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대표 선거 출마선언, 청년 정치인에 대한 편견 비판, 근본적 개혁 방안으로 인재 양성 강조, 올드보이 인정 안 해, 하태경 오락가락 외교안보관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서울 노원병)은 2011년 12월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돼 큰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키즈’로 불렸고 27세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 전 위원장은 출마 의사만 보이고 출마선언을 가장 늦게 했는데 연대할만한 후보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준석 전 위원장은 출마 의사만 보이고 출마선언을 가장 늦게 했는데 연대할만한 후보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전 위원장(34세)은 김수민 의원(33세)과 함께 현재 바른미래당에서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이고 둘 다 출사표를 던진 만큼 어떤 경쟁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특히 다른 정당의 전당대회(전국당원대표자대회) 구도에는 청년 정치인의 출사표가 전무한 상황이고 전날 바른미래당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 비하면 40년 차이가 나서 연령별 다양성의 폭이 커졌다.

이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에서 △청년 정치인에 대한 편견 비판 △정당 개혁안 크게 두 가지를 어필했다.

먼저 이 전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젊은 사람이 등장하면 경험과 경륜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찍어 내리거나 그저 기다리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지” 물음을 던지면서 “(그동안) 쌓고 싶지 않은 경륜이 하지 않았으면 좋을 경험이 많았다”고 말했다.

본인이 지켜본 일종의 구태 정치인데 △공천 과정에서의 비상식적인 행태 △쥐꼬리만한 권력에 태도 변화 △내가 남을 밟아야만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등이 그 사례다. 

올드보이 3인방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의 귀환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날선 비판을 가했다. (캡처사진=연합뉴스TV) 

이 전 위원장은 이런 게 “경험이고 경륜이라면 나는 단 하나도 배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과 싸울 것이고 지금까지 싸워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은 이해찬·정동영·손학규 올드보이 3인방이 최근 각각 당 전면에 나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 중에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이 나이 든 인물들을 경륜과 경험을 보고 뽑았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 묻고 싶다. 지금까지 합종연횡을 해왔던 그런 경륜일 것이고 경험이라고 한다면 매번 국민을 절망에 빠트렸던 경험일 것이다.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날선 비판을 했다. 

손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 내용에 대해서는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민주당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가진 게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은 가진 것이 없다. 나는 뭔가 만들어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쟁 후보 12명의 후보들(하태경·이준석·신용현·김수민·정운천·장성민·김영환·이수봉·장성철·허점도·권은희)의 출마선언문 속 개혁 방안에 대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데 왜 전부 때를 밀겠다고 하는가”라며 겉핥기 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위원장은 극약처방으로 불릴 만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전 위원장은 극약처방으로 불릴 만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의 개혁 방안은 스스로 “극약처방”이라는 규정 하에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낼 능력있는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모든 선거 후보자에 대한 적성평가 실시 △비례대표 후보 전원을 토론 토너먼트로 선출 △중앙당의 여성위원회·청년위원회·장애인위원회 해체를 공약했다. 

말하자면 “과거의 기억에 젖어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좌절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9급 공무원을 놓고도 무한경쟁을 한다. 그런 공무원들을 감시해야 하는 지방의회 의원이라면 그에 준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고 “밀실에서 진행됐던 비례대표 공천은 분란의 씨앗이 됐고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 위한 황당한 계파 줄서기는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적성평가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업에서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된 (공무원 시험) 5급에서 7급까지 시행하는 공직적성수행평가가 있다.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라고 한다. 이에 준하는 시험을 자체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테고 버금가는 또 다른 평가를 통과한 사람을 면제해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SAT는 암기 위주의 기존 평가 방식이 아닌 신문 기사와 같은 글을 제시하고 이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수치자료를 제시하고 이를 얼마나 잘 분석했는지를 검증한다. 

