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중앙뉴스=김경배] 최근 정치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정의당은 소득주도성장론을 옹호하면서 굳건히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소득주도성장론이 고용대란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정부정책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기실 야권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을 갖고 있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 중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의 급증세를 이어가면서 양 계층 간 소득양극화 현상은 지난 2008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최하위 계층인 1분위의 경우 132만 5천원, 5분위는 913만 5천원인 것으로 최하위 계층의 소득은 최상층에 비해 5분의1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소득에서 세금이나 사회보장부담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 지출할 수 있는 부분을 가리키는 균등화 처분가능 소득은 1분위의 경우 겨우 85만에 그친 반면 5분위는 무려 444만 3천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년간 이어진 조선업 등 제조업의 구조조정에다 내수의 활력이 떨어진 게 서비스산업의 부진을 가져왔으며 이것이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충격을 주어 소득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왔는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성장론(所得主導成長論, wage-led growth)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으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이러한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위기를 심화시켰고 양계층간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며 이제라도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하고 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경제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주장에도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난해 5월 10일 출범했다. 아직 출범한지 1년 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 정권에서도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양극화해소와 자영업 활성화를 1년 반 만에 해결하라는 것은 생떼를 쓰는 것과 진배없다.

매년 자영업위기론이 대두된다. 특히 음식업의 경우 폐업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진입도 쉽지만 그만큼 성공하기도 힘들다. 통계청의 '사업자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치는 90.9%였고, 2007~2013년까지 7년간은 연속해서 90%를 넘겼다.

10군데 중 1곳만 성공하는 것인데 기실 우리나라 자영업은 포화상태다.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5.9%로 OECD 주요국 중 2위다. 미국은 6.5%, 일본은 11.1% 수준이다. 그만큼 자영업자가 많다보니 경쟁도 치열하고 여기서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즉 비정상적인 산업구조를 바꿔야만 소득주도성장론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또 다른 한축인 혁신성장은 이 같은 소득주도성장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의 혁신성장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 

법과 제도 등의 정비를 통해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뜯어고치고 혁신성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산업생태계를 바꾸었어야 했다. 22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도 영세자영업자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해주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드맵 없는 임기응변식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는 음식 점주들이 “장사 못하겠다”며 한강 둔치에 솥 수백 개를 던지는 ‘솥뚜껑 시위’를 했다. 아마도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는 현 정부 입장에서는 당시의 상황이 악몽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에 의하면 소득주도성장을 유지하자는 여론이 56%인 반면 폐지의견은 33%로 조사됐다. 폐지의견도 충분히 배려하고 고려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더 많다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현정권에 대한 심판은 아직도 3년이 넘게 남았다. 현 정부를 믿고 지지했던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다.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은 흔들림 없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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