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초대로 5당 대표 오찬, 정례화 합의, 개헌과 선거제도 분리에 초점, 판문점 선언 비준에 대한 정동영 대표의 전략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5당 대표들이 모두 모였다. 

5당 대표들은 5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모였고 매월 1회(첫 번째 월요일) 정례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다. 모임 이름은 ‘초월회’로 각 정당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5당 대표의 오찬이 국회 사랑재에서 열렸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많은 경험과 경륜과 지혜를 가진 당대표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국사(國事)를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대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논해야 할 국사는 산더미인데 무엇보다 선거제도에 대한 발언이 주목받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아무쪼록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이라든가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안들도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다뤘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문 의장의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하겠다는 말씀을 대단히 반갑게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이정미 대표는 “10월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돼야 하고 내년 4월까지 지역구 획정이 끝나야 한다. 매번 법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선거가 임박해서 선거제도 개혁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이번 국회만큼은 어떤 때보다 합심해서 풀어갈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무르익었다”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빨리 (정치개혁특위) 명단을 확정해서 국회 안에서 이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대표들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이 완료됐고 당시 공동 교섭단체(민주평화당과 정의당)를 구성하고 있었던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와 개헌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야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하루빨리 가동시키자는 입장인데 거대 양당(민주당·한국당)은 소극적이다. 

어쨌든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에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한국당은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부재로 교섭단체 지위가 박탈된 상황에서 정의당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이정미 대표가) 한국당에 좀 빨리 참여할 의원들을 결정해달라고 했는데 정개특위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도 교섭단체나 필요하면 교섭단체가 아니라도 각 정당에서 대표들이 참여하는 방법 여러 방법이 나왔다. 결론은 없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산을 넘어가면 개헌 문제는 그 신뢰 바탕 위에서 금방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동안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을 동시에 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유지했었고 이날 오전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을 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종식하고 국회의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입장을 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와 개헌을 연계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려는 민주당과 분권형 개헌을 원하는 한국당의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개헌 대타협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야3당은 기본적으로 개헌과 선거제도를 분리해서 추진하기를 원한다. 개헌 협상이 불발되면 선거제도 개혁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를 말과 마차에 비유하면 말이 먼저 가면 마차가 끌려가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말이고 개헌은 마차에 해당하는 것인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똑같이 가져다 놓는 것은 말과 마차를 나란히 세워 앞으로 갈 수 없는 것”이라고 비유해서 설명했다. 

향후 선거제도와 개헌이 분리돼서 논의되길 원하는 야3당과 달리 연동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대표는 개헌은 마차이고 선거제도는 말이기 때문에 말이 먼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는 개헌은 마차이고 선거제도는 말이기 때문에 말이 먼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마침 이날 대북 특사단이 방북했고 그런만큼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들에게 “판문점 선언 비준을 하지 말자는 (대표들의) 의견은 없었고 시간을 좀 갖고 하자는 대표들이 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대표는 과거 사례를 들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판문점 선언의 비준은 2005년 12월30일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남북관계발전법에 의거한 것인데 당시 한나라당과 절충 과정에서 남북관계기본법을 남북관계발전법으로 수정해서 통과시켰다. 오늘 특사도 남북관계발전법에 근거해서 파견됐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남북 간의 합의는 법률의 효력을 갖게 돼 있다. 따라서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이 가는 판문점 선언은 국회에서 비준 동의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병준 위원장은 한국당 내 여러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지만 아예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대표는 “김 위원장은 한국당 내에 의견이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이 7.4 공동성명(1972년), 남북 기본합의서(1991년) 그것은 박정희 정부와 노태우 정부 때 한 것이다. 그걸 포함해서 6.15 공동성명(2000년)과 10.4 선언(2007년)까지 역대 있었던 남북 간의 합의를 묶어서 비준하자. 판문점 선언을 지난 7.4 성명 때부터 모든 합의를 포괄하는 합의로 만들자”는 공식 제안을 했다.  

정 대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당의 비준 참여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가십거리가 오면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입장이었다. 안 된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도 시기적으로는 지금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비핵화가 초기 이행조치로 들어가면 한국당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는가. 내 생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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