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위에서 여야 도입 필요 주장, 기존 강간죄의 폭력과 협박 구성요건을 바꾸는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부각되고 있는 비동의 간음죄 법률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 의원은 21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비동의 간음죄 법안 관련해서 서둘러 처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소관이라 여가위 의원들의 마음만큼 되지 않을 수 있다. 법사위도 전향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춘숙 의원은 여성단체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국회에서 여성 권익과 성범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원은 기존 한국 형법 체계에서 성폭력 처벌의 근간이 폭행 또는 협박을 주요 구성요건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될 경우 구체적인 조문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그런만큼 선진국에서 일반화 된 비동의 간음죄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 7개가 발의돼 있다. 

특히 이날 여가위 차원에서 비동의 간음죄를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는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정 의원은 “여야 간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 이후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반해 국회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기자의 지적에 “동의한다”며 “서둘러 처리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형법 297조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한국 형법 체계에서 성폭력 범죄는 기본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동반해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야 성립된다. 하지만 자유로운 성적 의사를 침해하는 수단은 극단적인 폭행과 협박 외에도 많다. 위계(지위의 등급), 위계(속임수), 위력(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무형적인 힘) 또는 술을 먹여 항거불능의 상태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폭행과 협박이 아닌 경우로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지만 가해자는 혐의를 부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NO means NO YES means YES’라는 비동의 간음죄 조항은 상대의 동의를 얻은 바가 없는 상태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모두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마련됐고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정 의원을 비롯 민주당 지도부가 성범죄 관련 법률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두고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광원 기자)
정 의원을 비롯 민주당 지도부가 성범죄 관련 법률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두고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광원 기자)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가위 회의에서 “위력에 저항하지 못 하고 성범죄에 굴복해야 하는 피해자를 법적 테두리나 사회적 인프라가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을까. 성범죄도 강간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성추행이나 유사강간 등까지 정부가 관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법적 의미 사이에서 괴리가 크기 때문에 나왔고 따라서 합의적 성관계에 대한 룰이 필요하다. 비동의 간음죄의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간 법안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번 재판부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 하고 변화된 성 인식을 쫓아가지 못 한 판결이었다. 사법부 판단에 빌미가 된 것은 입법 미비였고 그 부분에 스스로 많이 반성했다. 미투 운동 이후 관련 법안이 130건 올라왔으나 그동안 한 번도 처리하지 못 했다. 미투 운동이 지속되고 피해자에 대한 2·3차 가해를 막기 위해 빠른 법안 처리가 중요한만큼 여가위 의원 전체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나 협조문 등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희롱·성폭력 추진점검단 협의회가 있어서 여러 부처가 들어와 함께 논의하고 있고 법과 관련해선 법무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하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범정부 협의체를 통해서 입법 논의를 하고 있고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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