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과 관사 첫 압수수색, 드루킹에 먼저 접근했다는 특검의 관점 뒤집기, 대선 때 정책 자문 구한 사실 드러나, 이번 주말 소환조사 예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드루킹 특별검사의 칼끝이 정면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겨누기 시작했다.

2일 허익범 특검은 김 지사의 경남 창원 집무실과 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의 국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이날 연가를 낸 김 지사는 서울을 방문해 특검 수사관에게 자신의 스마트폰 2대를 제출하기도 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 수사관계자들이 2일 오전 김경수 경남지사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은 그렇게 확보한 폰과 PC 하드디스크를 통해 드루킹과 접촉했던 지난 19대 대선 시기 때 김 지사의 일정을 분석해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특검이 발부받은 영장을 보면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 다르다. 김 지사 측이 먼저 드루킹 김동원씨에 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그 보은 차원으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관련 정황과 진술을 드루킹 측근 다수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사카 총영사 인사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고 김 지사 측은 무리한 부탁이라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특검과 김 지사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의 관점은 기존의 인식을 뒤엎은 것이다. 정치 브로커 드루킹이 먼저 유력 정치인에게 접근해 영향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지사의 경우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김 지사가 여론 파워를 갖고 있는 드루킹에게 먼저 거래 제안을 했던 만큼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업무방해 혐의) 범행을 김 지사가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다는 가정이다. 특검은 여기서 선거법 위반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지사는 4월14일 TV조선이 자신을 지목해서 최초 보도하자 2시간 뒤에 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지사는 4월14일 TV조선이 자신을 지목해서 최초 보도하자 2시간 뒤에 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지사는 올해 3월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검은 2017년 말부터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드루킹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인사(오사카 총영사·청와대 행정관)를 약속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231조 1항 2호에 따르면 “행위의 대가로 또는 그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물품 그밖에 재산상의 이익 또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특검과 김 지사의 공방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기점으로 사실상 김 지사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특검이 김 지사의 관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7월31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은 업무방해 혐의로 청구된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지만 1일 특검은 바로 재청구해서 끝내 발부받았다. 하루 만에 법원의 판단이 바뀐 것은 범죄 혐의를 소명해줄 물증이 영장에 적시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특검이 최근 드루킹의 USB를 통해 확보한 증거가 주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동아일보는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에 대해 자문을 요청했다고 7월31일 보도했는데 그 USB 안에 드루킹이 김 지사와 시그널(보안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드루킹은 지난 3월 경찰에 긴급체포 되기 직전 자신의 신변 보호 차원으로 여러 증거 자료를 USB에 저장해뒀고 최근 그걸 특검팀에 제출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자료(시그널 대화 내용 캡처사진)에 따르면 2017년 1월5일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라도(대략적으로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다음주 1월10일 (문 후보가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신데 가능하면 그 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드루킹은 구속된 뒤 옥중서신을 통해 자신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드루킹은 구속된 뒤 옥중서신을 통해 자신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음날 1월6일 김 지사는 “여의도 국회 앞 OOO에 제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곧 뵐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드루킹은 확인 답문을 보냈다. 특검은 당시에 만남이 성사됐을 것으로 보고 거기서 무슨 목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1월10일 문 후보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일종의 스튜어드십 코드(대기업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집중투표제(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한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에 대한 방안이 골자였다. 

김 지사는 문 후보의 발표 연설이 끝난 14시43분 연설문 전문을 드루킹에게 보냈고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요?”라고 시그널로 질문했다. 드루킹은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문을 보냈는데 특검은 이날 김 지사와 드루킹이 파주 느룹나무 출판사에서 만났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지사가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집무실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지사의 입장은 기존의 부인 전략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방문한 적은 있지만 그 즈음 있었던 킹크랩(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회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책 자문을 구할 정도로 드루킹과 신뢰가 깊은 사이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그 정도의 관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1일 ‘경남도정 4개년 보고회’에서 “도민들께서 큰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곧 소환을 할 것 같은데 특검 조사가 도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특검은 이번 주말 내에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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