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③] ‘선거제도 개혁’은 4년 중임 ‘대통령제’와 함께?
[선거제도 개편③] ‘선거제도 개혁’은 4년 중임 ‘대통령제’와 함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1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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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개헌 권력구조 받아들여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 가능, 의회 권력과 행정 권력을 다 쥐고 있는 민주당의 협상 전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은 창당 때부터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를 주장해왔고 6월말 선출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최근 선출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선거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8월25일 전당대회(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새로운 당대표가 뽑힐 예정인데 유력 후보인 이해찬 의원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의원은 9일 오전에 라디오, 오후에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도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의원은 9일 오전에 라디오, 오후에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도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9일 KBS <최강욱의 최강시사>에서 “지금은 소수자의 권리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되지 않나. 지금 소선거구제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일부 작용을 하는데 비례대표 의석수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게 잘 반영이 안 된다. 2개를 연계해서 해야 되는데 우선 선거구제만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개헌하고 같이 해야지. 그래서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안(권력구조)에 동의하면 저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개헌 권력구조 안으로 원하는 4년 중임의 대통령제에 야당이 협조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은 민주당 입장에서 최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덜 내려놓고 싶어할 것이고 야당은 당분간 집권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최대한 국회에 권한을 가져오고 싶어한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내치 대통령·외치 국무총리라는 이원집정부제(분권대통령 책임총리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회가 국정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서서 총리를 선출해 행정권을 행사하는 방안이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나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야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개헌공조를 통해 총리추천제(국회가 합의를 통해 추천한 총리가 행정부의 권한 행사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대통령은 추천된 총리 후보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야3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들이 공동입장문을 양당에 전달할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야3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들이 4월12일 개헌 관련 공동입장문에 합의했고 이를 양당에 전달했다.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구제와 개헌은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각제를 하는 나라는 중대선거구제를 하는 경우가 많고 대통령 직선제를 하는 나라는 대개 소선거구제를 많이 한다. 둘이 연계돼 있다”며 “정부안은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다른 당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서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뉘앙스로 봐서는 내각책임제나 아니면 이원집정부제 정도를 할려고 하는 것 같다. 그건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어서 좁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의원의 판단과 달리 한국당은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밝혔듯이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는 대통령 선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총선만으로 의회 권력을 선출하고 여기서 내각을 구성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독주한만큼 원내 1당으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껄끄러워 한다. 당위적으로는 필요한 일이지만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이 있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인 한국당마저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를 봤는데 예컨대 한국당은 서울시의회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 25%를 기록하고도 서울시의원 당선자는 6명(총원 110명)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득표율 50.9%를 얻고도 102명이 당선됐다. 서울시민의 표심이 상당히 왜곡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당대표로 유력시되는 이 의원은 개헌과 선거제도를 연동해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대표로 유력시되는 이 의원은 개헌과 선거제도를 연동해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선거제도 하에서는 가장 큰 정당이 절반의 득표율로 의석의 90% 이상을 가져가고 나머지 정당은 극심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당은 민주당과 함께 그 기득권을 누렸지만 국정농단 이후 갈수록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선거구마다 한 명만 뽑는 소선구제는 다르게 표현하면 1등만 당선되는 단순다수대표제다. 흔히 거대 양당의 상호 강력한 견제를 중심으로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채택하는 선거제도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정당에 득표하는 비례대표제 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제의 비중이 훨씬 높다. 

쉽게 정리하면 민주당은 의회 권력과 행정 권력을 다 쥐고 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전자를 양보해야 하고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을 하면 후자를 양보해야 한다. 

즉 야당이 전자를 요구하면 후자는 양보해야 한다는 속내가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은 불과 2년도 안 남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제만 도입할 수 있는가 검토를 해봐야 한다. 비례대표 숫자가 많지 않아서 거기다가 좀 더하는 것은 큰 개혁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은가.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논의를 침착하게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이 얼마 안 남았고 개헌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도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 근거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정수를 거론했지만 사실 2015년 중앙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안으로 내놓은 것을 기준으로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선관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대 1로 하는 것이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총원 300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총선 비례대표제를 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도권 권역에 100명의 의원이 할당됐고 A당이 4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40석을 가져가는 것이다. 만약 A당의 수도권 지역구 당선자가 14명이라면 나머지 26명은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것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시키는 것이고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득표가 제일 중요해진 것이다.  

총원을 그대로 두고 비율을 조정하면(현행 300명 중 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200명·100명으로 조정)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행 253명 지역구 의원수의 50%인 127명으로 비례대표 수를 증원하기 위해 총원을 38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4월11일 보도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당시) 특위 위원들이 의석수가 늘어나는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법률로 정하면 되기 때문에 개헌안에 넣을 필요는 없다. 국민 정서상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예산 갖고도 더 많은 의석을 운영할 수 있다. 오히려 숫자가 늘어나야 특권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현재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주현 의원(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 대변인)이 관련 법률(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놨고 모두 정수 증가를 상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지역구 정수 감축이라는 장애물을 전제해놓고 논의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개헌 권력구조에 대한 야당의 양보가 있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쉽게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7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법 피해사례를 통해 본 선거제도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따로 떼어놓고 각각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8일 사설을 통해 “문제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이다. 최근 당대표 후보로 나선 송영길·이해찬·김진표 의원 모두 선거제도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개헌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개헌이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두 사안을 연계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주현 평화당 대변인도 8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헌은 워낙 복잡하고 중대한 이슈라서 선거제도부터 끝내고 그 다음에 따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둘의 분리를 강조했다.

정동영 대표 역시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개혁을 회피하기 위한 언술일 뿐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의원 등 민주당 입장에서 앞으로도 둘을 연계해서 주고 받으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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