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최저임금일까, 정의당은 최저임금 보다 경제민주화 법률 통과 주장, 관련 시민사회의 입장 엇갈려, 알바생과 저임금 노동자도 국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용실·PC방·주유소 등 60개 업종에 종사하는 전국의 자영업자 3만명 가량이 대한민국의 심장 광화문에 모였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시키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영세 노동자를 실직자로 내몰고 있다”고 발언했다. 

제갈창균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궤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제갈창균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궤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소공인총연합회·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등)가 29일 오후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운동연대는 국민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제갈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자영업자는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나쁜 국민으로 매도돼 왔다.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똑같은 국민이다. 고통의 분담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만 지는 것은 모순”이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 하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갈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의견 반영 △자영업자 빈곤 문제 해결 △재벌개혁 없는 자영업자에 대한 고통전가 중단 등 3가지를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전국의 3만명 가량 되는 여러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운동연대 지도부. (사진=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제공)
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운동연대 지도부. (사진=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제공)

운동연대는 소위 경제민주화 6대 법률을 통과시키는데 동의하지만 그 전에 최저임금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며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상가세입자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가맹점주의 대항력 강화보호법(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대리점주의 대항력 강화보호법(대리점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영세자영업자 생태계보호법(유통산업발전법) △카드수수료 인하법(여신전문금융업법) △중소기업·중소상인 교섭력 강화법(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선후 관계가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철회 및 업종별 차등 적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먼저 하고 그 뒤에 여러 지원 정책과 경제민주화 법률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굳이 순서가 중요하지 않더라도 최저임금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하다. 

운동연대는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의 50%를 소상공인 대표로 임명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자영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을 요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저임금 인상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자영업자.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7월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아보기 위한 헌정사 최초의 시도”라며 “시급 7530원 월급 157만원을 받게 된지 이제 겨우 반 년이 지났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꿈은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 하고 짓밟히게 됐다.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정책으로 책임져야 할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짓누르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핵심 공약을 수정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을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월 157만원을 버는 알바생과 월 순수익 200만원을 버는 편의점주 사이에 전쟁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라며 “왜 임금의 3배 4배 5배가 넘는 가맹비와 임대료 갑질은 놔두고 최저임금만 때려잡는 것인가. 정부가 이 싸움을 벌여놓은 사이 웃게 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뻔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아무 부담도 질 필요가 없게 된 대기업과 가맹 본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최저임금 결정 시점(7월14일)을 앞두고 연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명분으로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자 이를 경계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은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지 말고 경제민주화 법률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장의 수입이 턱없이 모자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뒤 관련 시민사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운동연대는 보수 야당의 ‘을들의 전쟁’ 프레임에 빠질 수도 있지만 최저임금 맹공에 올인하고 있다. 반대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고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시급히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갈 회장은 “자영업자도 사람이다! 소상공인도 국민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간적인 사회가 붕괴됐다. 균형과 형평을 잃으면 그것이 바로 독재다. 노동자에게 월급을 지급해보지 못 한 사람, 건물과 시설에 투자해 한 푼도 건지지 못 해 나락에 빠져본 적이 없는 사람, 건물주의 갑질을 당해 보지 못 한 사람들이 소상공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공무원·노동자는 모두 동업자다. 동업하는데 한 쪽만 피해보면 안 된다. 내일은 자영업자·소상공인·노동자와 일반 국민 모두가 맘껏 웃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고용 동향> 지표에 따르면 7월 기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늘었다. 오히려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만 줄었다. 

오히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증가했다. (자료=박효영 기자)

이런 상황을 두고 이 대표는 29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대략 10만명 정도 몰락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우리나라 경기가 조금만 나쁘고 기업이 조금 타격을 입으면 일단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부터 한다. 그래서 거리로 밀려 나온 많은 분들이 일단 가게 하나 차리는 것이다. 자영업자 포화 상태가 되고 이중 가장 영세한 자영업자들 그냥 혼자서 가게 하나 아득바득 운영하는 분들이 실질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 원인은 뭐겠는가. 너무 상식적인 거 아닌가. 임대료 너무 높고, 골목에서 치킨집 하는데 바로 옆에 치킨집 있고, 편의점 하나 있는데 편의점이 바로 옆에 또 만들어지고. 실제 편의점주들은 전체적인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주요 편의점업을 운영하는 본점 대기업들은 오히려 매출액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월 평균치로 보통 10만명 가량 고용이 증가하는데 7월은) 5000명 증가한 것 때문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뒤집어진 것처럼 (보수 야당이) 난리치지만 우리가 까마귀 고기를 먹지 않은 이상 경기가 왜 이렇게 안 좋았는가는 몇 달 전부터 벌써 얘기돼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전반적인 자동차와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위기,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위기, 자영업자 포화 상태에서 나타나는 위기, 높은 임대료나 가맹점료라든가 그리고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라든가 이런 대기업 갑질 때문에 오는 위기, 이런 종합적인 상황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 얘기는 싹 어디로 사라지고 모두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하면 답답하다”고 역설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24시간 운영을 하는 편의점업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24시간 운영을 하는 편의점업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불경기일수록 알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대학생, 청소노동자, 건물 관리인, 경비인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입는 타격은 제일 크다. 이들도 사람이자 국민이다. 

