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0개월 만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감동의 만남, 5만여명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려면 정례화가 시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 시기 한반도는 한 나라였다. 일제로부터 해방됐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한반도는 곧 두 개의 나라로 쪼개졌다. 나라가 쪼개지자 가족도 생이별을 강요받게 됐다. 6.25 전쟁 이후 분단은 고착화됐고 68년이 흘렀다. 

20일 15시 남북 이산가족이 만났고 앞으로 일주일동안 금강산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상봉 행사는 2년 10개월 만이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주최 만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9시 북측 주최의 금강산 호텔 연회장 만찬에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민족의 평화와 가족의 사랑를 기원한다”고 밝혔고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덕택에 기쁨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남한의 상봉자는 89명이고 이중 7명은 부모 자식 간의 만남이다. 25명은 형제 간의 만남이고 나머지는 3촌 이상의 친척 상봉이다. 1차 상봉은 2박3일 동안 열리고 24일부터는 2차 상봉이 진행된다.

조혜도 할머니(86살)는 북한에서 온 언니를 만나 “살아줘서 고맙다. 아이고 언니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 언니 너무 고생했지. 아유 언니가, 얼마나 예뻤던 언니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10살도 되기 전에 헤어진 남매는 70세가 넘어 다시 만났고, 90세를 넘긴 이금섬 할머니는 생을 마감하기 전 아들을 만났다. 

남북 이념 대결이 극심했던 1945년~1948년 사이에 생이별을 한 김혜자 할머니(77세)는 남동생을 만나 “해방 때 헤어졌으니까 너 두 살 나 네 살 때 헤어진 거야. 이런 세상이 다 온다. 정말 좋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돌아가신 부모로부터 받은 빛바랜 사진을 서로 교환하며 아주 어렸을 적 희미한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101세의 백성규 할아버지는 북측의 며느리와 손녀를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혜도 할머니가 북측의 언니 조순도 할머니를 만나 부둥켜 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 씨와 만나 안부를 묻고 있다.
이금섬 할머니가 북에 있는 아들 리상철씨를 만나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고령 백성규 할아버지가 북측의 며느리 김명순(71)씨와 손녀 백영옥(48)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상봉에서는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가족도 만났는데 모두 고인이 돼 북측 친척들과 만났다. 

특히 처음 생긴 일정으로 가족끼리만 점심을 먹는 시간이 마련됐다. 20일 큰 공간에서 단체 상봉을 했다면 21일 오전 개별 상봉을 하고 가족마다 별도의 공간에서 도시락을 먹게 된다. 

1950년 6.25 전쟁으로 135만명이 사망했고 450만명이 다쳤다. 그때 헤어진 이산가족이 대략 1000만명이다. 1953년 전쟁통에 태어난 인물이 대통령(문재인)이 됐을 만큼 현재 남한의 이산가족 생존자 5만6890명의 85% 이상이 70대가 넘는 고령이다. 

그들은 가족과 생이별을 당한 한을 갖고 평생 살았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의 규모가 너무 작아 끝내 만나지 못 하고 눈을 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매년 2000여명이 사망하는 추세다. 

한신자(99세) 할머니가 북측의 딸들인 김경실(72세)과 김경영(71세)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항”이라며 생사 확인·화상 상봉·서신 교환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남북 정부가 가장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북한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몇 가지 있다.

남한 정부는 행정 전산망을 잘 갖춰놓은 편이라 이산가족 대상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생존자의 자녀가 직접 부모를 데리고 현장으로 올 수 있다. 반면 북한 당국은 △행정 전산망 미비 △생존자에 대한 숙식을 당국이 해결 △대규모 북한 주민의 남한 사람 접촉에 대한 경계심 등 애로사항이 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의 전향적인 판단과 우리 정부의 행정적 도움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정례화 돼야 하고 더 큰 규모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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