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보다 본사의 착취 구조가 더 심각, 안 그래도 힘든데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더 힘들게 느껴, 유통 마진을 얼마나 떼가는지 몰라, 편의점 본사에 대한 점주의 생생한 증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분명 최저임금이 올라서 소상공인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돌리기에는 분명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모여 최저임금 제도개선 국민대회를 개최했는데 30일 해당 행사의 소식을 들었지만 현장에 가지 못 한 30대 편의점주 A씨를 만났다.

위 사진은 SK텔레콤과 CU의 인공지능 서비스 관련 홍보용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다. (사진=SK텔레콤 제공)

A씨는 최저임금을 2019년 8350원으로 급격하게 올려서 더 힘들어지게 된 것은 맞는데 그것이 제일 힘들어진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씨는 단호히 본사 로열티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 편의점주의 순수익(서울 평균)은 보통 1년에 6억원 한 달에 5500만원을 버는데 여기서 각종 빠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인건비도 많이 나가지만 로열티가 제일 많이 차지한다. 

먼저 5500만원 중 본사의 물품 공급비용을 떼면 평균 1500만원이 남는데 여기서 △본사 로열티 평균 30% 500만원 △임대료 200~300만원 △카드 수수료 100만원 △인건비 400만원을 모두 빼면 300만원 가량을 손에 쥐는 것이다.

특히 인건비는 어떻게든 가족 경영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로열티는 조정이 불가능하다. 

A씨는 서울시 관악구에서 편의점 점포 1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가 증언하는 리얼한 상황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Q : 흔히 편의점 3대 적폐라고 임대료·카드 수수료·본사 로열티가 있다. 그리고 인건비까지. 어떤 비용이 가장 많이 나가는가?

A : 본사 로열티가 제일 많이 나가고 임대료가 다음이고 그 다음에 인건비다. 내가 볼 땐 제일 작은 게 인건비다. 

Q: 최저임금 때문에 아우성이 많은데 왜 그런다고 보나?

A: 그런 것 같다. 올리는 건 동의하는데 급격히 올려서 반발하는 것 같다. 본사 로열티가 제일 크다. 최저임금 인상이 절대 다는 아닌데 불을 지핀 거다. 인상폭이 너무 크다. 갑자기 올려버리니까. 저희도 사람은 거의 직원급으로 야간 한 명만 쓰고 오후에 어머니가 일해준다. 오전에는 내가 한다. 그니까 CU 본사가 그냥 집주인 같았으면 내는 로열티를 깎아달라고 할텐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저희가 약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만만한 사람들에게 뭐라고 하는 거다. 대책이 없다. 답이 없다.

(사진=SK텔레콤 제공)
1월17일 오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아름동 편의점 가맹점인 CU를 방문해 점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Q: 한국 편의점주의 순수익을 종합해보면 보통 1년에 6억원 한 달에 5500만원을 버는데 여기서 각종 빠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들었다.

A: 본사가 다 떼가고 월세 내고 하면 남는 게 없다. 거기다 인건비까지 오르니까 돌아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모든 타임(평일 3교대·주말 3교대 6명)을 사람으로 쓰면 적자가 난다. 그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해야 하는데 혼자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을 써야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는 거다.

Q: 일본은 최저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로열티와 인건비가 한국보다 더 비싸도 먹고 살만 하다고 들었다. 

A: 한국도 그런 게 있는데 나중에 다 뱉어내야 한다(5개월 한시적 수익 보장). 본사는 또 본사 나름대로 논리가 있을 것이다. 요즘에서야 좀 매출이 하락한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2~3년 간 편의점 프랜차이즈 재벌은 떼돈을 벌었을 거다. 그리고 매장이 늘어나면 얘들이 떼돈을 버는 구조다. 물류에서 남겨먹기 때문이다. 차리는 족족 돈을 번다. 물건을 납품만 해줘도 돈을 벌기 때문이다. 점포에서 매출이 안 나와도 본사는 돈을 번다. 그런데 본사의 탓을 할 수가 없다. 사기업인데 수익 추구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빅3(CU·GS25·세븐일레븐) 다 똑같다. 로열티나 납품 단가를 통해 똑같이 남겨 먹으려고만 한다. 걔네들도 다 거대 기업이니까.

