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통해 살인미수 무죄, 특수상해만 인정, 정상참작 이뤄져 양형 가벼워, 상가법 등 임차인 보호 제도 미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궁중족발의 사태가 법적 심판을 받았다.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아 살인미수 혐의는 무죄가 됐다. 

이영훈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6일 오후 살인미수·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고 있는 궁중족발집 사장 김우식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결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고 쇠망치 몰수를 결정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1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촌의 '본가궁중족발' 앞에서 법원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1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촌의 '본가궁중족발' 앞에서 법원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거운 범죄 혐의들에 비해 양형은 가벼운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사회구조적 제도의 부재가 불러온 비극이 정상참작 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가 머리에 둔기를 휘둘렀기 때문에 충분히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는데 배심원들과 이 판사는 고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살인미수는 무죄로 결론내렸고 건물주와 지나간 행인을 다치게 한 특수상해는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6월7일 김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건물주에게 쇠망치를 휘둘렀다. 김씨는 20년이 넘도록 포장마차 장사를 하며 돈을 모았고 2009년 서울 종로구에 궁중족발을 개업했다. 조금씩 번창해가자 2013년에 리모델링도 했고 단골 손님도 많아졌다. 하지만 2016년 1월 새로 들어온 건물주가 갑자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0만원을 요구하면서 2년의 악몽같은 시간이 펼쳐졌다.

선고공판이 끝나고 김씨의 아내인 윤경자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며 “애초에 법 자체가 평등했으면 이런 일도 안 생겼을텐데 무능력한 정부와 무책임한 국회의원들 그분들도 이번 사건에 같은 공범”이라고 성토했다.

윤경자씨와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서초구 법원을 찾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임걱정본부)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배심원단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상가법 개정과 관련 제도의 개선에 즉각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궁중족발 사건은 단순한 폭행사건이 아니다.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건물주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10년의 노력을 통해 동네 상권을 일구어온 임차상인들을 아무런 보상 없이 내쫓고 합법이라는 이름의 폭력적 강제집행을 자행해온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 모든 책임을 임차상인들에게만 지우고자 한다면 생사의 낭떠러지 앞에 선 임차상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하는 것 뿐이다. 상가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건은 반복될 것이다. 이 판결은 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상가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 하고 있는 국회에 대한 유죄 선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상가법 개정안에 △계약갱신기간 △재건축시 퇴거보상비와 우선입주권 보장 △권리금 회수 기회 부여 등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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