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원 대기자
박광원 대기자

[중앙뉴스=박광원 기자] 해묵은 정치개혁 과제인 선거제도 개혁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협치를 위해서도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여론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5일 민주평화당 정동영 신임 대표가 취임사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거론하고 "평화당은 모든 것을 선거제도 개혁에 걸겠다"며 하반기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선거제도 개혁에 두도록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해묵은 정치개혁 과제인 선거제도 개혁 요구가 군소정당 새 대표의 이슈화로 새삼 공론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특히 6·13 지방선거 이후 주요 정치 지도자와 정당들이 일찍이 역점을 두고 제기한 바 있는 터라 여당인 민주당의 태도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집권당으로서 정치개혁의 당위성은 물론 현 정세 속에서 협치 또는 개혁입법연대의 추진 차원에서라도 주요 의제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원론적인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취임 후 개헌 재추진 필요성을 역설하며 "선거제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의 의미가 없다"며 득표수에 비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고, 바른미래당은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방안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제시하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이 후반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사력을 다할 태세이다. 특히 고(故) 노회찬 의원 필생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에 당력을 집중할 각오다.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현시점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 표명에 다소 유보적이다. 거대정당으로서 현 선거제도를 통해 누리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내도 있다.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을 일치시키는 방향이 골자인 선거제도 개혁은 군소정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때 1, 2정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산득표율은 약 65%였지만 두 당의 의석 점유율은 80%를 넘었던 반면 당시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합산득표율은 약 28%였음에도 두 당의 의석점유율은 15%를 밑돌았던 것을 보면 현행 제도에 따른 유불리를 알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정부 입장이자 당론이라는 출발선을 잊지 말고 이 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에는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지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고, 민주당도 대선 때부터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 개헌안이 야당이 표결 불참으로 사실상 폐기된 만큼 선거제도 개혁 문제도 숨 고르기를 해야 하고, 지방선거 이후 국정운영의 틀에서 여러 개혁과제의 우선순위를 어찌 조정해야 할지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혁은 긴 안목으로 볼 때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민주주의를 보다 실질화 한다는 당위성과 더불어 국회의 기득권 내려놓기 개혁 차원에서도 추진돼야 마땅하다.

또 단기적으로는 여소야대 국회 구조에서 안정적 국정 환경을 위한 협치와 개혁입법연대의 매개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협치내각'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야당을 협치의 틀에서 국정에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하는 입구가 야당이 요구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공동추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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