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원내대표로 선출, 만장일치 추대 방식, 문재인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경각심, 소득주도성장과 경제민주화 정책 병행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7월23일 진보 정치의 상징인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세상을 떠나고 정의당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평화와 정의(민주평화당과의 공동 교섭단체)가 무너진 것도 있지만 당장 원내 사령탑이 공석으로 남았다. 그 빈자리가 채워졌다. 

정의당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소하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했다. 임기는 1년이지만 노 전 원내대표가 6월19일 선출된 뒤 한 달을 보냈기 때문에 2019년 5월까지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초선으로 호남 지역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의원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은 윤 원내대표는 지난 3주 동안 원내대표 직무대행을 맡았었다. 16일에는 청와대에 5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초대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노 전 원내대표의 저서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날 윤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힘을 실어줬고 특히 최근 들어 규제완화(은산분리 완화 및 규제프리존법 등)에 대한 정부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들이 발표한 합의서 1항은 “국민 안전·소상공인과 저소득층 지원·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등 관련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고 돼 있지만 “정의당은 규제혁신 관련 법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며 단서 조항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 윤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국회로 돌아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민생개혁의 문제와 관련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촛불의 요구 민심 그대로의 요구에서 벗어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에 대한 정의당과 국민적 우려가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과 규제완화에 대한 정의당의 문제의식을 제기했고 대통령께서 그러한 사정을 잘 살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벗어난 기류”라는 표현에 대해 구체적으로 “오늘 첫 만남이다. 앞으로 상설협의체에서 계속 논의하면 될텐데. 내가 그렇게 표현한 것은 실제 모든 부분을 규제완화라는 것으로 완전히 규정을 짓기 보다는 실제 현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부터 소득주도성장론이 혁신성장에 밀리는 듯 하고 여기서 규제완화 5법(행정규제기본법·금융혁신지원법·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지역특구지정특례법)이 나오고 있다. 그런 기조의 법률들을 9월 국회 안에 통과시키자는 흐름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다른 야당과는 다른 지점에서 우려하고 있고 실제 윤 원내대표도 그런 차원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정부와 여당에 경제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세 가지를 충고의 말씀을 드린다”며 △소득주도성장은 경제민주화 정책과 반드시 병행 △대통령 공약인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정규직 전환 정책을 후퇴 없이 추진 △박근혜식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 답습 금물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재벌의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행위 근절, 초과이익공유제 실시, 중소상인에 대한 건물주와 가맹본부의 갑질 근절 등 경제민주화 조치가 없다면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빈자리를 윤소하 원내대표가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빈자리를 윤소하 원내대표가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근 의석수로 22배나 덩치가 큰 자유한국당과 정당 지지율 2위권을 놓고 경쟁 중인 정의당이 향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윤 원내대표는 7월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추모의 글을 올렸다.

“노회찬 의원이 당에 남긴 유서 말미에 이렇게 쓰셨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을 계속 아껴 주십시요. 시민들은 당신을 벌하러 끊임없이 오열하고 수 시간 줄을 서서 장례식장을 찾았고 전국 각지 분향소에 발걸음을 하고 원망과 질타를 했다. 그 엄격함이 이 사회에 상식처럼 되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당신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할 이유다. 수많은 시민들 눈물 흘리게 한 벌 받으셨으니 이제 좀 쉴 수 있는가. 당신은 여기서 멈춘다고 정의당은 당당히 가라고 했는데 그 말씀이 저희들을 참 무섭게 한다. 정의당이 그리 할 터이니 이제라도 모든 짐 내려놓고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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