이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그걸로 우열을 가리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1점 높은 사람이 공천받는다. 이런 거 아니다. 다만 국민이 봤을 때 과락 정도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 사람들은 절대 공직 후보자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 취지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학교 논술시험도 아닌 객관식 정답을 찾는 테스트로 선출직 정치인의 기본 자격을 가늠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은 “젊은 사람들이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줄 때 그때 젊은이들이 찾아들 것”이라며 과거 사법고시가 개천에서 용나는 통로로 기능했듯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테스트가 마련된다면 청년 정치인이 뭘 준비하면 되는지 선명해져 인재 영입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쏘카(공유자동차서비스)를 빌려 전국을 돌았고 민심 청취와 출마의 변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이준석 전 위원장 페이스북)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 토론배틀을 통해 광역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진행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런 경험을 살려나갈 것을 주장하며 “이전에 비례대표 선발을 토론형식으로 진행하자고 건의한 바 있는데 당에 대한 기여도를 보자, 살아온 인생 스토리를 보자 등 기득권의 방해가 있었다. 당이 이런 요식행위를 하는 바람에 지원하려던 젊은 인재들이 포기했다”고 밝혔다.

즉 “철저하게 블라인드 선발을 실시할 것이다. 당 기여도·학력·이력 등은 보지 않고 오직 실력만을 보면서 비례대표제를 개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관련해서 지방선거 공천 갈등(송파을·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권 선거)에 대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화학적 결합이 완료되지 않았다. 가장 큰 책임은 공천 갈등을 일으킨 자들에게 있다. 당원들은 분개하고 있다. 그 자들이 단 한 마디 없이 스리슬쩍 넘어가려고 하는데 내가 대신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공천 제도 정비를 통해서 무도한 자들 때문에 피해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개 위원회를 해체한다는 것은 논쟁적일 수 있지만 더 이상 약자적 주체에 대한 특별 기구를 만들어 당직을 주는 방식으로 써먹는 것이 아닌 보편적 주체로 능력만 되면 중앙당 어느 자리에든 기용할 수 있다는 게 본래 취지다. “당직 나눠주는 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인데 관건은 이 전 위원장이 만약 당대표가 됐을 때 대변인과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에 현역 의원이나 유명 원외인사를 앉히던 관행을 탈피할 의지를 보일 수 있느냐다.
 
본인 스스로 젊다는 이유로 정치적 편견을 겪어왔기 때문에 그런 색안경을 벗고 오직 능력만으로 과감한 인재 등용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위원장은 분명 박근혜 키즈였지만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까지 할 정도로 진영논리를 탈피하고자 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지만 탄핵에 동참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었는데 두 사람은 진영과 계파 중심이 아닌 가치와 철학 위주로 정치적 행보를 걸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개혁 보수의 길이 아직 험난하고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도를 표방한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 약진했지만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건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속 그런 움직임은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초라한 결과를 맞닥뜨렸다.

개혁 보수에 들어맞도록 어떤 정책과 가치 그리고 스탠스를 설정할지가 중요한데 이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내가 그랬듯이 보수 정체성을 가지고 임할 것이며 어쭙잖게 표를 구걸하겠다는 생각으로 내 신념을 버릴 생각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2일 출마선언을 했고 이 전 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바른정당 출신으로 개혁 보수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태경 의원은 2일 출마선언을 했고 이 전 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바른정당 출신으로 개혁 보수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와 관련 사안마다 과감한 인식 전환을 통해 관심을 끌고 있는 하태경 의원에 대해 “오락가락 하는 외교안보관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 정치에 대한 전문성은 배우려고 한다. 내가 볼 때 하 의원이 방송에 나와 하는 말을 조합해봤을 때 일관된 안보관이나 정책을 갖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위원장은 바른미래당 당권 구도가 안심(안철수)과 유심(유승민) 얻기 경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앞으로 전당대회 일정 동안 절대 조직선거 하지 않겠다. 어떻게 보면 유심을 얻겠다고 나설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내가 서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남의 이름 팔고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금까지 적어도 바른정당 창당 때부터 같이 했던 동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출마하겠다고 말은 했음에도 출마선언을 제일 마지막으로 늦춘 것은 과연 혹시라도 정당 개혁에 대해 진정성을 가진 후보가 또 있느냐를 보고. 있다면 연대하고 함께 고민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혀 그런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어렵게 갈 것으로 본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강제로 세대교체 시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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