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음에도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 선거제도 개혁과 바른미래당 살리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올드보이 3인방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 모두가 ‘어게인 2007년’을 떠올리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왔던 이해찬·정동영·손학규가 모두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손 전 위원장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의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손학규 전 위원장은 애초부터 바른미래당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손학규 전 위원장은 애초부터 바른미래당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방선거가 끝나고 두 달이 흘렀다. 바른미래당은 전체 4006명의 당선자 중 26명만 당선시킨 참담한 상황이고 그 결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졌다. 당의 대주주인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났고 박주선 전 공동대표도 마찬가지다. 손 전 위원장도 선거의 총 책임자였기 때문에 두 달만에 당권 도전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손 전 위원장은 “한국 정치의 개혁을 위해 나를 바치겠다는 마음으로 여기 섰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른미래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정치적 커리어로는 3인방 모두 안 해본 것이 없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개인적인 의사를 뛰어넘는 시대적 소명을 강조했는데 손 전 위원장도 그런 차원을 내세우고 있다.
 
그 내용은 뭘까. 

먼저 최근 들어 민주당 외에 모든 정당에서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손 전 위원장은 “승자독식의 정치 제도, 선악 이분법적 정치대결, 제왕적 대통령제 등 다원주의 민주사회의 특성과 맞지 않는 폐해를 극복하고 살려서 다당제 정치로 나가야 한다”며 “협치의 제도화와 연립정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전 위원장이 2016년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내려와 제안한 ‘7공화국 건설’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정치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식 단순다수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를 고착화시켰고 안철수 전 후보의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 실험은 모두 이 질서에 균열을 내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특히 보수적 영남과 진보적 호남이라는 지역에 기반하는 양당 체제에서 바른미래당 통합을 완성한 공신들은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손 전 위원장은 “우리 당에는 어떤 정당도 갖지 못 한 가치가 있다. 안철수·유승민 두 분의 정치적 결단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의 통합을 통한 개혁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바른미래당 탄생의 대의는 올바른 길이었다. 이 소중한 가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이념지향적 낡은 진보”와 “반공냉전이데올로기·성장지상주의에 갇힌 낡은 보수”로 규정한 뒤 바른미래당은 “미래형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가겠다고 공언했다. 

손학규 전 위원장은 애초부터 바른미래당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수많은 기자들이 손 전 위원장의 출마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대의명분을 이루기 위한 각론은 대략 △당내 통합 △세대교체 △협치론 △당의 좌표 등 4가지로 압축된다. 물론 손 전 위워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흔히 말하듯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식으로 사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구체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손 전 위원장은 “당내 통합이 첫 번째 과제”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화학적 결합으로 완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손 전 위원장은 스스로 과거 “당대표를 두 번(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 했고 야당 통합을 이뤄냈다. 바른미래당의 통합 정신을 살리고 그 뿌리를 내려 앞으로 전개될 정계개편의 중심을 이루고자 한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올해 72세 정치 원로에 가까운 손 전 위원장은 “세대 교체의 길을 열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은 올드보이지만 “새로운 세대가 당을 이끌도록 준비하겠다”는 것이고 “인재영입은 그 시작”이라는 취지다. 인기없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 바른미래당은 “지금 문을 열어 놓는다고 사람들이 그냥 들어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처절하게 반성하고 특권과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세상을 위한 마당을 닦아놓을 때 여기가 미래 한국을 요리할 차세대 리더들이 모일 장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협치 내각 제안에 대해 주요 정책을 놓고 충분히 논의한 뒤 입각을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손 전 위원장도 “장관 자리 한 두 개를 시혜적으로 주고 일방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은 결코 협치가 될 수 없다. 국가 정책의 중요한 과제에 대해서 야당과 타협을 하고 제도적으로 합의를 한 후에야 장관 자리 교섭이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위원장은 “중도통합의 새로운 정치는 시장주의·평화주의·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며 “우리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제3의 길은 바로 이러한 길이고 2000년에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을 저술한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밝혔다. 

즉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실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시장을 존중하고 기업 활성화를 위한 뒷받침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이제는 “통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평화 패러다임으로 남북관계가 바뀐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세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속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 번영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지방선거 정국이 한창이던 때 손 전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의 선거 총 책임자로 추대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5월 지방선거 정국이 한창이던 때 손 전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의 선거 총 책임자로 추대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손 전 위원장의 정치적 의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한편, 바른미래당의 당권 도전 인사는 손 전 위원장을 포함 현재까지 12명(하태경·이준석·신용현·김수민·정운천·장성민·김영환·이수봉·장성철·허점도·권은희)이다. 현역 국회의원 4명(하태경·신용현·김수민·정운천)에 원외 인사 8명(손학규·이준석·장성민·김영환·이수봉·장성철·허점도·권은희)인데 오는 11일 예비 경선에서 6명으로 압축되고 9월2일 전당대회에는 이들 6명 중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3명이 신임 지도부에 오르게 된다.

최고위원 중 한 명은 무조건 여성에 할당돼 있어서 3등 안에 들어야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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