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과 대통령 큰 틀 합의있었지만 결렬, 8월 내에 통과 가능하나, 예상치 못 한 대기업 참여 제한과 지분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은산분리 완화에 속도가 붙는 듯 했지만 국회에서 합의되지 못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어젖힌 은산분리 완화에 여야가 호응했었고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일부가 반대하는 형국이었다. 24일 14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관련 법률(인터넷전문은행설립및운영에 관한특례법)에 대해 5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렬됐다. 

법안소위에서 김종석 소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더불어민주당(김병욱·유동수·이학영·정재호·최운열)은 인터넷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되면 안 된다며 재벌의 지분 참여를 제한하는 장치를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김성원·김종석·김진태·성일종)은 지분 참여를 ICT(정보통신) 기업에만 허용해주면 특혜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런 제한 장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본적으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재벌 대기업의 사적 이익에 따라 금융 대출이 남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규제하고 있다. 이게 은산분리 원칙인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자금이 더 투입되도록 예외를 둬서 핀테크(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프로그램) 발전을 도모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의당을 제외하고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원내대표(홍영표·김성태·김관영·장병완)는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합의서를 발표했는데 1항을 보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을 8월 국회 안에 통과시킨다”고 돼 있다.

아무래도 현행 은행법 16조2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의결권 지분을 4%(지방은행은 15%)까지만 행사할 수 있는데 이 지분율을 늘리자는 차원의 대타협이었다.
 
2016년 11월4일 정재호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의 경우 승인절차만 통과되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의결권 행사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법안소위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구체적으로 이날 민주당은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분 투자자로서 배제하되 ICT 매출이 50% 이상이면 예외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고, 한국당은 대기업 투자 제한 장치가 ICT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지분율에 대해서도 부딪혔다. 민주당은 25~34%의 지분율 범위를 제시했고, 한국당은 당초 내세웠던 50%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의당에서 추혜선 의원이 연일 은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평화당 내 천정배 의원과 박주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에 제윤경·박용진·이학영 의원 등도 비판적이지만 원내지도부가 지분율 최소한 확대를 전제로 적어도 정무위 소속인 이 의원에 대해서는 설득 중에 있다. 

20일 추 의원은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외에도 연일 비판 기자회견을 주최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8월 임시국회가 일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일단 여야는 다음주 목요일(30일) 오전을 데드라인으로 협상해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야 8월 내에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추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논의하고 있는 사진을 한 장 올렸고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는 강력한 규제인 은산분리가 훼손되는 기막힌 협치의 현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절박한 민생 법안이라면 백번 환영하겠지만 과거 반대하던 입장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한국당에게 유감을 전하는 민주당을 보고있자니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이 밀려왔다. 민주당은 작은 구멍하나 내자는 거지만 마주앉은 그들은 그 둑을 아예 허물자는 주장이다. 참관하던 자리를 나오고 우리가 이 모습을 보려고 추운 겨울 내내 촛불을 들었나. 시민들의 한탄이 가슴에 박힌다”며 답답한 심경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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