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구조적 현실 진단, 패러다임의 전환
소득주도성장 · 혁신성장 · 공정경제의 내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계획 경제가 시작된 60년대 초 이후 50여년간 지속된 경제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는데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봤을 때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 장 실장의 판단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위기의 고용 지표는 역설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당위를 강조해준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장하성 실장은 작심하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청와대)

장 실장은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악화된 경제 지표와 관련) 국민들께 먼저 송구하다”면서도 “정책은 늘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분들이 더 고통받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을 흔드는 비판 여론에 반박하고 정당성을 어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장 실장은 학자 출신이라 그런지 철저히 객관적인 지표로 본인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2017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4개국의 상황과 비교해서 한국 경제를 살펴보면.

장 실장이 OECD 통계를 활용해 진단한 한국 경제의 상황. (자료=박효영 기자)

장 실장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가계소득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소비가 줄고 기업소득 비중과 기업저축은 증가했지만 기업투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국내 수요가 정체됐다. 기업투자가 기업저축보다 작아지고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근로자간 임금 격차는 더 커졌고 고용안정성은 낮고 기업의 투자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고 “이런 상황은 올해 들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게 장 실장의 판단이다. 

장 실장은 한국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투자만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생각에서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인 국내 수요 즉 소비의 중요성을 간과해왔고 즉 성장한 만큼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구조를 바꾸는 일”이 중요한데 그 방향성은 “가계소득을 높여 총수요 기반을 넓히고 수출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불공정한 경제구조와 거래관행을 해소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 정책의 3가지 축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는 “단순히 정책의 전환이 아니라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가계 소득을 높이고 △가계 생계비를 줄이고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 목표가 수립됐다. 

먼저 ‘가계소득증대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금(EITC) 확대, 카드 수수료·임대료 인하, 가맹점과 가맹본부 불공정 거래관행 해소, 기초연금 확대가 있다. 

두 번째 ‘가계지출경감 정책’은 보육료·주거비·통신비·교통비 감소 그리고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를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문화·체육·복지·관광·생활안전 시설 등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SOC(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쇠락한 도시환경 재생도 포함된다.

세 번째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것은 고용보험 지원대상의 혜택 확대,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직업능력개발과 공공취업서비스 확대, 아동수당 지급, 부양의무자 조건 완화를 비롯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등이 있다.

(사진=청와대)
장 실장은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과 지출을 줄여주는 것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경제 정책의 큰 틀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장 실장은 “이제 시작단계”라며 “하반기에 더욱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장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야당이 갖고 있는 거 아니다. 지금 야당들이 기승전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 안 하거나 좀 적게 했으면 경제 싹 풀리는가. 이거 무리한 주장이다. 자신있게 장관으로서 소신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갈팡질팡 하니까 정치 공세가 더 강화되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장 실장도 “모든 것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을 등치시키고 전환하라. 포기하라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선택의 문제로 보고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규제혁신을 통한 혁신성장에 집중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도 녹생성장과 창조경제 등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을 10여년 실시했지만 결과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지 못 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선택의 문제도 선후의 문제도 아닌 반드시 같이 가야 할 필연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면 “혁신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가계소득 증대의 기반이 확충된다. 가계소득이 늘어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이것이 신 산업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며 “신 산업분야에 대한 과감한 규제혁신·혁신인재 양성·전략적인 집중투자·창업 촉진·산업 생태계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반드시 같이 추진돼야 다 같이 성공할 수 있는 패키지 정책”이라고 역설했다.

장 실장은 모두발언 연설문을 아주 길게 준비했다. (사진=청와대)

장 실장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대안과 관련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 만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없다. 양극화의 고통을 가져 온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할 수 없다. 국가 경제와 기업 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잘 사는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가계에 정당한 몫만큼 돌아가게 하는 성장이 돼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응수했다.

또한 “과거 정부와 같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부동산과 토목건설경기를 부추기는 정책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끝으로 소위 말해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경제 부분에 대해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성공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불공정한 갑을관계·기술탈취·과도한 경제력 집중 등을 해소해 시장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공정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정당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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