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변명’만 늘어놓은 대법관 ‘3인’
‘자기 변명’만 늘어놓은 대법관 ‘3인’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2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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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김창석·김신 3인 대법관 퇴임식, 사법 권위만 강조하고 의혹은 부인, 기자들 질문에는 묵묵부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딱 2시간반 만이었다.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의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현직 대법관들은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세간에 제기되는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사법부 내부에 사법농단에 대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 법관들이 방어적 태도를 보이고, 후임 판사들이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인다고 했을 때 대법원의 기류는 김 대법원장 혼자 고립돼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김신 전 대법관(왼쪽)·고영한 전 대법관(왼쪽 두 번째)·김명수 대법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김창석 전 대법관(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청사에서 대법관 3인(고영한·김창석·김신)의 공식 퇴임식이 열렸다. 이들은 임기 6년을 마쳤고 후임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에게 자리를 내줬다.

전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 청와대, 언론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인 구체적인 문건이 공개된 마당이라 퇴임식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자들은 전직 대법관들에게 가열차게 질문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퇴임사를 통해 하고싶은 말만 쏟아냈다.

김신 전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을 무작정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신 전 대법관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며 재차 의혹을 부인했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해 본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사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서도 상고 제도 전반을 잘 살펴서 적절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의 존치 필요성만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대법관의 수가 14명으로 매우 적고 업무량이 과도하면 대법관을 증원할 수도 있는데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대법관들의 입장이다. 자기 권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즉 기득권 보호 차원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김신 전 대법관은 마지막까지 상고법원이라는 또 하나의 법원 조직을 추가해 대법관의 권력만 추구하려 했다는 의심만 사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영한 전 대법관은 논란이 많은 재판에서 주심을 맡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영한 전 대법관은 주심을 맡았던 KTX 해고 승무원 판결·전교조 법외 노조 사건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 “내가 관여한 모든 판결에 대해 지금은 물론 향후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비판과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퉁쳐버렸다.

이어 “사법 권위는 국가 경영의 두 영역 중 이른바 위엄의 영역에서 필수적이다. 사법 권위가 무너진 곳에서는 법관들이 재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춰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보다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과도하다는 차원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창석 전 대법관은 사법작용에 대한 신뢰가 무분별하게 훼손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명한 법언 중에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죄없는 사람을 벌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있다.

김창석 전 대법관은 이 원칙을 두고 “죄를 저지른 사람을 반드시 벌해야 한다는 것은 정의의 요구다. 이러한 정의를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길지라도 죄가 의심되는 열 명 모두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죄없는 사람을 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강력한 정의의 요구”라며 “마찬가지 상황에서 사회가 정의라고 보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희생되더라도 무방하다는 입장에 선다면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와 다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법농단 의혹을 제기하는 흐름에 우회적으로 비판의 뜻을 내보였다.

김 전 대법관은 “법원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돼야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후술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이 퇴임식장을 나가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지만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수히 공개된 구체적 문건과 싱크로율이 높은 현실의 재판 결과들에 대해서 소상한 해명이 필요한데 3인의 전임 대법관이 내놓은 퇴임사는 자기 변명에만 힘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법관들은 앞서 언급한 입장문을 통해 “사법 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재판부와 엄격히 분리돼 행정 담당자들은 재판 사무에 원천적으로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독립해 대등한 지위로 합의에 참여하는 대법원 재판에서 그 누구도 특정 사건에 의도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 말이 진실인지 향후 수사 과정을 통해 규명돼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법원의 검찰 수사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사법 권위는 더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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