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면서 미 경제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아직은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 둔화)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이를 넘어 더블딥(이중침체)으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상찮은 미 제조업 지표 추락=최근 경기 재둔화 우려의 주범은 제조업이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5월 제조업지수가 53.5로 전달 60.4에 비해 크게 떨어졌으며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이 5월 중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57.1)보다도 크게 밑돈 수치다. ISM 제조업지수는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의 확장을 의미하고 50에 미달하면 위축을 뜻한다.

제조업지수의 세부 지표들도 대부분 추락했다. 신규주문지수는 전월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51.0을 기록했으며 생산지수(54.0)는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였다. 5월 미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은 고유가로 인한 기업 부문의 경기 기대심리 불안 및 일부 자동차산업의 생산차질, 허리케인을 포함한 악천후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 외에 주택 및 소비, 고용 부문도 동반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3월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38.16으로 전년 대비 3.8% 떨어져 3월 지수로는 8년 만에 가장 낮았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한다.

지난달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60.8로 전달(66.0)보다 크게 내려갔다. 로이터통신은 “경기와 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이 나빠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간고용조사업체 ADP임플로이어 서비스에 따르면 5월 민간기업 고용이 3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 사전 예상치(17만5000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부진한 경제지표로 1일 미 국채수익률은 3% 밑으로 떨어지면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프트패치냐 더블딥이냐=전문가들은 지난달 미 경기 부진이 유럽 재정위기, 일본 대지진 여파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하반기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2일 “경기 부진이 1∼2개월 더 지속될 수 있겠지만 그리스 재정위기가 무난히 지나간다면 미 경제의 위축이 결국 지난여름보다 완화된 형태의 소프트패치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이달 종료되는 상황에서 낙관론은 빠르게 줄고 있다. 부양정책의 공백 속에 나타난 소피트패치 현상이 외부 여건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더블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에 미 국채 수익률이 2.5%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미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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