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한수 불출마 선언, 강성 이미지를 장점으로 살려, 단합 강조, 20년 집권 플랜을 위한 공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 이해찬 더 이상 출마하지 않는다. 당대표를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 나 이해찬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이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있었다면 이번 더불어민주당 당권 구도에서는 이해찬 대세론이 있었다. 

이해찬 신임 당대표는 사심없음과 강한 민주당을 내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해찬 신임 당대표는 사심없음과 강한 민주당을 내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은 25일 13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약 1만5000명의 민주당 대의원이 모였다. 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각각의 후보 지지자들은 응원 경쟁을 펼쳤다. 흡사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만큼 축제의 현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총 득표율 42.88%로 송영길·김진표 후보를 따돌렸다.

이 대표의 대세론은 두 가지 기둥이 받치고 있었다.

이날 대회에는 최근 구속영장을 피해간 김경수 경남지사가 참석했고 지지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먼저 이 대표는 선거에 나설 때부터 자신의 의욕과는 무관하게 시대적 소임을 강조했고 그 근거로 “다음 총선 불출마”를 공언했다. 이것이 사심없이 당을 이끌겠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었다. 60대인 이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70대인 김진표 후보는 말이 없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을 통해 “7선 국회의원·3번의 정책위의장·국무총리까지 했다.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나. 사심이 없어야 공정할 수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당을 운영할 때 민주당은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자칫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 대표의 강경한 이미지를 강점으로 활용한 점이다. 

이 대표는 “내가 당대표가 되면 당이 안 보인다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당의 존재감이 커지고 보수의 정치공세를 단호히 막아낼 것이다. 당정청 협력은 더 굳건해질 것이다. 나 이해찬 강한 민주당을 만드는데 전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20년 집권플랜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공약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대표는 20년 집권플랜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공약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방선거 전까지 높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 달리 민주당은 존재감이 너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되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당을 상대하기 불편해하고 곤란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둘 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 이 대표는 후자의 측면이 있더라도 전자를 확실히 극복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현재 흐름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이고 야당과 보수 언론의 공격은 매섭다. 이 대표는 당 안팎의 위기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소위 ‘적폐세력’의 행태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기무사 계엄령·건국절 논란·최저임금을 고리로 한 경제위기론 조장 등을 봤을 때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대표는 단결과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경제, 통합, 소통. 다 중요하다. 하지만 철통같은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내 건강을 거론할 때도 참았다. 이해찬에게 배후 세력이 있다는 마타도어도 웃어 넘겼다”며 “단결하자고 했다. 우리는 원팀이 되자고 했다. 우리가 갈등과 분열에 빠지면 문재인 정부도 국민도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냉전 수구세력의 비난과 진보진영의 이탈에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흔들리면 안 된다. 나 이해찬 대통령을 모시고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으로 나라다운 나라 자랑스러운 민주당을 만들어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향우 새 민주당의 지도부는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향우 새 민주당의 지도부는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가 선거 내내 강조했던 또 하나 이슈는 ‘20년 집권 플랜’이었다. 야당의 맹공을 받았던 그 이슈인데 이 대표는 정책의 뿌리내림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즉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냉전수구세력이 집권하면 다 허물어진다. 이명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역주행했다. 촛불혁명이 그것을 막았다. 복지국가·공정사회·한반도 평화 등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민주당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4번~5번 연속해서 집권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 전제조건은 “국민의 믿음과 신뢰”이고 이를 얻기 위해 “꾸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대표는 △연수원 설립 △여성 당원에 대한 지원 △자치분권기구 설립을 통한 지방정부와 의회 운영 뒷받침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플랫폼 구축 △당원자치회 활성화 △투명한 상향식 시스템 공천 도입 등을 공약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대통령이 내세운 시대정신을 일일이 거론했다.

이를테면 “김대중 정신이 무엇이었나? 중산층과 서민의 나라, 민주주의 아니었는가? 노무현 정신이 무엇이었나? 지역주의 타파,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 아니었는가? 문재인 정신은 무엇인가?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 만들자는 거 아닌가?”라며 “누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신을 당에 뿌리내리게 할 사람인가. 누가 그러한 삶을 살아왔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는가”라고 자신이 그 적임자라는 점을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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