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맹비판,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반박, 각종 정책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투쟁 전문가, 한 놈만 팬다. 

역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모든 비유와 논리를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표적이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집중 포화의 대상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온 혼란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 처럼 한국 경제가 미끄러지듯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권 500일. 경제는 반토막이 났다. 고용 참사, 분배 참사, 성장률 참사가 동시 다발로 터져 나왔다. 나 김성태 경제 반토막에 성난 민심을 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맹공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원내대표의 표현을 보면.

“사람잡는 경제가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이념이고 성장론이 아니라 분배 담론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정권이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이미 실패가 입증됐다.” 

“나라 경제를 끝판으로 내모는 소득주도성장 굿판을 당장 멈춰라!”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며 “정책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잘못된 경제기조를 대전환해야 한다. 이는 경제 파탄에 신음하는 민심의 단호한 명령”이라며 거듭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의 논리는 이런 거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고 이것이 일자리 고갈을 불러 일으키고 세금중독 정책의 명분이 된다는 요지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여당 의원들이 야유하자 목소리를 격정적으로 키우는 김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 붙이려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야 한다. 일자리 불황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오버하고 나선다. 국민들의 지갑도 국가가 채워주겠다고 공언한다. 자연스럽게 세금몰빵 경제의 늪에 빠져든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세금 뺑소니 정권인가. 임기 중에 무차별 세금살포를 통해 정권의 인기를 관리하고 임기가 끝난 후 나 몰라라 줄행랑 치겠다는 심보 아닌가. 자녀 세대를 생각하면 지금 같이 묻지마 세금살포 범죄를 벌일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세금중독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가 세금중독의 망조 사례로 제시한 것은 △베네수엘라 △로마였다.

김 원내대표는 비박계로 2016년 말 국정농단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갔고 보수정권 9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역으로 “살아있는 적폐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세금중독 적폐를 그만하고 이제 경제 좀 살리랬더니 문재인 정권은 또 다시 적폐청산을 들고 나왔다. 도대체 정권은 할 줄 아는 것이 이것 밖에 없는 것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한 명씩 내려꽂는 낙하산 보은인사, 패륜과 불륜에 휩싸인 이재명·안희정,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의 도덕불감증이야 말로 진짜 적폐 아닌가”라고 되받아쳤다.

즉 “지나간 과거 정권 인사들만 때려잡지 말고 이 정권의 살아있는 적폐들도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 김 원내대표. 각 당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 김 원내대표. 각 당의 반응이 뜨거웠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했고 핵심은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20년간 매년 400만원씩 1억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요 비용은 매년 출산장려금 8조원·연간수당 1조6000억원씩 20년 후 32조원이 든다. 현재 아동수당 등 관련 가족정책과 연계하면 연 평균 18조원 20년 동안 총 356조원이 필요하다. 

김 원내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17만4000명을 증원하는데 들어갈 330조원을 저출산 극복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산주도성장 제안은 알려지자 마자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세금 퍼주기와 포퓰리즘을 운운하고 대안없는 비판만 하던 한국당이 한 술 더 떠 출산장려금을 2000만원씩 지급하자고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역시 세금 퍼주기 식의 단기적 처방이자 포퓰리즘을 포퓰리즘으로 맞대응하는 수준 낮은 대응책이다. 현 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을 비난하던 제1야당이 똑같은 포퓰리즘 정당이 되어간다. 그들이 그토록 비난하면서 욕하던 민주당을 닮아간다”고 꼬집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성찰없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할 여성의 출산을 국가 성장의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는 한국당의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임신과 출산·육아가 사회적 지지와 응원 속에 이뤄지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재보다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면 청춘들이 일가를 이뤄 자녀를 낳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한경쟁 시대에 몰려 나 자신의 삶을 살기도 힘든 청춘들이기에 자연스러워야할 결혼과 육아를 감당하지 못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저 돈 몇 푼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혼과 임신으로 직장에서 눈치밥을 먹고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조차 보장받지 못 하는 것은 물론 출산과 육아시기 경력 단절을 겪고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여성들의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한국당이 출산주도성장이라는 전근대적이고 해괴망측한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정의당 여성위원장은 “여성들에게 돈만 주면 출산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최저임금 인상 및 복지 확대와 증세를 거부하고 돈 줄테니 아이 낳으라고 독촉해봤자 여성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출산주도성장은 이미 이명박근혜 시절 실패한 정책으로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다. 일자리·보육·교육·주택 등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구절벽 시대는 결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허무맹랑한 물타기 대신 소득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즉각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일갈했다.

