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혁 ‘전도사’ 정동영이 넘어야 할 민주당의 ‘벽’
선거개혁 ‘전도사’ 정동영이 넘어야 할 민주당의 ‘벽’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09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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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한 세트로 논의, 아니면 둘로 분리돼 논의되나, 민주당의 미묘한 속내, 권력구조에서 대타협 가능하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웃으면서 “추미애 대표와 밥먹으면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뒤 기자와 만나 민주당이 원하는 개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혁을 맞교환하는 대타협에 이를 수 있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정동영 대표는 추미애 대표를 만나 거의 대부분을 선거제도 개혁 요구에 할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추미애 대표를 만나 거의 대부분을 선거제도 개혁 요구에 할애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대표는 5일 당대표로 선출된 뒤 연일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싣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전도사라는 말까지 붙었다. 현재 박주현 의원(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 대변인으로 활동)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해놓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있고 그런만큼 논의 속도를 높여 연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식 단순다수대표제와 달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의 비율을 2대 1로 맞추는 것으로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는 제도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독주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전후로 자유한국당도 여기에 호응하고 있다. 

문제는 득표율 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지라 민주당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미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고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당위적으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거부할 도리가 없긴 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4인 선거구제 쪼개기를 자행했을 만큼 의석수 독점의 이권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현재 당권 경쟁 중인 김진표·송영길·이해찬 후보 3인도 이 부분에 관해 속시원한 언급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송영길(왼쪽부터)·김진표·이해찬 의원이 8일 오후 부산문화방송 사옥에서 열린 생방송 합동토론회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송영길(왼쪽부터)·김진표·이해찬 의원이 8일 오후 부산 MBC에서 열린 생방송 합동토론회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영길 후보는 7일 보도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의 선거제도 개혁 요구와 관련) 국회가 일은 안 하고 자기들 밥그릇 문제만 계속 논의하면 국민이 국회를 외면하게 된다. 야당과 논의를 하는 대신 병행적으로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식물 국회의 원인인 국회 선진화법 개정까지 같이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현실적으로 선거제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민주당이 반길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7일 보도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 나오면 100% 다 협조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 하나만 적극 앞장선다면 전적으로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그것(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라며 조건부 완전 협력의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미지근할 경우 다른 사안에도 미지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대표는 연일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쏟고 있는데 협상의 묘수를 발휘해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거제도와 개헌은 한 세트로 동시에 논의되어 왔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관이다. 올 상반기 개헌 협상에서 여야는 ‘권력구조’의 형태를 두고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했다. 

정 대표도 “굉장히 중대한 국면이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 걸려있다”며 둘이 연동되는 이슈라는 점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당연히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그대로 두기를 원할 수밖에 없어서 대통령제의 근간을 유지한 채로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내치를 국무총리가 맡고 외치를 대통령이 맡는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우고 있고, 야3당 개헌공조(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는 국회 다수당이 국무총리를 추천하는 총리추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 안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야3당이 적극 나서게 되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덜 나누는 권력구조 안을 역제안 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정치개혁 공동행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헌정특위 지방선거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이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월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정치개혁 공동행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헌정특위 지방선거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이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권 후보들에 대해) 야당과의 관계에서 풀어야할 숙제가 많지만 개헌(권력구조를 포함해)과 선거제도 개편 그리고 협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분이기를 바란다”며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 암시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매우 강조하고 있고 지난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의 표현대로 신임 당대표는 그런 방향으로 선거제도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물론 최대한 국회로 권한을 가져오려는 한국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지만 그러다가 자칫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야3당의 중재 전략이 어떻게 이뤄질지 특히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하고 있는 정 대표가 어떤 묘안을 만들어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개헌이 붙어서 선거제도 개혁이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경향신문은 8일 사설을 통해 “문제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다. 최근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이해찬·김진표 의원 모두 선거제도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개헌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개헌이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두 사안을 연계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주현 평화당 대변인도 8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헌은 워낙 복잡하고 중대한 이슈라서 선거제도부터 끝내고 그 다음에 따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둘의 분리를 강조했다.

박주현 대변인은 한국당의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현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개헌과 선거제도가 분리돼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혹여나 민주당의 선거제도 개혁 동참을 위해 권력구조 타협이 이뤄진다면 한국당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8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선거제도를 요구하는 야당에 대해) 당내 분위기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의심 이런 게 있다”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필요할 때마다 (선거제도를) 딱 꺼낸다. 그 다음엔 공동야권연대 형성이 약간 된다. 그리고 그것 가지고 다른 건 뭐든 좋다는 입장(이 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를 연결고리로 야권 연대를 구축하고 이 힘으로 여당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정략적 관점에 대해서 의심한다는 취지다. 한국당이 정국 주도권 차원에서 선거제도를 이용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당도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추세지만 70년 간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 존재해왔기 때문에 야3당에 비해 절박함이 덜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선거제도 관련 언급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렇게 한국당의 정략적 의도를 명분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일 수 있다. 강 의원은 그런 민주당의 미묘한 속내를 드러냈다.  

강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 협상에) 응할 것이다. 아마. 다만 논의가 잘 될 거냐? 이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선거제도와 개헌이 한 세트로 움직이는 흐름은) 협상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법 피해사례를 통해 본 선거제도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7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법 피해사례를 통해 본 선거제도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같이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민주당이) 명분상은 받아야 되고 실제상은 받으면 저 당들 살려주는 꼴이 되는데. 대의를 보면 선거제도 개혁은 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추 대표를 만나 “지난 2년 동안 정말 애쓴 추 대표께서 유종지미로 선거제도 개혁의 큰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께서 축하 전화를 주셨기에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좀 실어달라고 부탁드렸다”며 거듭 요구했고 추 대표는 “나는 25일이면 (당대표 임기가) 끝난다”고 웃으며 응수했다. 

정 전 의원의 말처럼 하긴 해야하는데 망설여지는 민주당의 속내를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배경을 알고 있는 야3당은 연일 민주당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지만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은 물론 묵묵부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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