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징역 33년 ·· 2심 ‘25년’ 삼성의 ‘포괄적 현안’ 인정
박근혜 징역 33년 ·· 2심 ‘25년’ 삼성의 ‘포괄적 현안’ 인정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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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련 제3자 뇌물수수 인정돼 1심보다 1년 늘고 벌금도 늘어, 이재용 3심에 영향 미칠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심보다 징역 1년과 벌금 20억원이 더 늘었다. 

김문석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4부)는 24일 10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국정농단 혐의에 대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로써 7월20일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2가지 혐의에 대해서 각각 6년과 2년의 추가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총 33년이 됐다.

지난 4월6일 1심 선고에서는 혐의 18개 중 2개만 무죄로 판단됐고 나머지는 유죄로 인정됐다. 그 2개가 아래와 같은데. 모두 삼성과 연루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다.

△(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삼성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요구
△(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삼성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지원 요구

김 판사는 전자에 대해 1심처럼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고 다른 기업들처럼 정권의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고 봤다. 하지만 후자는 제3자 뇌물수수 유죄로 인정했고 이것이 형량과 벌금을 늘리는데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만든 미르·K스포츠 재단이 있고 여기에 돈을 낸 기업들은 삼성(204억원)·현대차(128억원)·SK(111억원)·LG(78억원)·포스코(49억원)·롯데(45억원)·GS(42억원)·한화(25억원)·KT(18억원)·LS(15억원)·CJ(13억원)·두산(11억원)·한진(10억원)·금호아시아나(7억원)·대림(6억원)·신세계(5억원)·부영(3억원)·아모레퍼시픽(3억원) 등 18곳이다.

여기서 삼성·SK·롯데를 제외하고 전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 범죄 피해자로 인정됐다.

반면 세 기업은 금품을 주고 공적 권한 행사에서 오는 이익을 탐했다는 뇌물죄 혐의를 받았다. 1심에서 롯데와 SK에 대해 특가법상 제3자 뇌물수수가 인정됐지만 삼성은 부정됐다. 

단순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의 구성요건 차이는 ‘부정한 청탁’의 유무 여부다. 전자는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되지만 후자는 꼭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뇌물을 준 자 ‘A’와 뇌물을 받은 자 ‘B’만 있으면 전자이고, 뇌물을 준 자 ‘A’와 뇌물을 받은 자 ‘B’ 사이에 제3자인 ‘C’가 개입되어 대신 받아 챙기면 후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일종의 경제공동체로 수많은 이권이 최씨에게로 갔고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명시적으로 나뉘는데 뇌물죄는 증거가 있기 어렵기 때문에 묵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려면 뇌물을 준 자에게 현안이 있어야 하고 받은 자는 그 현안을 인지했다고 판단돼야 한다. 1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포괄적 현안으로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인정되지 못 했고 따라서 묵시적 청탁이 부정됐다. 

하지만 김 판사는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인지했다고 본 것이다. 당연히 두 사람의 독대에서 묵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판시됐다. 

이영상 전 선임행정관(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17년 7월25일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이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지시했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 지원이라는 자필 메모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그날 공개된 이 전 행정관의 메모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모색” “국민연금 의결권” “경제민주화 법안” “이재용 체제”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에서 최고 실세로 군림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누가 봐도 박근혜 정부에서 실세였고 우 전 수석이 다른 재벌 대기업의 승계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삼성의 승계 문제만 구체적으로 챙기라고 했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의 인지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특히 김 판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특가법상 뇌물수수)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지원 명목으로 213억원을 제공해달라고 삼성과 약속 

위와 같은 혐의에 대해 김진동 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2017년 8월25일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범행에서 대통령 청탁의 대상이었던 승계작업의 주체이자 승계작업의 성공으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징역 5년을 판결했다. 이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의 현안이 있었고 그런만큼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또한 삼성이 코어스포츠(최씨 소유)와 맺은 용역계약(36억원)과 최씨에게 사준 말 3마리(36억5000만원)를 전부 뇌물로 봤는데 말에 대한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김세윤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도 4월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에서 “판례에 따라 말의 소유권은 형식적인 기재가 아니라 누구에게 사용·수익·처분할 권리가 있느냐에 따른다”고 판시했다. 

반면 정형식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지난 2월5일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에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간접 증거로서 인정하지 않았다. ‘종범실록’으로 불리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삼성 경영권 승계의 현안이 없다고 봤다. 또한 정 판사는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최씨에게 말을 사준 것이 아니라 삼성 소유의 말을 딸인 정씨가 빌렸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말의 구입 비용이 뇌물액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문석 판사는 “적어도 당초 합의한 2018년 아시안게임 때까지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승마 지원을 약속한 것은 뇌물이라고 인정했고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향후 있을 이 부회장에 대한 3심 재판에서 이번 결론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부회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3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모르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 피고인은 이 범행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았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사회가 입은 고통의 크기가 헤아리기 어려운데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수석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며 쓴소리를 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양형이 부족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반면 최씨를 변호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부가 인정한 묵시적 청탁에 대해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국정농단의 핵심 주범이고 그 아래에서 실행자 역할을 했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2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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