반면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동수당이 아니라 청년수당(출산을 전제하지 않고 청년의 어려운 삶 자체에 주목)으로 가면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다른 정당들이 돈 준다고 애를 낳느냐는 식으로 부정적으로만 보는데 그게 틀린 진단은 아니지만 기존의 아동수당이나 지원 정책(마찬가지로 돈을 지급하는 것인데)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방향으로 복지를 확대하자는 접근에 대해서 좋다고 인정해줄 수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재원을 마련할 증세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제안에 대해 3가지를 언급하고 싶다면서 △아동수당 보다는 청년수당으로 △이번 정기국회 때 복지 지출 확대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문재인 정부의 증세 조치에 대한 과도한 공격 지양 등을 설명했다.

특히 “(연설 초반에 세금중독이라고 공격하더니 갑자기 막대한 복지 재원이 필요한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그러니까 말장난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당이 군소정당이라면 임팩트있게 말만 던져놓을 수 있다고 치는데 9년 집권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의) 대부분을 지배해온 당에서 이런 식으로 말꼬리 잡듯이 하는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스크린에 문워크, 이재명 경기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을 띄우면서 연설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통계청이 발표한 악화된 7월 고용 지표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서 △빈시장 정서에 기댄 국가주의적 개입 △최저임금 인상 속도전 등 3가지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경질된 것을 두고도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통계청을 소득주도성장 치어리더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통계를 국민들께 고스란히 알리는 통계청장이 그리도 눈엣가시 였는가. 정권 입맛에 맞게 통계 수치에 인공 조미료 MSG를 듬뿍듬뿍 넣겠다는 불순한 의도 아닌가. 통계청에도 탁현민이 필요했는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드루킹 일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을 펼쳤다.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덮기 위한 통계조작 시도, 대선 공간에서의 댓글 여론조작 한 마디로 쌍끌이 대중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일방통행식 정책 폭주가 아주 심각하다”며 그 사례로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탈원전 정책 △국민연금 대책 △북한산 석탄 밀반입 등을 거론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당은) 북핵 폐기가 현실화하면 보다 통큰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로 나아가려고 하는지 아니면 전 세계를 향해 핵 사기극을 펼치는 것인지 여부는 지금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즉 비핵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한 김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한 김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와 과련 김 원내대표는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판문점 선언 비준 요청 및 개헌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언급한 것을 염두에 두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떻게 입법부 수장께서 블루하우스 스피커를 자처하는가. 어떻게 심판이 선수로 뛰려고 할 수가 있나. 한 나라의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도 상실하고 균형 감각도 상실한 대단히 부적절한 코드 개회사였다. 아무리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라고 하더라도 국회 본연의 책무인 행정부 감시는 소홀히 하고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국회의장의 책무를 잊지 말기 바란다”고 말하자 문 의장은 “내 정치 인생 통틀어 국회가 국회다워야 한다는 의회주의자다. 내 의장 임기 동안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휘둘리는 일은 정치 인생 몽땅 다 걸고 그런 일은 없다.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한국당의 지도부로서 밝히는 포부와 관련해서는 △경제적 실용주의 정당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선도적 사회개혁정당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정당을 목표로 삼아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할 것이고 “정책 실력으로 압도하는 대안정당임을 입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과 대기업 (노조의) 고용 세습 원천봉쇄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김 원내대표는 아래와 같은 굵직한 2가지 제안을 했다.

①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동시 추진
②각 정당 대표·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붉은 깃발 뽑기 비상경제협치회의’

민주당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론 분권형 개헌을 동시에 논의하자는 주장이 제시됨에 따라 향후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국회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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