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연습장면 (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연극'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연습장면 (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2015년 문학동네작가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8년 시즌 프로그램 하반기 첫 번째 작품으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 오는 9월 4일(화)부터 16일(일)까지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이야기 속에서 ‘기억’, ‘시간’, ‘속죄’, ‘고통’의 문제를 다루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간을 뒤집는다. 

내용을 이야기하면 연극 속 남자와 여자는 고등학교 시절 연인사이다. 동급생 살인죄로 교도소에 들어간 남자는, ‘우주 알 이야기’라는 소설을 써 여자가 일하는 출판사에 보낸다.

여자는 소설 내용이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을 알고 남자를 찾아 재회하고, 남자는 시간을 이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일방향의 시간 개념을 뒤집어 기억이 주는 고통의 무게를 새로이 바라보게 된 것이다. 

주인공 남자는 그믐날 자신 속에 들어온 ‘우주 알’을 받아들여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시간을 한 방향으로만 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 고통을 어루만진다.

모든 것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은 불행을 조금이라도 감당하게 할 수 있을까.

 “과거로부터 널 지켜줄게”라는 여자의 대사처럼 ‘과거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연극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시간 순서대로도, 사건 순서대로도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한 사람, 즉 남자의 인생이라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연극의 연출은 강량원이 맡았다. 그는 과거로부터 쌓여 온 현재가 아닌,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계속되는 현재’를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메소드인 ‘신체행동연기’를 적극적으로 무대 안으로 가지고 온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만나며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연출가 강량원은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의미가 도달되게 만드는 연극보다는 말의 의미와 몸의 의미가 부딪히면서 새로운 감각이 만들어지고, 관객 각자의 감각과 경험으로 가져가는 연극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소설을 연극 장르로 치환하는 것에서 나아가 원작에서 비롯된 연극적 실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양한 무대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 심장을 쏴라>(2010, 원작 정유정), <물탱크 정류장>(2013, 원작 태기수), <투명인간>(2014, 원작 손홍규),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등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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