Q: 그럼에도 약자인 알바생을 위한 최저임금을 공격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A: 최저임금 1만원이 되는 것을 (많은 점주들이 예상하고 미리)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정말 1만원이 되면 저희들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새벽에는 적자인데.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좋은데 물가도 같이 오르니까 너무 걱정이다. 최근 물가가 엄청 올랐다. 그걸 지적해야 한다. 최저임금 오르는 것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올랐다. 초코파이 5000원 하던 것이 6000원이 됐다. 납품업체 직원들의 임금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니 본사에 공급할 때 비싸게 받는다. 예를 들면 농심이 본사에 물건을 제공하고 본사가 우리한테 갖다 주는 것인데 여기서 유통 마진을 남겨 먹는다. 그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이 유통 마진을 실제 얼마나 남기는지 알려지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본사는 공급할 때 남겨먹고 후에 로열티로 또 가져가는 거다. 그리고 물가가 더 올라버리니까 최저임금이 올라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잘 못 먹게 된다(형편이 어려워짐). 물가가 폭등하는 걸 막아야 한다. 

Q: 새벽에 장사가 안 되니까 운영을 안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현실은 반강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A: 안 할 수 있는데 그나마 있던 혜택이 다 날아간다. 전기세 지원이 다 끊어지고 로열티가 더 비싸진다. 그러면 그거나 그거니까 하는 것이다. 점포를 관두고 싶어도 위약금이 아무리 적어도 5000만원 가량 되니까 그럴 수도 없다. 겨울이 되면 야간에 사람이 더 없어진다. 그럴 때마다 정말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다. 인건비가 도저히 안 나오니까 그런다. 

Q: 일종의 프랜차이즈이긴 해도 점장과 알바생들이 똘똘 뭉쳐서 장사를 잘 하면 그 수익이 본사가 아닌 일한 사람들에게 돌아올 수는 있는 건가?

A: 그렇게 하면 그나마 먹고사는 것이지만. 그렇게 될 정도가 아니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점장이 아무리 (서비스를 잘 갖추고 친절하고 전략적으로) 잘 해도 기본적으로 소비가 다 죽었다. 과다 출점이 심하고 경쟁이 포화상태다. 전국에 7만개 가량 있다고 들었다. 식당은 맛있고 하면 손님이 더 많이 온다. 편의점은 담배 사러 멀리서 오지 않는다. 자꾸 점포가 늘어나면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젊은 층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점포를 골라가고 서비스를 즐기긴 하지만 거의 80% 이상은 눈에 보이는대로 필요한 걸 사러 편의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장사를 잘 해도 별로 이익이 돌아올 게 없다. GS나 CU가 파는 물건이 뭐 다른 것도 아닌데. 

Q: 게다가 최근 이마트24가 들어왔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A: 걔네들은 듣기로는 로열티는 많이 안 받지만 물건값이 비싸다. 뭐 500원짜리를 850원에 사도록 만든다. 로열티를 적게 받으니까 물건값으로 남겨 먹는 거다. 그래서 CU보다 물건이 되게 비싸다. CU는 본사가 물건을 싸게 주고 로열티로 떼가고 이마트는 물건으로 먹고 로열티를 덜 뗀다. 프랜차이즈가 다 그렇다. 조삼모사 착취 구조다. 

Q: 다른 곳에 비해 CU BGF(보광패밀리마트)는 어떤 편인가?  

A: CU는 너무 너무 짜다. 소금이다 소금. 여기는 최악이다. 왜냐면 돈을 안 쓴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추진하는 공익 캠페인도 다 협력업체에서 하는 것이다. 협력업체에 또 갑질을 한다. 아무튼 정말 짜다. 최악이다 최악. 지원이 없다. 예산이 맨날 없다고 그러고. 그렇게 운영하다 보니 최근 GS에 시장점유율 1등을 뺏긴 것 같다.

