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손학규·정동영의 부활, 저녁이 있는 삶과 손학규의 경제 철학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비판, 거대 양당 적대적 공존 비판, 3가지 통합 제시, 지도부 내려오는 김동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했다. 역시 올드보이의 정치적 인지도를 제칠 사람은 없었다.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전당원대표자대회)가 개최됐고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은 하태경 의원·이준석 전 당협위원장·권은희 전 의원과 함께 전국청년위원장으로 당선된 김수민 의원으로 구성됐다.

새로운 바른미래당의 지도부의 면면. 맨 왼쪽 두 번째부터 김수민·권은희·하태경·손학규·이준석·김관영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67세)·바른미래당의 손학규(72세)·민주평화당의 정동영(66세) 즉 대통령 빼고 안 해본 것이 없는 올드보이 3인방이 정치권 전면에 나서게 됐다. 어게인 2007년이자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서 겨루던 3인방의 부활이다.

손 대표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마침 나도 그렇고 민주당이나 평화당도 2007년 대선 후보들이 다시 나와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하는데 맞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 정치를 새롭게 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 이것이 올드보이냐 골드보이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이는 많지만 개혁을 주창하면서 정치 데뷔를 했고 항상 정치를 바꾼다는 개혁 노선에서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따끔한 지적에도 많은 대목을 할애했다.

손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지만 이들은 촛불정신을 부정하고 있다. 촛불정신은 패권 정치의 부정이고 국민주권의 실현이지만 지금 패권 정치의 유령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 경제가 파탄났고 실업자가 길거리를 메우는데 대통령은 올바른 경제정책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여당 대표는 20년 장기집권을 공언하고 있다. 우리의 촛불혁명은 정권교체만 가져왔지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내 3당의 수장으로서 정부여당에 각을 세웠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손을 번쩍 들고 기쁨을 만끽하는 손학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무엇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제약받고 반기업 정서가 판치고 있다. 민주화에 앞장섰던 여당 국회의원들은 입에 재갈이 물려져 있고 친문행세에 목이 메어 있다. 복지와 소득 분배 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도 함께 이뤄 대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노동자·농어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날을 세웠다.

손 대표의 시그니처 구호인 ‘저녁이 있는 삶’과 노동시간 52시간 단축 조치는 맞닿는 연결고리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내가 2012년에 제시한 저녁이 있는 삶은 단지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노는 시간을 늘리고 일자리 나누기나 하자는 말이 아니었다. 생산을 늘리고 성장과 분배를 같이 이룩해서 여유가 있는 삶을 통해 행복을 찾자는 것이었다. 노동을 존중하고 분배 정의를 실현하되 경제는 시장에서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철학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손 대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 통합 출범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거대 양당의 지역주의적·적대적 공존 극복을 재차 꺼내들었다. 

손 대표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구조를 깨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구조를 깨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제3당이 흔히 역설하는 이 지점에 대해 손 대표는 “지금 여의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큰 곰 두 마리가 있다. 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해 눈치만 보고 거수기와 앵무새 노릇에 앞장 서는 더불어민주당, 아직도 반성은 커녕 틈만 나면 막말과 시비만 거는 자유한국당. 바로 이 두 수구적 거대 양당이 한국의 의회 정치를 망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치를 어지럽히는 이 두 정당과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지금 민심은 다음 총선에서 이 두 정당을 심판하는 것이다. 나 손학규 바로 이 순간부터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무능과 독선의 제왕적 대통령 그리고 갑질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는데 나 자신을 바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 했다는 현실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제 당대표·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바른정당이 잡은 셈인데 이런 분류법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아직 현실적 차이가 메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이러한 당내 통합을 비롯 3가지 통합을 제시했다.

①당의 통합(우리 안의 진보보수·영호남·계파 등 모든 이분법 극복)
②정파의 통합(모든 정당들과 개헌 프로세스 논의하고 선거제도 개혁 달성)
③국민 통합(정부여당의 나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이 국민을 분열시켰고 이를 극복)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은 이제 지도부의 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이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은 이제 지도부의 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이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2017년 5월 국민의당 시절부터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통합파와 바른미래당을 이끌어 온 김동철 의원이 비로소 지도부의 감투를 내려놓게 됐다. 

김 의원은 그동안 원내 협상 국면에서 양당을 중재하면서도 유독 정부여당에 강경했는데 이날 고별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결코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 하다”며 쐐기를 박았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을 향해 △내각이 없는 청와대 정치와 협치 부족 △경제 무능과 통계청장 교체 △적폐청산에만 의존 등 3가지 측면에서 혹독하게 비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신임 지도부와 보조를 맞추게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신임 지도부와 보조를 맞추게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임 지도부와 보조를 맞추게 될 김관영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어려움 속 이뤄낸 성취 및 향후 과제를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내 실질적인 통합 완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러 경제 이슈에 대안 제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선도 및 정부 특활비 구조조정에 주력 △다른 야당들과 선거제도 개혁 완수 등 4가지를 중점적으로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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