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전략과는 별개로 어떻게든 둘 다 관철 의지,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반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를 위한 정수 증가 가능 언급, 비례대표 4인은 안 놔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는 오래 전부터 분권형 권력구조의 당위를 강조해왔다.

미리 준비한 당선 수락 연설문을 읽고 있는 손학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미리 준비한 당선 수락 연설문을 읽고 있는 손학규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2일 오후 새로운 바른미래당의 수장이 된 손 대표는 수락 연설문에서 “무능과 독선의 제왕적 대통령제야말로 촛불혁명 이전의 수구적 정치체제다. 언로가 막히고 쇼가 소통으로 둔갑하고 있다. 협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다당제가 현실이 된 지금 여소야대의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유럽식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독일식의 연합정치로 복지국가와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시장경제를 함께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1987년 체제를 넘어 7공화국 건설에 나서겠다”며 “(권력구조 개헌의 방향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밝혔다.

김동철 전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문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형 개헌에 대해 손사레를 치며 이를 선거제도 개혁과 연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그리고 거대 양당의 한 축인 자유한국당도 선거제도 개혁의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50%의 득표율로 90%의 의석을 점유할 수 있는 현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꾸는데 소극적이다.

이를테면 민주당은 시대적 당위를 거부할 수 없어서 선거제도 개혁(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임하긴 할테지만 그 반대급부로 뭔가 얻어내려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개헌 권력구조에서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중재안인 총리추천제나 한국당의 이원집정부제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의 선결조건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합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8월9일 KBS <최강욱의 최강시사>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과 같이 해야지. 그래서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안(4년 중임 대통령제)에 동의하면 저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8월27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서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각제 같은 것이 아니고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유지된다면 저희 당으로서도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야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연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해서는 사실상 여러 사유(지역구 정수 축소 어려움·너무 적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들어 개헌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분리해서 선거제도 개혁부터 할 수도 있지만 같이 논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취지다.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 보다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복잡한 함수를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 보다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복잡한 함수를 갖고 있다. 지난 8월27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는 이 대표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손 대표는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을 어둡게 만드는 제왕적 대통령 그리고 승자독식 양당제라는 두 개의 괴물을 반드시 물리치겠다”며 두 가지 다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방법이라도 있는 걸까. 기자 세계에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식의 막연한 화법으로 유명한 손 대표는 기승전 분권형 주창이었고 당위만 강조할 뿐이었다. 

손 대표는 분명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고 오직 승자가 독식하는 선거제도가 문제다.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선 확정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손 대표는 “촛불혁명의 기조가 패권 정치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패권 정치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청와대 정부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만큼 대통령제를 계속하는 것은 촛불 정신에서 어긋난다. 개헌도 4년 중임이나 연임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며 이 대표의 전략적 입장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분권형 개헌을 동시에 이뤄낼 뾰족한 수가 없고 이 대표는 야당의 그 고리를 정조준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어떻게 민주당을 극복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손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장담했다.

이날 출범한 바른미래당의 신임 지도부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출범한 바른미래당의 신임 지도부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재차 관련 질문이 나왔고 손 대표는 “우리나라가 지금 (유럼처럼) 연립정부를 정치체제로 한다는 것(분권형 개헌 완수)은 너무 빨리 나가는 것이니 만큼 국회의원 선거제도부터 바꾸고 그 뒤에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대표는 둘을 연계해서 민주당의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하는데 손 대표는 둘을 분리해서 선거제도부터 이뤄내고 이후 분권형 개헌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안으로 내놓은 것을 기준으로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의원 정수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은 국회의원 총원 300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는 것인데 총원을 그대로 두고 비율을 조정하면(현행 300명 중 지역구 253명과 비례대표 47명→200명과 100명으로 조정)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행 253명 지역구 의원수의 50%인 127명으로 비례대표 수를 증원하기 위해 총원을 80명 더 늘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손 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금 300석으로는 충분히 확보를 못 하니까 60~70석 정도 늘려야 된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다 포함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양당의 극단적인 대결 체제로 가서는 미래가 없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의 다당제에서 지금과 같은 단순다수제 선거로는 정치가 안정되지 못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해서 국민의 대표성도 확보하고 지역적인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좋은 안이다. 그걸 통해서 독일과 같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서 정치적 안정을 이뤄낸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과 분권형 개헌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과 분권형 개헌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손 대표는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당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비례대표 4인방(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의 당적 정리 문제와 관련해서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 소위 출당을 한다든지 그런 건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며 기존 지도부의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평화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현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은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지기 전 국민의당으로 당선됐다. 국민의당은 다당제를 주요 가치로 내세웠고 지금 두 정당은 다당제를 위한 선거법 관철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다당제를 위해서는 합당이나 분당의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정당 선택권이 보장돼야 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학규 대표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 합당을 강행하면서도 비례대표를 정리해주지 않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관련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하고도 당적 정리를 거부한 유승민·박주선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다시 한 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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