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회담’ 이후 두 달, 북미의 이행 ‘성적표’
‘싱가폴 회담’ 이후 두 달, 북미의 이행 ‘성적표’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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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선언 전후 북미 협상 관련 이행 성적표, 비핵화 시간표 원하는 미국과 종전 선언 원하는 북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6월12일 싱가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지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남북은 고위급 회담을 열고 이산가족·문화·예술·체육·군사·인프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교류협력을 이어왔다. 8월말 또는 9월초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반면 북미는 묘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협상이 지지부진 했던 게 현실이다. 

7월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다가 떠나자마자 북측에서 “강도적인 요구”라는 비난을 했고 미국 내에서는 언론과 민주당의 북한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동안 북한은 뭔가 많이 이행했지만 미국은 군사훈련을 유예한 것 외에는 별로 한 것이 없다. 사실 북한이 제일 원하는 것은 체제보장 차원으로 군사적 타격을 하지 않겠다는 보증도 있지만 경제 개발을 위한 제재 완화도 크다. 

미국은 군사훈련 유예 외에는 정치적 선언만 많이 했고, 북한은 실질적으로 3가지 조치를 이행했다. (자료=박효영 기자)

하지만 미국은 제재 완화에 대한 시그널을 전혀 주지 않고 오직 비핵화 시간표와 핵 시설 품목을 제출해달라는 요구만 하고 있다. 특히 7월6일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 북미 관계가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 했고 떠난 직후 북측의 “강도적 요구” 발언이 나왔는데 북미 간의 협상이 최악으로 끝났다는 것을 상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7월19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빈손으로 갔으니까 빈손으로 오지”라며 “외교라는 건 상호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갔을 때 분명히 보따리를 가지고 갔어야 했다. 북미 수교라든지 평화체제 관련 종전 선언을 언제까지 하겠다든지 이런 걸 보여주고 이렇게 할테니까 북한은 뭘 내놓을 것이냐고 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공수래 했으니까 공수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차와 2차까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갔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만나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회담하러 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좋으면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환송 오찬을 해줄 수 있는데 그게 없으니까. 빈손으로 온 사람을 만나주면 그건 진짜 과공은 비례”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미국의 빈손 방북에 대해 비판했다. (캡처사진=SBS)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김 부장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 친서를 공개했고 그 내용은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고 조미 관계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 주리라고 확신한다”고 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자료=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김 위원장이 미국 내 불신 여론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믿음을 주려고 한 것이다.

같이 출연한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북한은 분명히 전체적으로 체제보장과 비핵화라는 것이 마지막에 가서는 균형을 이루는 건 아는데 초기에 자기들이 양보해야 하는 게 많은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실제 몇 가지 양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도 뒤에 많은 약속이 있지만 앞부분에 해야할 일이 몇 가지 있다”며 △군사훈련 중단 △종전 선언 △제재 완화를 꼽았다. 

현재 미국이 해준 것은 첫 번째인데 “실제로 미국에서 한 번 관둔 것이지 언제든지 다시 (한미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이행 성적에 불만족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캡처사진=SBS)
김준형 교수는 미국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캡처사진=SBS)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월1일 방송된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의 모든 WMD(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1년 안에 해체하는 방안에 대한 계획을 만들 것이고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조만간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이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고 협조만 잘 해준다면 아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재가 해제되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지원도 흘러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빨리 움직이는 것이 이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강조한 ‘1년 비핵화 시간표’는 기존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2년반 시간표 보다 훨씬 단축된 것으로 거의 일괄타결(All in one) 방식에 가까울 정도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심지어 볼턴 보좌관은 5일 방송된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북한의 비핵화다. 김 위원장은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일(비핵화)을 할 것이고 1년 안에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 미국은 1년 동안 비핵화의 시한을 정해놓고 그게 지나면 협상을 안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니다. 1년이라는 기간은 김 위원장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의 이러한 발언은 어찌됐든 최대한 빨리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ICBM 등 일련의 비핵화 작업에 착수하도록 보채는 의도가 깔려있다.

볼턴 보좌관은 연일 강경 모드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캡처사진=폭스뉴스)

이런 분위기에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미국이) 제재 완화를 끝까지 비핵화 할 때까지 안 해줄 모양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말만 안 했지 리비아 모델과 뭐가 다르냐는 얘기를 하게 된다”고 관측했다.

북한은 12일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를 통해 한미에게 종전 선언을 촉구했다. 