‘슈퍼 갑’이 대기업이고 ‘갑’이 중견기업이고 ‘을’이 중소기업이고 ‘병’이 자영업자이자 정규직 노동자라면 ‘정’은 비정규직을 비롯 저임금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병이 슈퍼갑·갑·을의 탐욕으로 어려운 것에 저항하고 정부의 관련 조치를 촉구하기 보다는 정의 파이를 줄이는 요구만 한다면 설득력이 있기 어렵다.

알바노조에서 대변인을 맡은 바 있는 최기원 조합원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았다면 그 소상공인이 겪는 여러 문제가 있지 않는가. 카드 수수료, 임대료, 대기업 갑질 등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수 있었는가 의문이 있다. 우리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임금이 올라야 되고 그렇다고 그걸 중소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된다고 얘기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최 조합원은 “저희들과 같은 가장 약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으니까 그렇다. 저희 조직도 알바노조라는 이름으로 있지만 13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전국 알바생이 200~500만명 가량이면 자영업자 수와 맞먹는다. 이분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목소리가 그나마 흘러나오는 곳(자영업자의 호소)에 고개를 돌려가지고 진짜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인데. (광화문 집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정말 많이 아쉽다. 그런 쪽(경제민주화 법률 쟁취)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함께 싸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사실 저희 입장이 과소평가된 것이 있다. 전체 자영업자의 4분의 3은 직원이 없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소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매출 상승에 도움이 돼서 지지하는 분들도 꽤 있다. 이분들의 목소리도 분명 없지 않다. 그래서 이분들이 잘 되면 고용을 해야할 정도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이런 시간을 기다려주지도 않고 정치 공세에만 매달리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미용업계 자영업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운동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연설을 통해 “소상공인도 존중받는 경제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쌈짓돈을 저소득 노동자의 주머니에 옮기는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다. 소상공인도 국민이라는 절규에 귀 기울이고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정종열 정책국장(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급능력을 갖출 수 있는 조치(경제민주화 정책)들을 시급히 취해달라는 거지 최저임금 인상을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맞다고 본다. 다만 방법론에서 조금 정교하지 못 하니까 이런 반발이 생기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정 국장은 “(최저임금을 공격하기 보다는) 서울시에 이런 저런 중재 요청을 하고 있다. 더불어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가맹점료 인하 협상을 하자고 했고 편의점협회에도 제도 개선을 하자고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서울시가 담배 판매 거리제한을 50m에서 100m로 높인다고 하는데 이러면 어느정도 출점 제한(과당경쟁 방지) 효과가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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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연대 지도부는 삭발을 감행했다. (사진=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제공)
최저임금을 넘어 문재인 정부 자체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이날 대회의 성격. (사진=박효영 기자)
최저임금을 넘어 문재인 정부 자체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이날 대회의 성격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일부에서 극우적인 구호를 내건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모두 대회에 참석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정부가) 여러분들을 포용하지 않고 왜 여러분들을 위한 경제를 안 하는 것인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기존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 소득주도성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최저임금은 정부가 결정하지만 지급하는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데 처벌할 것은 이런 사태를 만든 문재인 정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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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의원들을 대거 동원해 참석했고 정의당은 이혁재 위원장만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평화당과 정의당은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기 보다는 본질적인 어려움의 원인을 지적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인건비는 너무 빠르게 올랐고 임대료도 올랐고 카드 수수료는 대기업의 3배이고 가맹점 본사 로얄티 수수료는 매출의 25%에 달하는 이 현실을 혁파하려고 여러분들이 모였다.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상가임대차 권리보호법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봤자 10년차 되는 날 또 나가라는 한 마디에 줄줄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 제2의 궁중족발을 막기 위해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이제 우리도 일본처럼 100년 동안 가게를 할 수 있는 100년 가게 특별법을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은 대회에 참석한 후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영업 현실이 있고 재벌 대기업에 탈취되는 이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초과이익공유제와 최저이익보장제를 한국에서 못 할 일이 없다. 극성 한국당원들에게 야유를 받고 연설을 방해 받았지만 잘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사실 더 많은 내용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야유가 거세졌다. 최저임금 인상 규탄에 동조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한 비난이라고 봐야할 듯 싶다. 편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면으로 부딪혀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 오늘”이라고 밝혔다.

이재광 의장은 (사진=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모임 제공)
이재광 의장은 임대료 안정과 임차인의 권리가 최저임금 인상 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모임 제공)

한편, 이날 비슷한 시각 국회 근처에서는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가 집회를 열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촉구했다. 

운동본부를 주도해서 조직한 이재광 공동의장(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은 “한국당은 겉으로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위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자영업자가 가장 원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거래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고 궁중족발 사장 윤경자씨는 “현행법대로 라면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건이 또 생길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은 건물주의 횡포에 신음하는데 국회의원들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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