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⑥] 문제적 ‘민주당’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선거제도 개편⑥] 문제적 ‘민주당’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8.29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의 결의, 한국당보다 더 중요해진 민주당 설득
이해찬 대표의 개헌 연계 전략 비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자기 지도자들의 소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잘 좀 리마인드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 간담회>를 열었고 행사가 끝난 뒤 천 의원은 기자와 만나 “(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를 독점한 민주당의) 그 기득권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선거 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해득실을 따지면 아무 것도 못 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맺은 선거제도 개혁 관련 협약의 내용.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맺은 선거제도 개혁 관련 협약의 내용.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독주했다. 50% 득표율로 90%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이 그 기득권을 포기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기 망설여지는 지점이다. 

그동안 1등 외에 나머지 득표는 모두 죽은 표가 돼 버리는 단순다수대표제에 대해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민주당은 시대적 당위를 거부할 수 없어서 선거제도 개혁에 임하긴 할테지만 그 반대급부로 뭔가 얻어내려는 모양새다. 신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개헌 권력구조에서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중재안인 총리추천제나 한국당의 이원집정부제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의 조건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관철시키려는 의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27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 “결국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으로 반영되지 않는데서 오는 문제점들이다. 이것을 개헌하고 연계시킬 수도 있고 (분리해서) 단독으로 할 수도 있다. 결론은 지지율만큼 의석이 반영돼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적다보니 그렇게 나올 수가 없는 구조라서 좀 더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같은 곳에서 협의를 하고 어느 쪽이든 양보를 해야 해결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각제 같은 것이 아니고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유지된다면 저희 당으로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천정배 의원은 평화당 내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문제를 전담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천정배 의원은 평화당 내에서 개헌과 선거제도 문제를 전담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에 천 의원은 “정치적 협상이 있을 것이지만 이 말로 되돌려주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늘 어떻게 말해왔냐면. 선거제도 개혁을 자유한국당이 찬성해주면 개헌할 때 분권형 권력구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지금 와서 이 대표가 그런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권을 한 번 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런 취지로 말씀하셨다. 사실 우리가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라고 하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독일식 정당명부제란 이름으로 학자들이야 잘 알고 있었겠지만 처음으로 그걸 도입해서 주장한 분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자기 지도자들이 주장하고 추진하고 강조했던 것들이 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7년 5월19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회동했는데 여기서 “선거구제 개편이 제대로만 된다면 꼭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시 회동에 참석했던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에 소극적이었는데 오늘은 문 대통령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증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9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기준으로 정의당 노회찬·바른정당 주호영·자유한국당 정우택,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이 개헌의 원칙이 돼야 한다면서 매우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하면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전부터 비례성이 강화되는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겠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으니 분권형 권력구조도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속내는 그 반대로 선거제도 개혁의 전제조건으로 야당에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동조를 요구하고 있다. 

4월19일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총리추천제에 대해서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판단된다. (캡처사진=MBC)

이날 평화당과 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협약식을 맺은 사항은 아래와 같이 4가지다.

△승자독식 현행 선거제도에 대한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 △국회 예산 동결을 전제하고 총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 수준으로 증원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하향·유권자 표현의 자유 확대·여성 대표성 확대·정당 설립요건 완화 △2018년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성취되도록 가장 높은 수준의 공동 행보와 실천   

사실 어떤 개혁 이슈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시민사회는 보통 당위성 강조 및 여론환기의 역할을 맡고, 원내 정당은 국회 내에서 협상 전략을 잘 짜서 상대 정당을 설득해내는 역할을 맡는다. 

간담회에서는 평화당과 시민사회 각각 서로 열심히 해주기를 부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정강자 공동대표는 서로의 역할을 강조하고 부탁하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강자 공동대표는 서로의 역할을 강조하고 부탁하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평화당과 공동행동의 핑퐁 게임이 되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평화당이 나서서 해주는 것은 좋은데 어떻게 하면 원내에서 관철시켜줄 수 있을지 그 말을 좀 해주길 바란다. 국민적인 캠페인을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만큼은)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원내에서 잘 압박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고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평화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매일 매일 선거제도 관련 활동과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고 호응했다. 

평화당에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박정은 사무처장.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에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박정은 사무처장. (사진=박효영 기자)

박 대변인은 “선거제도 개혁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데 국민적인 압박과 관심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민생과 관련해서 민주당이나 한국당과 각을 세우는 게 제일 편한 일임에도 정당 입장에서 보면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게다가 공동 교섭단체도 깨졌다. 결국 민주당을 어떻게 압박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민주당과 한국당이 항상 각이 서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서 더 그렇다. 여기서 (평화당이) 어떻게(해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야) 할지 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주현 대변인은 시민사회와 평화당이 역할 분담을 해서 민주당의 여러 인사를 마크해서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현 대변인은 시민사회와 평화당이 역할 분담을 해서 민주당의 여러 인사를 마크해서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어 “시민사회와 우리가 조를 짜서 민주당의 당대표·원내대표·최고위원·오피니언리더 급(박주민과 이재정 의원) 인사 등을 공개적인 현장에 불러내서 각서를 쓰게 하는 그런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제일 중요한 사람이 이해찬 대표다. 지금 개헌과 연계하는 카드를 꺼냈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20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는데 그러면 선거제도 개혁을 20대 때 안 한다는 것인지 따져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시민사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승수 공동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시민사회를 이끌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이 될 때까지 공동행동을 상설화 할 예정이다. 오늘 평화당을 시작으로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대표단을 차례로 면담 요청할 생각이고 10월에 집중적인 항의 행동을 할 것이다. 국회에서 집중적인 직접 행동도 전개할 것”이라며 계획을 설명했다.

김준우 민변(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구체적으로 “10월2일 개천절 전후로 해서 국회에서 문화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내세웠다. (사진=노무현 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내세웠다. (사진=노무현 재단)

한편,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29일 대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연정 말하니까. 이것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대연정 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 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 선거제도는 고치고 싶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이건 꼭 하고 싶다. 그런 뜻을 말씀드린 것이다. 그래서 대연정 제안은 소위 말하는 반대급부의 내용이고 진정으로 제안한 것은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 이 제안이다. 그걸 중심에 놓고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