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삼성동 바른빌딩에서 'BMW 피해자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지난 27일 삼성동 바른빌딩에서 'BMW 피해자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27일 삼성동 바른빌딩에서는 거듭된 BMW 화재 사고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BMW와 국토 교통부 등 정부 단체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주최가 된 ‘BMW 피해자 모임’은 BMW와 국토교통부 등의 차량 화재 피해 대처에 대한 안일한 대응 등을 문제 삼아 민사 고소로 책임을 묻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28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서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직접 출석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질의에 대한 해명을 했으나 소비자들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편 ‘BMW 피해자 모임’ 측은 국내 관련단체들의 대처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등에게까지 서면을 보내 문제 해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사진=우정호 기자)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사진=우정호 기자)

BMW, 국토 교통부 등의 안일한 대처에 피해자들 “민사 고소할 것”

BMW 차량 화재로 잇따른 피해를 겪은 BMW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인 ‘BMW 피해자 모임’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오랫동안 밝히지 않는 등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민·형사 고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은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을 비롯해 안병옥 환경부 차관,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홍유덕 교통환경연구소장 등이다.

피해자 모임 측은 "7월 말 리콜계획 발표 전까지 회사와 국가단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리콜 발표 후에도 40일 넘도록 조사계획을 작성하지 않은 데다 차량 확보도 하지 않는 등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량에서 불이 난 이후 리콜 조치에 들어가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들어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BMW 피해자 모임이 공개한 소장 (사진=우정호 기자)
BMW 피해자 모임이 공개한 소장 (사진=우정호 기자)

구체적인 고소 이유로 리콜 발표 이후에도 40일 넘게 조사 계획이 미작성된 점, 검사받지 않은 차량 미확보, 법규에 근거가 없는 민관 합동조사단이 화재 원인을 조사 및 결론 내리는 것으로 방침 정한 점, 설계 변경으로 어떻게 화재가 예방되는지 파악조차 못 한 점 등을 들었다.

BMW 피해자 모임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27일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도 있었지만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BMW 차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수용하는지 보고 고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국토부는 지난 주말 피해자 모임의 요청에 회신했는데,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고속주행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화재가 발생하는지 지켜보는 ‘시뮬레이션 테스트’, 미국 NTSB에 화재 차량을 보내는 방안 등을 모두 사실상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BMW차량 화재관련 공청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BMW차량 화재관련 공청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공청회 출석해 입연 BMW 김효준 회장, 알멩이 없는 대답에 소비자 실망시켜

한편 2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주최로 열린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에선 BMW 김효준 회장이 직접 출석해 ‘허리 굽혀’ 대국민 사과했고 질의에 응답했다.

하지만 대부분 알멩이 없는 대답과 '모르쇠'로 일관한 김 회장의 태도는 여야의원들의 질타와 피해자들의 분노를 남겼다.

김 회장은 이날 의원들의 질문에 "저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독일 본사에 요청 했습니다" "본사에 따르면…" 등으로 일관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김 회장의 답변 태도에 BMW 코리아의 해당 차종 '판매 중지'까지 요구했고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많은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느낀다"고 답하며 거듭된 강 의원의 '판매 중지' 압박에 "판매 중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 회장에게 “김 회장이 모른다면 답변을 할 수 있는 기술자라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릴 높였다. 자유한국 당 박덕흠·이현재 의원 등은 공청회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김 회장은 ‘왜 한국에서만 BMW 화재가 발생하느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적으로 화재 보고가 올라오고 있고 유럽도 우리나라 수준으로 화재보고가 올라와서 리콜 계획이 다 세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국토부가 전문가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공청회에 출석한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이러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자동차연구원뿐 아니라 민간합동조사단을 구성, 제작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에 국한하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조사 원인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내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서도 결함 정밀분석, 실차 재연 실험 등 자체 검증을 실시하겠다"고도 말했다.

류도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EGR 모듈뿐 아니라 그 밖의 화재발생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결함원인 발견시 추가적인 강제 리콜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화재피해자 모임 대표 이광덕 씨 (사진=우정호 기자)
BMW 화재피해자 모임 대표 이광덕 씨 (사진=우정호 기자)

피해자들,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공식 서한 보내 조사 요청

BMW 코리아의 대처와 국토부, 교통안전공단 등의 국내 단체에 실망한 BMW 화재피해자 모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공식 서한을 보내 BMW 차량 화재 원인 조사를 요청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BMW 독일 본사가 차량 결함을 은폐한 것에 대해 독일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와 독일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며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를 통해 메르켈 총리에게 조사와 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의 발신자는 BMW 화재피해자 모임 대표 이광덕 씨로 알려졌다.

BMW 피해자 모임이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사진=우정호 기자)
BMW 피해자 모임이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사진=우정호 기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은 국내에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한 BMW 차량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 보내 조사를 의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모임은 "미국에서 주행 중인 BMW 차량의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밸브와 냉각기에 대한 잠재 결함에 관한 신속한 자체 조사 착수를 명령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인 하 변호사는 "한국은 독일과 영국 다음으로 독일 자동차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시장이고, 특히 BMW 520d는 한국이 가장 많이 사고 있다"며 "가격도 유럽·미국보다 한국이 비싼데, 독일 정부가 이번 사태에 침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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