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과 마주한 ‘김경수’ ·· 파이널라운드
특검과 마주한 ‘김경수’ ·· 파이널라운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6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익범 특검에 첫 소환, 댓글조작 가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드루킹의 USB가 스모킹건 될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드디어 대면했다. 허익범 특검(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은 6일 아침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소환했다.

특검은 8월25일까지의 1차 수사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그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김 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김 지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 지사는 모든 사실을 부인했고 정치 특검이 아닌 진실 특검이 돼야 한다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지사는 이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앞에서 “나는 이번 사건 관련해서 누구보다 먼저 특검의 도입을 주장했었다.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나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특검이 이 사실의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특검도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주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9시25분경 출현했고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와 반대 집회의 고성으로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지지자들 중 일부는 김 지사를 향해 장미꽃을 던지기도 했고 김 지사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주먹을 쥐어보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반대자들은 “김경수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지자들을 손을 흔들어 보이는 김 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지사가 소환되는 바닥에 장미꽃이 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핵심은 두 가지다. 

과연 김 지사가 댓글조작(업무방해)의 공범인지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다. 김 지사는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본 적이 있느냐, 지방선거 도움을 요청하고 센다이 총영사를 역제안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지사는 이날 변호사 대동 하에 9층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특검 3팀에게 자정을 넘겨서까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허 특검을 비롯 수석 수사관들은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게 된다.  

특검은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USB를 제출받았고 이를 토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김 지사에 대한 혐의 사실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즉 김 지사가 먼저 김씨에 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그 대가로 센다이(일본 미야기현) 총영사 자리를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검의 브리핑이 이뤄지는 기자실. (사진=박효영 기자)

서울중앙지법은 특검이 청구한 1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지만 USB를 통해 확보한 사실을 적시한 뒤 재청구한 영장에 대해서는 발부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2일 김 지사의 경남 관사와 도지사실 그리고 의원 시절 보좌관의 국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어쨌든 법원도 어느정도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인데 김씨는 3월21일 경찰에 긴급체포 되기 직전 김 지사를 비롯 유력 정치인과 나둔 메신저 캡처사진과 증거 자료를 USB에 저장해뒀다.

그 USB 자료 중에는 김 지사가 김씨에게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것과 관련해서 만났다(2017년 1월6일)고 보이는 정황이 세세하게 담겨있었다. 특검은 김씨가 ‘파워블로거’인데다 조직(경제적공진화모임)이 있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도움을 줬다는 연장선상에서 댓글조작에 대해서도 김 지사가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론 파워가 있는 김씨에게 대선 관련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보니 김 지사는 자연스레 2017년 1월경 자신의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도 도움을 요청했고 그 대가로 공직을 제안했다는 게 특검의 프레임이다. 

정리하면 ‘대선 공약 자문·댓글조작 여론전·지방선거 출마 도움’ 등 김씨가 힘을 써준 것에 대해 김 지사는 센다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대가로 제안했다는 것이 특검의 가정이다.

김 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특검.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특검.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직선거법 231조 1항 2호에 따르면 “행위의 대가로 또는 그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물품 그밖에 재산상의 이익 또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무엇보다 관건은 2016년 9월~11월 김씨와 김 지사의 행적이다. 김씨의 아지트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그 즈음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고 김 지사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지난 5월18일 조선일보는 김씨의 변호인을 통해 옥중편지(탄원서 ‘짓밟힌 자의 마지막 항변’)를 제공받아 보도했는데 여기서 김씨는 “2016년 9월 김경수 의원이 파주의 내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상대 측의 댓글기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2016년 10월에는 저들의 댓글기계에 대항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결정하고 김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이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매우 구체적인 묘사를 더 들여다 보면 “김 의원은 그때 카니발을 타고 사무실에 와서 2층의 강의장에서 내 브리핑을 받은 후 모바일 매크로가 작동되는 것도 직접 확인했다. 그때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또 질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문제가 생기면 감옥에 가겠다. 다만 의원님의 허락이나 적어도 동의가 없다면 저희도 이걸 할 수 없다. 그러니 고개를 끄떡여서라도 허락해달라고 말했고. 김 의원이 고개를 끄덕여 나는 그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7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씨의 편지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런 거다.

△수사기관이 모든 죄를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에 뒤집어 씌우려 시도했음 
△2007년과 2012년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댓글기계 부대 때문이라는 인식을 했고 이를 계기로 2016년 9월 ‘선플 운동’을 시작하게 됐음 
△2016년 10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을 방어한 것이 계기가 돼 매크로(여러 명령어를 묶어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것)를 제작하게 됨 
△2016년 10월 파주 사무실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자체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시연했고 암묵적 동의를 받았음 
△당시 목격자가 여럿 있음 
△김 지사는 경공모를 이용했고 문제가 생길 때 발을 빼기 위한 행보를 보였음 
△작업한 기사들의 목록을 김 지사에게 텔레그램 비밀방으로 일일 보고 했음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중앙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당시 논공행상 차원으로 2명을 인사 추천했으나 1명만 받아들여짐 
△나머지 1명은 집권 이후 한주형 보좌관을 통해 오사카 총영사 인사로 추천했으나 거절됨 
△이미 오태규 총영사가 내정됐고 애초 불가능했으나 이를 미끼로 김 지사가 경공모를 이용
△김 지사가 2017년 12월28일 전화를 걸어 대신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역제안했음 
△김 지사의 위선과 거짓에 신물이 났고 2018년 2월20일경 국회 의원실을 찾아가 다퉜고 3월17일경에는 오사카 총영사 약속을 지키는지 보겠다는 논조의 문자를 보냈는데 김 의원은 이를 협박이라고 주장했음 
△3월21일 네이버의 고소로 인해 사무실이 압수수색 됐고 이후 구속됐음
△김 지사는 이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자 모든 보고를 받았고 초기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여부를 알았던 주범임

당시 김 지사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다. 이렇게 마구 소설 같은 얘기를 바로 기사화해도 되는 것인지”라며 반발했지만 이 편지가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쳐 강력 반대하던 민주당까지 밀려서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 

분명 김씨는 이상하다. 2015년 경제대공황과 일본 침몰을 예언했고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기이한 말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김씨의 주장과 특검의 프레임이 허위인지 김 지사와 민주당의 주장이 거짓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각각 진영논리에 따라 자기 이야기를 할 뿐 진실로 확정할만한 스모킹건은 없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최순실 국정농단은 태블릿 PC에서 파헤쳐졌고 드루킹 여론조작의 진상은 USB에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매번 정치적 스캔들에 피의사실 흘리기가 있어왔지만 이번 사건에도 피의사실을 흘리는 허익범 특검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고 비판할 뿐이다.

이날 특검 사무실 앞에는 지지자들 못지 않게 보수단체에서 김경수 구속을 외치기 위해 집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특검 사무실 앞에는 지지자들 못지 않게 보수단체에서 김경수 구속을 외치기 위해 집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김 지사 측은 느릅나무 출판사에 간 적은 있지만 킹크랩 시연회를 봤거나 댓글조작 사실에 대해 알지 못 했다는 입장이고 단순히 ‘선플 운동’에 대해서만 들어봤다는 게 해명의 요지다. 

아직까지 USB 속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과 자료만 있지 명백한 스모킹건은 없는 상황이다. 김 지사와 특검이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토대로 알리바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약 특검이 이날 김 지사와의 대면 조사를 통해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게 되어 긴급체포를 단행하거나 또는 구속영장의 여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