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장면소설 '해리' 표지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초광속의 차원에서는 전생과 내생이 현생과 동시에 전개될 수 있을까? ‘해리’의 박종규 작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그것은 타키온(Tachyon)의 세계이며 가장 진보하고 순수한 존재들의 세계라면서.

박종규 작가의 장편소설 ‘해리’가 (주)폴리곤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출간되었다. 작가가 십여 년을 다듬어 퇴고한 장편소설 ‘해리’는 정신 및 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해리장애’를 소설의 근간에 두고 23년 전 한 여성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퍼즐을 맞춘다.

이에 어두운 창고 속 나비를 빛의 세계로 건져내는 작가의 작업에 죽어서도 죽을 수 없었던 한 여인의 긴 여정이 광대한 스케일로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즉, 주인공인 리반은 세 번에 걸쳐 해리성 둔주(遁走) 현상을 겪는데, 자기의 의식이 타인에게 전이되어 초월적인 존재와 접촉하게 되면서 그 존재가 세상사에 간섭하게 하는 통로가 된다.

일본군 간도특설대의 한국인 장교들에 관한 밀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를 제거하려는 세력이 무관한 한 여대생을 처참하게 살해한다. 그녀는 23년이 지난 뒤 세상에 현현하여 그녀 죽음의 미스터리를 드러내고 정의로운 복수를 시작한다.  

이 같은 내용의 '해리'에 전 현대 시인협회 유승우 박사는‘신들의 이야기’처럼 신비로움이 넘치는 소설이라 평했다.

이어 양진채 소설가는 “영화를 보는 듯한 광대한 스케일에, 다양한 변주, 추리하듯 꿰어지는 퍼즐, 그리고 그 속에 죽어서도 죽을 수 없었던 한 여인의 긴 여정이 담겼다고 평했다.

故 정연서 평론가도 “쉽지 않은 소설, 두 번 읽었을 때 더 풍부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작품들을 나는 얼마나 많이 흘려보냈을까? 작가는 이것을 원했는지도 모른다.”라고 그 감동을 전했다.

이 외에 이종미 나루문학 편집인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음에도 해리는 나를 일상으로 놓아주지 않는다.”고 ‘해리’와 만난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 소설은 출간 한 달 전 나루문학회 회원들과 소설『해리』쇼 케이스를 통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책의 표지가 나비 형태로 오려져 있어 독자가 그곳에 드러나는 8가지 색깔 중 한 색깔로 ‘해리’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해리 현상을 표지디자인에 적용한 이유에 작가는 독자가 서점에서부터 해리성 둔주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빠지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해리

박종규 지음 | (주)폴리곤커뮤니케이션즈 펴냄 | 384쪽 |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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