면 찬성 234명·반대 56명·무효 7명·기권 2명이었다. 모든 야권표를 제외하면 족히 62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인데 2017년 1월24일 바른정당을 창당한 비박계 의원이 33명이니 29명의 새누리당 잔류파가 동조했다고 볼 수 있다.  

임 소장은 7월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기무사는 미리 잡아들일 사람을 다 파악해서 계엄령이 선포되면 다) 잡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이 계엄은 국회에서 해제하면 된다(헌법 77조 5항)고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을 하는데 죄송하지만 계엄령이라는 행정명령 발동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시간보다 더 빠르다. 그러니까 새벽 2시~3시 계엄을 발동한다고 생각하면 자다가 다 잡혀간다”며 “문건을 보면 국회의사당에는 20사단 병력 1개 여단을 배치한다. 그래서 여기에 탱크 40대·장갑차 100대·무장병력 900명이 배치되면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다 잡혀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한국당이 지금 반발할 일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중 탄핵에 찬성한 사람)조차도 예비 검속 대상에 있을 수 있다. (같은 당인데 탄핵에 찬성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칼을 얼마나 갈았겠는가. 특히 김 원내대표도 저러면 안 된다. 본인도 바른정당(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창당)에 있다가 복당했기 때문에 명단에 들어있을 수 있다. 지금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 한국당의 비박계는 당권을 잡고 있는데 과거 자신들을 타겟삼아 진압하려 했던 기무사를 비호하고 그 문제제기자를 공격하는 태도는 선뜻 이해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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