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화두②] ‘진박 선언’ ·· 정치인 박근혜와 노회찬
[노회찬의 화두②] ‘진박 선언’ ·· 정치인 박근혜와 노회찬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7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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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정치인이 박근혜 공약을 강조한 이유, 공약과 정반대로, 해고요건 강화와 집단소송 법률, 정치와 이념은 현실 개선을 위한 수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선출직 정치인의 공약은 안 지켜지기 일쑤다. 지켜지기도 하지만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범주를 넘어섰다.

故 노회찬 의원은 2016년 2월5일 방송된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솔직히 정치인들의 약속 특히 대통령 후보의 약속 중에 안 지켜지는 것이 있다. 다른 대통령도 그랬고. 스스로의 약속을 안 지키는 대통령은 많았지만 자기 약속을 정면으로 반대로 위배하는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20대 총선을 넉 달 앞둔 2016년 2월 <파파이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설명했다. (캡처사진=한겨레TV)

예컨대 박 전 대통령은 노동 공약으로 해고요건 강화를 제시했다. 즉 해고하기 어렵도록 규제를 하겠다는 것인데 취임 이후 되려 해고요건을 완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월22일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해석 및 운영지침’을 발표했는데 이는 모두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쉽게 하도록 만든 것이다. 

전자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근무 성과를 평가한 뒤 부진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언제든지 근로계약 해지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후자는 기업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을 변경하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의 과반수에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에 예외를 둔 것이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박 전 대통령의 공약집의 한 대목. (자료=새누리당 공약집)

노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공약에) 해고요건 강화 이렇게 돼 있다. 해고를 어렵게 하겠다는 게 공약이다. 지금은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국회의원이 되면 제1호 법안을 해고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하겠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나는) 진짜 5개 최대 공약은 전부 박 대통령이 약속했지만 (안 지킨 것으로 할 것이고). (그래서) 진짜 진박이 누구냐. 진박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된다. 노회찬 진박 선언!”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노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2016년 7월7일 네 번째 대표 법안으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판단할 때 기업구조·재무현황·사업현황·외부기관신용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다. 

좀 더 살펴보면 △사용자가 해고계획·경영상 이유·고용유지노력 등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대표에게 해고 90일 전까지 알리도록 하는 것과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의무화 △대통령령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을 해고하려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 △해고 노동자 우선 재고용 절차와 미이행시 손해배상 명시 등이 있다. 

특히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나 노무관리의 편의 △신기술 도입 등 기술적 이유 △장래의 경영 위기에 대한 대처 △일시적인 경영 악화 △업종 전환 등 이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해고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

(자료=새누리당 공약집)
노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고요건 강화 법률.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현재 이 법률은 계류 중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양대 노동 지침을 폐지했다.

또 노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공약 중에) 이런 것도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갖다가 원청-하청 관계에서 괴롭힐 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 엄청나게 좋은 것이 있다. 이거 안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노 의원은 2016년 9월2일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부실 경영을 저지른 이사가 스스로 경영판단원칙을 준수했다는 증명 책임을 지도록 하고 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는 누구나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 요건 완화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틀을 닦으려고 했다. 물론 이 법률도 계류 중이다.

(자료=새누리당 공약집)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약했던 박 전 대통령. (자료=새누리당 공약집)

노 의원은 “(역대) 대통령 공약 중에서 가장 잘 만든 공약집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이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 내 애독서다. 한 권 밖에 없는데 내게 두 권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싶다. 왜냐면 본인이 안 읽어본 것 같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제목을 바꿔야 한다. 약속을 바꾸는 세상으로”라고 밝혔다.

어찌보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출세를 위해 그 어떤 공약과 진영을 모두 포용하려고 했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2004년과 2011년 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천막당사를 추진한 것,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비대위원으로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과감한 인재 영입을 단행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과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꿔보고 싶다는 비전과 가치가 없었다. 오직 자신의 정치적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아젠다를 이용할 뿐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진보적인 아젠다로 경제민주화를 전면 채택한 것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노 의원이 밝힌대로 박 전 대통령은 내세운 공약과 정반대로 국정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가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고자 했던 어떤 가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정농단을 통해 최고 권력직에서 자행했던 행태를 보면 그런 건 허구였음이 증명된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으로 다시 당선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하나하나 밝혔다. (캡처사진=한겨레TV)

노 의원도 박 전 대통령처럼 진보와 보수 진영 또는 인물을 넘어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권력 획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적 영향력을 추구한 것도 오직 자신이 바라보는 현실의 개선을 위해서였다. 

유신 독재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유인물을 뿌릴 때도, 노동자의 비참함을 깨닫고 노동운동에 뛰어들 때도, 민주화 이후 진보정당 운동에 온몸을 바칠 때도 모두 현실 개선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 변화되는 과정이었다.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운동권 조직의 큰 틀에 민족해방의 NL(National Liberation)과 민중민주의의 PD(People's Democracy)가 있다고 했을 때 노 의원은 그런 이념적 도그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념은 현실 변화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박근혜와 노회찬은 어떤 대목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치인 박근혜와 노회찬은 어떤 대목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제도권 정치에서 노 의원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으로 탈당과 창당을 반복한 것도 그러한 차원이었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념적 도그마를 지양하고 현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려는 움직임이었다. 

올해 4월 출범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공동 교섭단체 ‘평화와정의’도 그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진보정당이 원내 교섭단체로서 국회 협상에서 4분의 1의 목소리를 낸다면 현실의 약자를 위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노 의원의 진박 선언과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포용은 본질적으로 그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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