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분권’ 철학 ·· 문희상 의장 ‘율곡 이이’로 응수
손학규의 ‘분권’ 철학 ·· 문희상 의장 ‘율곡 이이’로 응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9.0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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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주도는 촛불혁명에 안 맞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요구, 인수위 없이 시작한 첫 1년 은 불가피해 다시 국회의 제도화 역할 강조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74세와 72세. 대통령만 안 해봤지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두 원로 정치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이야기다. 

손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문 의장을 만났다. 덕담이 오고가는 가벼운 분위기 속 손 대표는 뼈있는 말을 건넸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주도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었다. 

손학규 대표와 문희상 의장이 만나서 덕담을 주고 받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 속에서 뼈있는 설담이 오고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학규 대표와 문희상 의장이 만나서 덕담을 주고 받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 속에서 뼈있는 대화가 오고갔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정권이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정권인데 촛불정신에 어긋나고 있다. 패권 정치를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촛불정신인데. 지금 청와대가 모든 걸 다 주도하고 내각이 없고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게 잘못됐다. 우리 문 의장은 취임해서 개헌의 방향에 대해 소중한 말씀을 해줬다. 단순히 대통령제의 연장 이런 게 아니고 촛불혁명 정신에 따라서 국민주권과 분권의 정신 그것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 이게 단순 논리가 아니라 삶과 정치의 경륜이 반영된 것이다. 개헌 이전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서 우리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청와대 주도는 곧 패권 정치이고 이는 촛불혁명의 정신에 이반하는 것이다. 그동안 손 대표가 밝힌 분권 철학의 로드맵은 이런 거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분권에 대한 소신을 설파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청와대는 포괄적 컨트롤타워일 뿐이고 내각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 돼야 하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한다. 이후 선거제도 개혁과 분권형 개헌을 통해 연립 정부까지 나아가는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손 대표의 촛불 정신 해석을 따라가 보면 과도하게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돼 있으니 최순실씨와 같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가능했고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쳐 분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1등 외에 나머지 표는 전부 죽은 표가 돼 버리는 현행 선거제도 역시 그러한 적대적 권력 집중 정치체제를 태동시켰기 때문에 개혁해야 한다. 

적어도 개헌과 선거제도의 완수 이전에라도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중심이 아닌 내각 중심으로 가야 하고 야당과 협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4년 중임 대통령제는 현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만 늘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야3당 개헌 공조(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총리추천제 또는 자유한국당의 이원집정부제 등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만 한다. 

손 대표는 문 의장이 기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말을 하면서 실제 바로 옆에서 타이핑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그걸 물어봤다. 무슨 이유로 문 의장이 좋은가에 대해 해당 기자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잘 해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는 문 의장이 기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말을 하면서 실제 바로 옆에서 타이핑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그걸 물어봤다. 무슨 이유로 문 의장이 좋은가에 대해 해당 기자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잘 해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그렇고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알려진 청와대의 의중도 그렇고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명분으로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오류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것이라 개혁해야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라 소극적이다. 분권형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둘 다 무척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손 대표의 분권 로드맵은 결코 순탄치 않다.

가만히 듣고 있던 문 의장은 율곡 이이의 가르침으로 응수했고 국회의 ‘대통령 탓’도 문제라며 되받아쳤다. 두 정치 원로의 경륜에서 나오는 고차원적인 주고받기였다.  

문 의장은 “율곡이 동서고금을 통해 담아낸 진리를 말한 게 있는데 나라가 처음 생기면 <창업기>가 있고 그 이후에는 <수성기>가 오고 그 다음에 매너리즘에 빠져 발전이 없을 때 <경장>이라는 그런 순서를 밟아서 세태가 바뀐다고 했다. 처음 창업기에는 적폐청산과 어떤 창업 공신들이 나서서 지금으로 말하면 코드인사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야 개혁과 혁신의 바탕이 마련되기 때문에. 그 다음 수성기에는 관료들이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나 기존의 명망가들 그런 양반들이 그걸 맡아주고. 그 다음에 그들이 이제 어느정도 쇠퇴기에 접어들면 경장이라고 해서 둘을 섞는 그런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풀어냈다.

율곡 이이를 인용해 국정운영의 단계를 설명하는 문 의장. (사진=박효영 기자)
율곡 이이를 인용해 국정운영의 단계를 설명하는 문 의장. (사진=박효영 기자)

문 의장에 따르면 손 대표의 청와대 주도 비판은 문재인 정부 창업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고 지금 수성기로 가는 길목에 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 촛불혁명을 바로 이어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출발했다. 그러니까 코드인사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고 적폐청산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 의장은 지금이 청와대에서 국회로 정국의 이니셔티브(주도권)가 옮겨오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국회가 대통령 탓만 할 게 아니라 협치의 제도화를 달성해야 하고 그 역할을 잘 못 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문 의장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청와대의 계절이 지나고 국회의 계절이 오면 그건 또 국회가 서로 협치로 의견을 일치시켜서 역할 분담을 해서 우리의 몫을 챙기면서 해야하는데 국회가 또 그걸 해야할 때 안 하면 그것도 큰 일(잘못)이다. 타이밍이 딱 맞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광석화처럼 쾌도난마하는 그런 시간이 1년 지났고 그걸 국민이 평가한 게 지지도로 나타났다. 근데 이게 조금씩 떨어지는 이유는 한계가 있어서 그렇다.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고 국민이 적폐청산하는 대목에 지루한 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니까 타이밍이 국회에서 그 제도화를 해줘야 하는데 첫째가 손 대표가 취임 일성에서 말해준 개헌 즉 촛불혁명을 제도화하는 첫 번째가 개헌이다. 그 다음에 개혁입법. 이것에 국회가 협조 안 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혁명의 시나리오(모든 정당이 공감하는 개혁 과제가 명시적으로 있다고 치면)는 잘 구성됐다손 치더라도 그게 실행이 안 되면 그냥 시나리오일 뿐이지 아무 의미가 없다. 그걸 국회가 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의장은 손 대표의 너털 유머와 정부 비판에 여유롭게 응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의장은 손 대표의 너털 유머와 정부 비판에 여유롭게 응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가 청와대 주도를 지적한 것과 맞대응해 문 의장은 “이제는 대통령 탓만 할 수도 없다. 대통령이 야당 탓만 하는 것도 안 되지만 거꾸로 국회가 대통령 탓 할 때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손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손 대표가 기자들에게 밝힌 것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제 당대표들이 다 바뀌었으니 한 번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16일 문 대통령은 5당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는데. 손 대표 취임 이후 5당 당대표 회동까지 이뤄지면 말 그대로 협치의 제도화 이전 수성기 차원의 협치가 좀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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