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여름철에 들어서서 무더위가 밀려드니 몸이 나른하고 자주 목이 마르며 지친다. 올해는 지구 온난화의 여파인 듯 폭염이 일찍 찾아 왔다.

물을 마셔도 갈증은 쉽게 그치질 않는다. 여름 더위가 절정인 계절 탓이기도 하다. 쉽게 끝난 장마가 지났다곤 하지만 고온 다습에 짜증이 절로난다. 옆에서 누가 뭐라 하면 괜 시리 열이 오르고 감정이 폭발할 지경이다.

당연히 시원한 것들을 찾아먹게 되고 그러면서도 시원한 바람, 시원시원한 그림이나 풍치 정경 경관 그리고 어떤 모습들을 보고 싶어 하며 그리게 된다. 자연히 해수욕장이나 강변 또는 시내 물놀이장도  자주 찾아가게 된다.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는 시원한 것들은 아이스크림이나 냉면 같은 음식에만 국한된 걸까? 갯가에 서면 바닷가 수평선위의 파란 물빛과 물결무늬도 시원시원하다. 그뿐 아니다. 물보라를 튕겨내며 내 달리는 호수위의 수상스키는 어떤가. 뱃속까지 뼛속까지 시원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무더위를 피해 거리에 나가면 시내가 온통 시원시원한 그림들이 많이 눈에 띈다. 팥빙수나 아이스크림 생맥주 홍보물을 비롯해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렇다. 눈을 똑바로 보기 민망할 옷갓을 한 젊은 여성들도 많다. 보는 이도 자신도 시원하지 싶다. 

가뜩이나 미투(Me Too)사건이 벌어지면서 온 세상 사회가 몸조심하며 움츠러든 판이라서 남녀 불문하고 모두가 기가 죽었고 입조심 말조심 몸조심을 하는 즈음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태적인 생리현상은 숨길 수가 없는 것만 같다. 몸조심하며 말조심하며 입조심을 할망정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감정과 감성은 변함없이 시원시원하단 생각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옷차림에서부터 노출된 몸매가 써늘하다. 그러나 여기서 그만 안목이나 생각을 멈추고 조심해야 한다. 살펴 자숙해야만 된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스토커다 뭐다 면서 몰매를 맞기에 십상이다.

  시원함을 본다면 그것들을 그냥 그대로 말없이 보며 느끼고 시원함만을 만끽해야 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만족하고 거기서 그대로 잊고 끝내버려야만 한다. 여타의 생각의 끈을 놔버려야 한다. 뜨끈한 것도 마찬가지. 차 거운 것과 뜨거운 것의 과학적인온도차이 일뿐, 위에 언급한 시원시원 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뜨끈한 음식 뜨끈한 열정, 뜨끈한 마음씨 뜨끈한 몸놀림 뜨거운 포옹 모두 별반 다를 게 없다. 음식의 예를 들면 추운 날 먹는 음식이 뜨끈하면 뱃속이 뜨끈해지면서 오히려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시원한 것과 뜨끈한 것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 감성의 차이 이겠지만 시원한 것과 뜨끈한 것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정신을 가다듬어야만 한다. 잘못하다가는 그냥 그대로 망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이 험하다.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투 사건사고도 그런 정황이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질 못하면서 조심성 없이 챙겨내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발단(發端)이 됐다. 대두되는 인물들의 됨됨이를 봐도 사회에선 내로라하는 똑똑하고 잘 난 인물들인데 바보스런 행각을 한 것이다.

해당사건 사고의 당사자가 시원함에만 빠져 혹은 뜨끈함에만 빠져 이성을 잃어버렸던 것으로 유추(類推)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심하며 자숙하며 챙길 수밖엔 별 도리가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힘겨운 세상이다.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가 사람의 일들이니 터지고 벌어지고 말썽이 되면서 커지고 망신당하고 결국엔 스러지고 만다. 시력이 좋아도 그만, 보고도 못 본 척 하면 되고 입맛이나 정감이 좋아도 안 본 척하며 표현 표출하지 않으면 되리라.

지각을 가진 우리는 시원한 것과 뜨끈한 것 사이에서 늘 긴장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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