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부양책 힘들듯..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주목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하반기 내수 확대 방안을 지시하면서 국내 수요를 진작하는 부양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과거에 자주 등장했던 전통적, 인위적 부양책보다는 제도나 구조 개선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다음달 하순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강의 내수 확대 방안을 담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 “하반기 내수확대 고민해야”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안을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달라”고 지시한 것은 서민 체감경기의 부진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수출 주도로 이뤄지면서 각종 경제지표는 호전됐지만, 민생과 직결된 내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 간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성장률(4.2%)의 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이 3.1%포인트, 내수가 1.1%포인트로 무역에 의한 성장효과가 3배에 육박했다. 순수출 기여도가 내수보다 높아진 것은 2009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이다.

4월 광공업 출하를 봐도 수출용 출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3% 늘면서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내수용은 2.2% 증가에 그치면서 둔화했다. 내수와 직결된 일자리인 자영업의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로 2006년 5월 이래 60개월째 감소했다.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건설업 부진도 심각하다. 4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부문의 동반 부진에 따라 8.9% 감소하면서 11개월째 역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이처럼 내수의 힘이 약화된 탓에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혜택이 골고루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지표경기가 나아져도 체감경기는 그대로인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게다가 교역조건 악화로 물가까지 고공행진하면서 서민경제는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처럼 대외 환경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받는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는 게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2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위적 부양책 힘들듯..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주목

정부는 이에 따라 내수 확대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내수 확대는 이날 지시와 무관하게 경제 분야에서는 해묵은 숙제에 해당한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지나친 대외의존도에 따른 경제의 취약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뿌리는 전통적인 부양책을 펼 수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재정과 물가 때문이다. 위기 극복 탓에 국가채무가 400조원을 바라보면서 지금은 재정 건전성 회복에 매진해야 하는데다, 4%대 상승률이 이어지는 물가 때문에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나라사랑 홍보대사인 탤런트 양미경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진설명 :호국보훈의 달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나라사랑 홍보대사인 탤런트 양미경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라사랑 큰나무'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더욱이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가계빚) 잔액은 1분기에 801조3천952억원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내수 부양은 가계부채를 늘려 자칫 제2의 카드 사태를 능가하는 재앙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대표적인 부양카드인 건설경기 띄우기도 여의치 않다. 건설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거듭하고 있지만, 지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위기를 맞은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화해 체질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 성격이 강한 구조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며 “기존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여건에 비춰 인위적인 부양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책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 각종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던 서비스업 선진화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해관계집단의 반발 때문에 진척이 없었던 진입규제 완화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건설 부문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힘을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아이디어를 모을 것”이라며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내수 확대 방안을 담고, 필요하면 별도로 부처별로 발표하는 형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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