메아리는 “종전 선언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며 “북남과 조미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종전 선언부터 채택돼야 한다. 종전 선언 채택없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원래 종전 선언이 예측되는 좋은 타이밍은 6월12일 싱가폴 회담이었다. 이때 문 대통령이 싱가폴로 가서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끝내 무산됐다. 다음으로 좋은 타이밍은 유엔 총회(9월18일~30일) 때 김 위원장이 뉴욕에 방문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이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전 장관은 “어려움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유엔 총회 때니까 그때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 교수는 “국제정치적으로 세계가 보는 곳에서 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평화협정을 맺고 북미 수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국제전이었던 6.25 전쟁을 정치적으로 종전 선언하는 것임에도 북미 양국은 각각 달리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착수하기 위한 일종의 체제보장의 1차 조건으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종전 선언을 해주는 것에 대해 크게 내주는 하나의 카드로 보고 비핵화의 시간표 정도는 확보한 뒤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미국의 조야(조정과 민간)와 소통해본 결과 “미국 쪽은 종전 선언이 정치적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해 종전 선언을 해주면 유엔사령부와 주한미군 지위의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카드를 줄 수 없다. 미국 쪽에서는 이 정도(모라토리엄·풍계리·동창리) 가지고는 종전 선언과 등가라고 얘기를 안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안 내놨기 때문에 종전 선언을 못 준다는 게 사실상 미국 내부의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미는 종전 선언과 비핵화 시간표를 중간단계에서 맞바꾸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전화와 메시지 또는 이메일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정부와 거의 매일 혹은 하루 걸러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고 볼턴 보좌관은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4차 방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갈 것임을 암시했다.

김영철 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협상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7월27일 북한의 유해송환을 전후로 좋은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25일 상원 청문회에서 “유엔을 통해 (부분적 대북제재 예외 인정에 한국 정부의) 요청이 왔다. 우리는 한국이 요청한 각각의 사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미 남북한 군 통신선 복원 관련 예외는 인정한 바 있다. 다른 것들은 현재 심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7월20일 뉴욕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에서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북한과 대화 협력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선 제한적인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고 공식 요청했다.

미국 입장에서 유해송환 및 발굴은 꼭 해야하는 당위적인 일이고 북한의 도움을 받아 이를 진행하려면 미군 병력과 감식 전문가가 방북해야 하고 장비와 연료도 반입돼야 한다. 북측 인력에 대한 비용 처리도 해줘야 한다. 즉 유해송환을 명분으로 한 번 대북제재의 예외가 인정되고 이것이 좋은 효과를 거둔 경험으로 축적된다면 남북 경제교류 및 미국의 부분적 제재 완화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차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리해보면 미국은 과거 북미 협상의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비핵화에 대한 보증과 확실한 시간표가 필요하고 싱가폴 회담 이전에는 대놓고 리비아 모델을 거론해왔다. 북한이 부분적 조치를 해주면 그에 맞게 조금씩 제재를 완화해주던 방식을 근본적으로 싫어한다. 

반면 북한은 모든 것을 걸고 핵무장을 완성했기 때문에 확실한 체제보장과 제재 완화에 대한 과실을 중간에 얻고 싶어한다. 

분명 미국이 겉으로 봤을 때 상호작용에 소극적이긴 하지만 북한과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김 교수는 2일 방송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이번에 가서 들은 얘기지만 미국은 싱가폴에 가서 만나준 걸 엄청난 양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니까 미국같은 세계 최강대국이 북한을 만나줌으로써 (북한이 취한 4가지 조치가 있었고 이제) 등가가 됐으니까 오히려 북한이 내놔야 할 차례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8월3일 촬영된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진척을 보인다고 7일 전했다. 사진은 38노스가 행정안전본부시설 앞 건설차량 등으로 설명한 위성사진. (위성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 어려운 남북미 대협상이 틀림없다. 북미 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중간에 한국 정부가 껴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협상의 본질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이다. 싱가폴 회담에서 합의된 센토사 성명 1항을 보면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성명서 말미에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 행위를 극복하고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고도 적시돼 있다.

비핵화를 하고 체제보장을 해주면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과거의 접근 프로토콜(외교적 절차)에서 먼저 신뢰를 쌓아야 이에 기반해서 후속 조치에 이를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관료가 아닌 정상 간의 탑다운 방식이라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미 협상이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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