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적 핵 리스트 신고는 어려워, 종전 선언을 얻기 위한 북미 중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북 교류협력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어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일 평양에 갈 대북 특별사절단이 어떤 중재의 묘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특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와 미국의 메시지를 들고 공군 비행기를 탄다. 

그동안 미국은 ‘종전 선언’을 해주기 이전에 적어도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와 ‘핵 리스트’ 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종전 선언을 먼저 해주는 신뢰를 보여야 비핵화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특사단 파견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런 팽팽한 상태에서 특사단은 현재 북한의 단계적 핵 리스트 제출이라는 입장 선회를 확보하고 방북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선언을 해주기 전까지 핵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 노선에서 한 발짝 물러난 것이고 현실적으로 핵 리스트를 전부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지 않은 미국에게 비핵화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속내가 있다.

6월12일 북미가 합의한 1항을 보면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고 돼 있고 2항은 “양국이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지만 미국은 그저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만 촉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의 단계적 방법은 예를 들면 핵물질, 핵무기, 핵시설 3가지로 나눠 북미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부분적으로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밖에 보관된 지역별로 공개할 수도 있다. 

(사진=청와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중인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 특사단이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확보했고 이를 북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는 늘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이번 특사단의 방북 과정에서도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특사단 파견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 핵 리스트 제공과 관련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대타협을 이뤄 종전 선언에 합의해줄지 여기서 특사단의 중재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4일 오후 청와대에서 특사단 파견을 대비하기 위해 안보관계장관 회의가 열렸다. (사진=청와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특사단 파견을 대비하기 위해 외교안보장관 회의가 열렸다. (사진=청와대)

정 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그 초입 단계로 종전 선언은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에 따라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이 이뤄지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확실히 종전 선언이 가능하도록 중재 방향을 설정해놓고 양국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 내 회의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단계적 공개라고 할지라도 핵 리스트가 명확하고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리스트 제출을 포함 핵 시설 시찰 계획까지 담긴 대략적인 시간표도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사단은 단장을 맡은 정 실장을 비롯 서훈 국정원장·천해성 통일부 차관·김상균 국정원 2차장·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까지 5명으로 구성됐고 지난 3월 1차 특사단과 같다.

한편, 특사단은 아직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게 될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의제를 결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만약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어려운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