4월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반찬류와 도시락 제품을 정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자료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4월2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반찬류와 도시락 제품을 정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자료 사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Q: 지금 무엇이 가장 문제인 것 같나?

A: 중요한 것은 인건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게 부각이 됐을 뿐이다. 최저임금 탓만 하면 안 된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장사가 안 되는데 인건비를 올리니까 돌아버리겠는 것이지. 다만 이미 오르기도 했고 오른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지 않았나. 최저임금 때문에 죽겠다는 것은 좀 오버다.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려주지 못 한 것에 대한 서운함 정도가 맞다. 가장 큰 문제는 로열티다. 그리고 임대료다. 그런데 그 사람들한테는 얘기를 못 한다. 계약서를 썼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서명을 해서 어쩔 수 없다는 사고를 하게 된다. 

Q: 요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될 움직임이 있다. 그래서 계약 갱신권이 10년까지 보장될 것 같은데.

A: 그거 임대차 개정 움직임이 있어서 이미 다 (월세를) 올려 받았다. 건물주들이 바보가 아니다. 이미 다 그런 흐름을 반영해서 몇 달 전에 올리고 다 했다. 그거 또 통과되면 시간이 걸릴텐데 그 전에 건물주들은 바보가 아니라서 그런 이익을 다 챙기려고 움직였다.

Q: 앞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A: 비전이 전혀 없다. 내년되면 최저임금은 또 오를 것이고. 우리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고. 그럴려고 편의점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앞으로 계속 올릴 것 같다. 적어도 내리지는 않을테니 (경제민주화 법률들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Q: 정말 해결책을 고민해봐야 하는데 여러 주체들을 설득하고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해서 어려워 보인다. 

A: 현실적으로는 그만두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자영업자가 많이 망하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버티는 놈이 그나마 이길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나도 버텨야 할 것 같다. 

Q: 어쨌든 편의점주가 ‘을’이라면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은 ‘병’이나 ‘정’이 아닌가 싶다. 정말 약자들의 싸움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어떤가?

A: 나는 항상 더 드리려고 한다. 그러나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야간에 적자다. 새벽 1시부터 시간별로 한 두명밖에 손님이 안 온다. 그런데 사람은 써야 하고 인건비는 나간다. 어쨌든 올려야 하고 올리는 것은 인정한다. 나도 더 지급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적자인데 인간적으로 더 드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돈이 들어와야 그러지 그럴 수가 없다. 월세 내고 전기세 내고 난 다음에 인건비를 줘야 하는데 남는 게 없다. 한 달에 하루도 안 쉬고 일하는데도 그렇다. 매출은 의미가 없다.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 매출이 올라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담배 마진율이 7~8%인데 거기서 카드 수수료 떼고 본사가 떼어가면 담배 한 갑 팔면 200원도 안 남는다. 아무리 팔아도 월세값도 안 나온다. 

Q: 편의점주들이 힘을 합쳐서 본사와 교섭하고 싸울 만큼 그런 조직화가 너무 안 돼 있지 않는가?

A: 우리가 당장 뭔가 집회 시위라도 나가고 본사와 맞서려고 해도 가게는 누가 봐주나. 그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 군데서 착취를 당해도 누구를 원망할 수가 없고 나 스스로를 원망하게 된다. 솔직히 장사가 잘 되는 곳이 거의 없다. 잘 되는 데는 다 직영점(본사가 직원을 파견해서 특별 관리 운영하는 점포)이다. 내가 알기로는 또 그런데는 사돈에 팔촌에 이권을 넘겨준다. 자기들끼리 주고 받는다. 이런 이야기를 나만 하는 게 아닐 것이다. 전부 다 똑같이 이런 식으로 힘들어 할 것이다. 시장경제 국가에서 법적으로 기업이 돈 버는 것을 뭐라 할 수도 없어서 그냥 참고만 있는데 시민들이 요구하고 힘을 모으면 정치권에서 법을 만들고 그렇게 개선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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