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자영업자는 왜 폭력을 휘둘렀나
교수와 자영업자는 왜 폭력을 휘둘렀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8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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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기’ 휘두른 남자와 ‘폭력’ 휘두른 건물주, 폭력 뒤에 있는 제도적 결핍, 정동영 대표의 백년 가게 특별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석궁으로 판사를 위협했고, 한 남자는 둔기로 건물주를 다치게 했다.

2007년 1월15일 김명호 전 교수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모 판사에게 석궁을 들이밀었다. 김 전 교수는 상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살았을 만큼 범죄가 인정됐지만 1995년 성균관대에서 본고사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한 뒤 교수 재임용 심사에 탈락하고 12년 간 분노를 쌓아왔다. 

2018년 6월7일 족발집을 운영했던 김우식 사장은 서울 강남구에서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둘렀다. 김 사장은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오는 9월 국민참여재판이 예정돼 있다. 김 사장은 20년이 넘도록 포장마차 장사를 하며 돈을 모았고 2009년 서울 종로구에 ‘궁중족발’을 개업했다. 조금씩 번창해가자 2013년에 리모델링도 했고 단골 손님도 많아졌다. 하지만 2016년 1월 새로 들어온 건물주가 갑자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0만원을 요구하면서 2년의 악몽같은 시간이 펼쳐졌다.

궁중족발 사태는 임대인과 임차인 분쟁의 상징이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남자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항거’는 3.1운동과 4.19혁명이라는 절대다수 시민을 억압했던 구조적 악에 맞섰던 역사적 사건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왜 법적 절차를 거쳤음에도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석궁 뒤에 있었던 것

김 전 교수는 원칙주의자였다. 수학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고 이를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문제제기했다. 하지만 성대는 여러 사유를 들어 김 전 교수에 대한 승진을 누락했고 1996년 2월 재임용에서 배제했다. 김 전 교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성대 측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김 전 교수는 1998년 해외로 떠났지만 교수 지위가 없는 것이 발목을 잡아 무보수 연구직에 전전하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됨에 따라 재심청구나 공적 소송제기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자 김 전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법적 싸움을 이어간다. 하지만 또 졌다. 

판사를 지목해 1인 시위에 나섰던 김 전 교수. (사진=김명호 전 교수)

김 전 교수는 법전을 꼼꼼히 공부했고 판사들이 법 절차에 따르기 보다는 재판 편의주의로 심리를 진행하는 일에 강한 불만을 품었고 더불어 재판부와 성대 측이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기도 했다. 그래서 판사들을 정조준해 1인 시위를 하고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김 전 교수에 대한 악명은 높아져갔고 법원은 더욱 배타적으로 나오게 됐다. 

김 전 교수가 석궁을 들게 된 배경에는 ‘교수 재임용 제도’와 ‘사법 불신’이 있다. 

1975년 도입된 재임용 제도는 군사정권이 교수들을 길들이기 위한 차원으로 설계된 측면이 있다. 실제 사립대는 재임용을 미끼로 말을 듣지 않는 교수를 배제해왔다. 

최근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관행과 편의만 생각하는 판사들과 법원의 풍경을 보여줬다. 재판은 소송 당사자에게 인생이 걸린 문제라 판사들의 편의주의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짜여져 있어야 한다. ‘죄형법정주의’와 ‘공판중심주의’라는 방어막에 숨어 정의와 문제해결에는 무관심한 판사들 그리고 그런 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은 매우 높다. 특히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으로 인해 이런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김 전 교수의 스토리는 영화 '부러진화살'로 재현됐다. (포스터=아우라픽처스)

건물주 위주로 짜여진 법률

과거 건물주에게 냈던 월세는 297만원(보증금 3000만원)이었다. 무려 4배가 올랐다. 새로운 건물주의 요구는 그 돈 내기 어려우면 나가라는 통보였다. 김 사장은 이미 투입한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따를 수 없었고 기존 규모의 월세를 납부하기 위한 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3개월 동안 무반응이었고 이를 근거로 명도소송(매수인이 부동산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점유자가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을 걸었다. 김 사장은 월세를 법원에 공탁했지만 건물주는 상가임대차보호법(상임법)을 악용해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웠고 결국 소송에서 이겼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경자씨는 그동안 자기 발언을 하거나 목소리를 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 사태 이후 이런 자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건물주는 법적 정당성까지 부여받았으니 이제 무자비하게 강제 집행에 나섰다. 장사 인생의 모든 결과물이 궁중족발에 있다고 여기는 김 사장은 저항했다. 2년간 12차례에 걸친 강제 집행은 민간 용역이 동원됐고 매우 폭력적이었다. 가게 안에 사람이 있었음에도 지게차가 문을 부쉈고, 여성의 치아가 부러졌고, 김 사장의 왼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됐다. 

