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적용되고 있어, 더 어려운 병들을 수탈,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많을 것, 미스터피자 상생 협약 사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광화문에 모인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10.9% 인상된 뒤 진통 끝에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조직됐다. 운동연대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모여 최저임금 제도개선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비가 많이 내렸지만 결의를 다지며 청와대로 행진도 했다.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운동연대는 광화문에 총집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운동연대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달라는 법률 개정을 요구했고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고 그래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으니 “자영업자도 사람이다!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최근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16.4%가 인상돼 7530원이 됐고 여기서 10.9%가 더 올라 2019년 8350원이 됐다. 2년간 27.3%가 올랐다는 것에 보수 야당과 운동연대는 연일 맹공 중이다.

사실 두 자릿 수 상승률을 유지하긴 했으나 당초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년 15.27%씩 올려야 한다. 아무래도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9명이 최근 들어 제기되는 속도조절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 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운동연대 등 보수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니까 당초 2020년 1만원 공약이 미뤄졌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작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어느정도 그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임에도 최저임금만 표적으로 삼아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떠넘기는 관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진걸 소장은 최저임금을 공격하지 말고 경제민주화 조치를 더욱 요구하고 그 전에 가맹점 본사들을 향해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진걸 소장은 최저임금을 공격하지 말고 경제민주화 조치를 더욱 요구하고 그 전에 가맹점 본사들을 향해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아래는 안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 최저임금 인상에 관련있는 시민사회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 같다.

A : 아니 2017년에 16.4% 올라서 너무 많이 올랐다고 문제제기 해서 이제는 겨우 10%대로 사실상 많이 인하됐고 속도조절이 됐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에 시비를 거는 것은 옳지 않다. 올라봤자 내년에 주휴수당을 합쳐봤자 170만원이고 빼면 140만원인데. 그거 가지고 자기 자식들도 먹고살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분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그거 받으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할 분들이 최저임금에 계속 시비를 걸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도 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재벌 대기업들의 시장 침탈이고 대기업 가맹점 본사들의 거리 제한 없는 과다 출점이고 임대료이고 카드 수수료다. 뻔히 통계상 나와있는데 계속 최저임금만 시비를 거는 것은 굉장히 올바르지 못 하고 효과적이지도 못 하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저소득 노동자들이 500만~1000만명 가량 되는데 이분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래야지 그분들도 물건을 사줄 것 아닌가. 식당이라도 한 번 더 가고. 본인들이 그거 가지고 물건도 못 사고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그리고 본인들이 그렇게 많이 올랐다고 이야기해서 올해 10%대로 확 줄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철회에 대한) 사과까지 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참 재벌 대기업이나 가맹점 대리점 본사가 아니라 최저임금 가지고 싸우는 것은 병들과 싸우겠다. 병들을 수탈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모양새도 안 좋고 실리도 없다. 최저임금은 더구나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Q : 중소기업중앙회는 2019년도 8350원 최저임금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고,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소공인총연합회·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는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조직해서 연일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공격하고 있다. 

A : 편의점주들은 뭐 자기들 힘들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법정단체다. 그러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 최저임금을 못 올려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 뭐 식당하는 분들이 (이번 국민대회에) 나왔던데 그것도 웃기다. 식당에서는 지금 최저임금으로도 사람을 구하지 못 한다는 것을 본인들이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다 월급 200~250만원 주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왜 최저임금으로 시비를 거는가. 그 사람들이 실제 (식당에서 고단한 서빙 업무를 할) 사람 뽑을 때 월급 130만원 줄테니 한 번 내걸어봐라고 해라. 누가 오는지.

그래서 얼마 전에 정부가 자영업자 대책(8월22일) 수 십개 내놔서 세제 혜택이라든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든지 굉장히 솔솔한 혜택이 많이 나왔다. 본인들한테 도움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회하거나 만회할 수 있는 그런... 참. 대기업과 가맹본부 대리점 본사와 싸워야지 이건 굉장히 과도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Q : 중기중앙회와 운동연대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대안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가?

A :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급여이고 업종별로 이미 평균 임금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 편의점이나 주유소나 카페 같은 데는 다 진짜 최저임금만 준다. 식당은 (힘드니까) 200~250만원 주고. 그런식으로 이미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최소임금의 형태로 차별화되어 있다.

사실상 (차등 적용은) 거기서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건 말이 안 된다. 본사에게 더 내놔라고 해야지 병한테 뺏어가려고 하나. 여유있는 갑한테 달라고 해야지. 못 살고 있는 병한테 달라고 하면 되겠나. 엄청난 영업이익을 누리고 있는 갑한테 달라고 해야한다. 

Q : 분명 관련 시민사회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있다. 운동연대가 강하게 최저임금을 때리고 있는데 대항하는 목소리는 그에 미치지 못 하는 것 아닌가.

A : 그러니까 한상총련(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나 이런 데는 다 안 들어가고 있지 않는가. 말이 안 되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리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다.

결국 그만두긴 했지만(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 공천 전력 등으로 하차했고 우경수 용인시 소상공인연합회 지역회장은 새로 임명됨). 그동안 중소상공인 죽이기에 오히려 앞장섰던 자유한국당과 공조하면서 황당하게 이런 정치공세를 하는 것 같아 아쉽다. 굉장히 문제있다고 생각한다. 한상총련 등등 여러군데가 다 있는데 그분들은 지금 가만히 있는 거다. 거기에 불참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도 거기 안 나갔고. 지금 그 모여있는 사람들의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리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400만명이다. 그분들은 최저임금과 아무 관련이 없고 오히려 그분들은 최저임금이 올라 손님 한 분이라도 더 오길 바란다.      

Q : 광화문에 나온 운동연대 사람들도 소위 편의점 3대 적폐(임대료·카드수수료·본사로열티)를 해결하거나 경제민주화 법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저임금 문제부터 손을 봐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순서가 있다는 것인데.

A : 편의점과 가맹점이나 대리점 본사는 지금이라도 법률 통과 전에도 로열티 낮추면 된다. 얼마 전에 미스터피자 상생 협약을 해서 가맹점주들이 30%를 자율적으로 구매하도록 바뀌었다. 그 전에 본사로부터 의무적으로 구입했다가.

그래서 가맹점마다 40만원씩 수익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 걸 요구해야 한다. 그 정도 늘어나면 최저임금을 올려주고도 남는다. 그렇게 해서 을과 병이 서로 소득을 늘릴 생각을 해야한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논란 이후 프랜차이즈 중에는 드물게 상생 협약을 이뤄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미스터피자 상생협약 타결식에서 김흥연 MP그룹 사장(왼쪽)과 이동재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장이 서로에게 금전수를 전달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논란 이후 프랜차이즈 중에는 드물게 상생 협약을 이뤄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 소장이 언급한 미스터피자(MP그룹) 사례를 살펴보면.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과 본사는 지난 9일 상생 협약을 맺었다. 협약 내용의 골자는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반드시 구매했었던 필수품목 중 냉동 새우와 메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2019년 1월부터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규모는 본사 식자재 매출의 30%로 연 120억원 정도 된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치즈 통행세와 보복 출점 등 갑질 논란을 일으켰고 이로인해 가맹점주들이 저항의 움직임에 탄력을 얻어 가능했을지라도. 적극적으로 본사에 요구하고 서울시에 중재를 요청했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동재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장은 “경제적 협의체 구성을 밑거름으로 점주들의 권익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안 소장이 주장했듯이 자영업자가 투쟁해야 할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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