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올해 4월 출범 이후 적극 활동, 국내 최대 IT 기업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의 새 바람, 네이버의 인터넷 여론 공정성 차원에도 역할 기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내 포털 시장의 90%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로 전국민의 생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네이버’에도 노동조합이 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함께 행동해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킴)이 31일 오후 국회를 찾아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 기념 티셔츠를 전달했다. 

오세윤 공동성명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이정미 대표(그 옆)를 비롯 참석자들이 기념 티셔츠와 컵을 전달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네이버 노조는 사실 전화 한통에서 시작됐다. 네이버의 노동조건을 바꾸고 싶었던 노동자들이 정의당 비상구(비정규노동상담창구)로 전화했고 올해 1월 당사자 면담을 진행했다. 파리바게뜨의 제빵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걸 보고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연락을 줬다고 한다”며 “노조가 생겨 기댈 곳 없던 노동자들이 마침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일이야 말로 사회의 진정한 진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노조 소속 네이버 지회)은 올 4월2일 출범했다. 공동성명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네이버가 좀 더 신뢰받고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천명했다.

IT 업계 공룡 기업인 네이버에서 노조가 출범했다는 것은 수많은 동종 업계 노동자들에게 고무적인 영향을 미쳤다. 밤에도 환하게 켜진 사무실들을 가리켜 ‘도시 등대’라고 부를 정도로 야근이 일상화된 IT 업계는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전통 산업의 근무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자발적 노동 착취(열정페이)가 발생하기 쉬워 노조가 뿌리내리기도 어려웠다. 

이 대표는 IT 업계 노동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IT 업계 노동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컨텐츠 산업을 언제까지 16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 투입으로 성장시킬 수는 없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IT 업계 특별연장근로 허용이나 현행 3개월인 탄력근무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막겠다”며 “IT 업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소위 크런치 모드(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무제한 노동을 하는 관행)를 합법화하는 사용자 요청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 무제한 요금제가 남용되고 있는 IT 업계의 노동 현실을 바꾸고 보다 인간적인 조건에서 IT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공동성명은 “무료 야근과 열정근로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IT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연대할 것”을 선언했고 놀랍게도 출범 3일 만에 가입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공동성명과 정의당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공동성명과 정의당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금 공동성명은 네이버 사측과 단체교섭을 하고 있는데 모든 계열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동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 사측은 계열사별로 분리해서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 교섭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그동안 노조가 없어 참고만 있었던 여러 불만 사항을 사측에 전달했다.

5월15일에는 단체협약 요구안(투명하고 공정한 경영·휴식권 보장·복지제도 개선·남녀 평등·모성 보호·근로환경 개선 등)을 사측에 제출했고 특히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권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경영진 평가 및 인센티브를 결정할 객관적인 기준 공개 △경영 관련 결정 사항에 대해 노조의 정보 요구권 명문화 △노조 조합원 징계위원회 구성시 노조와 사측 각각 3명씩 배정 △연장 근로 시 일한 시간만큼 추가 휴식 보장 △연속 노동시간 제한 △유급 휴일 △업무 시간 외 개인 연락 및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지시 금지 △매달 통신비 7만원 지급 △주택 대출한도 증액 및 이자지원 확대 △의무교육을 제외한 자녀 학자금 지원 △출산 전후 육아휴직의 경우 여성 직원은 120일 남성 직원은 14일로 확대 

노동계에서는 네이버 사례를 시작으로 향후 젊은 청년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긍정적인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여론’

또 다른 차원에서 공동성명은 단순히 근로조건의 향상 외에도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도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국민이 네이버를 통해 언론 기사를 접하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로 그날의 관심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뉴스의 배치와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 여론시장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철저히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동안 네이버 임직원은 그런 측면에서 부정한 일이 있을 수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예컨대 이용자가 많이 검색하기 때문에 연관 검색어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연관 검색어 때문에 이용자가 해당 키워드를 더 많이 검색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즉 그런 연관 검색어 키워드를 포함해서 여러 부문에서 비용을 주고 특정 키워드를 내리거나 띄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가정인데. 2017년 6월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그런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며 극도로 예민한 태도로 반응했다. 

관계자는 그런 일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캡처사진=박효영 기자)
관계자는 그런 일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캡처사진=카카오톡 대화 화면)

하지만 그런 유사한 사례가 사실로 입증됐다. 오랫동안 풍문으로 전해오던 청탁에 따른 뉴스 배치 조작이 2017년 10월 사실로 드러났다. 네이버에 컨텐츠를 제공했던 경험이 많은 박동희 엠스플뉴스 기자는 관련 사실을 취재했다.

박 기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을 통해 네이버가 연맹에 비판적인 기사를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재배치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작 연맹 홍보팀장의 위치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다면 상식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유수의 정치·경제 권력층은 더하면 더했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라는 상식적인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7년 7월1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소위 ‘장충기 문자’(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에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불리한 기사가 노출되지 못 하도록 삼성 미전실 간부가 네이버와 다음의 고위층에 청탁해서 실제 그런 작업이 성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 것이다. 

당시 한겨레의 보도가 나가자마자 네이버 커뮤니케이션팀 모 부장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겨레의 단독 보도가 있었지만 그전부터 네이버는 기사 배치와 관련 여러 조작 의혹을 많이 받았었다. (캡처사진=한겨레)
한겨레의 단독 보도가 있었지만 그전부터 네이버는 기사 배치와 관련 여러 조작 의혹을 많이 받았었다. (캡처사진=한겨레)

모 부장은 “어떠한 외부 요인에도 네이버 뉴스 서비스 책임자(신문법상 기사배열 책임자)인 유모 전무이사를 포함 직원들이 지켜 온 기사 배열 원칙은 흔들린 적이 없다. 이번 보도는 네이버가 경영의 핵심가치로 지켜오고 있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훼손시켰을 뿐 아니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이에 네이버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와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결국 그러한 태도로 매번 부인해왔던 네이버가 연맹 사건으로 옹색해졌다. 

이외에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 댓글 공감수 조작, 노티스 앤 테이크다운(블로그나 카페 게시물에 대한 신고 요청이 있으면 바로 비공개로 전환) 논란, 네이버 매체 제휴 사업에 목매는 언론사 현실 등 네이버의 공정한 여론 조성에 대한 책임성이 끈임없이 추궁되고 있다.

앞으로 공동성명이 네이버의 공정한 여론 형성에 대한 책임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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