쌍방 갈등이 점화되는 과정에서 건물주는 통신으로 언어폭력을 일삼았고 김 사장을 돕는 사람들에게도 고소고발로 대응했다.

김 사장과 아내 윤경자씨는 궁지에 몰리자 1인 시위를 통해 건물주에 상생을 촉구했다. 건물주는 강자였고 법을 이용할줄 알았는지 “부인을 고소하겠다” “법으로 죽이겠다” “일망타진” 등의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김 사장의 둔기 뒤에는 불완전한 ‘상임법’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적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었다. 

부동산은 곧 ‘돈벌이’

부동산은 한국인에게 ‘사용’의 대상이기 보다는 ‘돈벌이’의 대상으로 강하게 인식돼 있다. 땅이나 건물 소유주는 보통 부모가 부자이거나 엄청난 유명인(연예인·스포츠 스타·사업가)이 아니면 전문 투자자 등 세 부류 외에는 거의 없다. 평범한 시민들도 이 소수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적 패러다임이 강화되는 것인데 문제는 부동산은 결국 생산수단으로서 사용돼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시민은 건물주와 땅주인과 집주인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장사하고 사업하고 주거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조정훈 감정평가사는 6월29일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싣고 “부동산을 소유하는 이유가 임대료와 양도차익이므로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임대료와 높은 양도차익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개인의 중요한 능력”이라며 “(한국은) 부자들이 보유한 자산 중 부동산의 비율이 상당히 높고 부동산 건설과 관련된 각종 산업이 발달해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 구조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유리한 방향으로 세팅돼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의 의미는 투자와 재산증식의 수단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구조 속에서 “손바뀜(주인의 전환)을 통해 양도차익이 발생하므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니 덩달아 임대료도 상승하고 상승한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는 인근 부동산의 가격과 임대료를 올린다”고 볼 수 있다.

건물주는 건물의 가치를 올려놓은 상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자신이 투자한 액수 대비 차익을 뽑아내려는 것에만 올인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을 고통스럽게 만든 건물주의 경우는 좀 극단적이지만 대부분의 건물주들도 치열한 이익 경쟁과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희박한 게 현실이다.   

조 평가사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소유하는 것을 부담이 되도록 하고 불편하게 만들면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희석된다. 이러한 방편 중 하나가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보유세나 종부세의 실효세율 강화 그리고 공시가격의 현실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의 생존권 차원으로 봐야 하는 주거권이 재산권에 밀리지 않도록 하고 건물 소유로 인한 이익 요인을 줄여서 부동산이 실 사용자에게 더 많이 쓰여지도록 만드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정치권에서는 상임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쫓겨나지 않을 권리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7일 오후 궁중족발을 찾아 ‘백년가게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상공인이 건물주에 의해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인데 정 대표는 “우리 사회의 현재 가장 아픈 손가락은 630만 중소상공인이다. 지속적인 경제 불황·임대료 상승·임금 인상 등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들에게 돌파구는 상가임대차 문제의 해결”이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민주평화당의 대표직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임차인을 위한 입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대표는 “상권을 살려놓으면 임대료를 올려 상권 활성화 주역인 임차 상인은 내몰리고 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현실에서 장사가 잘 돼도 안 돼도 걱정”이라며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10조 1항과 2항)은 최대 5년까지만 법으로 보장해주고 있을 뿐이다. 5년이나 장사를 계속한 가게는 자리잡은 가게다. 하지만 5년 지났으니 가게를 비워달라면 임차인은 쫓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유효기간을 5년이 아닌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뛰어넘어 “누가 10년만 장사하고 그만두려고 하겠는가.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또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 방식, 미국의 99년(50년+49년), 일본의 차지차가법 등 여러 임대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차지차가법은 임차인에게 임대인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 합의한 사항조차 무효로 만들 수 있는 규정도 있다. 또한 임차 기간을 오래도록 유지해주는 보호 규정이 있고 건물주는 결코 쉽게 임대차계약을 종료할 수 없다. 일본에 100년 넘은 우동집과 선술집이 즐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저녁 궁중족발 사태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사장은 근면성실한 상인이었는데 그가 살인미수의 행위를 범하게 된 데에는 상임법에 의거해 판결내린 판사들을 통해 다가온 국가의 방임이 한 몫 했다. 개인이 석궁을 들고 둔기를 휘두르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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