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 일자리가 아닌 청년수당으로, 출산주도성장을 제시한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해, 우파들이 먼저 제안한 기본소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취업과 구직활동을 전제하고 청년에게 돈을 지원하는 정책적 관습이 있다. 취업을 하고 싶어도 못 하고 있는 청년에게 국가적 혜택은 돌아가지 않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주장한 출산주도성장 정책도 같은 맥락이 있다. 결혼은커녕 나 혼자 온전히 취업하고 의료비·주거비·식비·교통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팍팍함을 해결해주지 않고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정책의 얼개는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함께 20년간 매년 400만원씩 1억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한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돈을 줘서 애를 낳게 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너무 힘든데 자 돈줘서 애를 낳아라 할 게 아니라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헬조선이 아니라 희망이 있어야 자기들이 선택해서 애를 낳든 말든 할 것이다. 이것을 마치 당근쥐어주고 여물쥐어주듯이 1억원 줄테니 애를 낳아라 이렇게 어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주현 대변인은 청년수당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출산은 거의 모든 사회문제와 연관이 있다. 성평등의 문제, 가족구조의 변화, 가족에 대한 인식 문제, 주택문제, 고용시장의 문제 등등. 이런 이유로 우리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포괄적인 사회구조적 접근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의 저급하고 극히 미시적인 인식이 답답할 뿐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결코 돈만으로 해결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일찌감치 청년수당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4일 논평을 통해 “현재 정부는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연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월급을 적립하는 경우 일정액을 보태주는 채움공제사업을 시행한다. 두 사업에 청년 일자리예산의 대부분이 쓰인다. 하지만 정작 미취업 청년이나 비공식취업 청년, 월급적립이 어려운 청년의 경우 가장 정부지원이 필요함에도 정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청년의 경우에도 전남 해남군의 농민수당과 마찬가지로 본인이나 부모의 재산이 일정액 이상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청년에 대해서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양극화 해소나 청년문제 해결에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평화당은 우리당 소속의 해남군수가 최초로 시행하는 농민수당이 전국에 퍼져나가고 또한 청년수당으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정동영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박주현 대변인은 평화당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박주현 대변인은 평화당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중소기업이 연봉 2000만원의 일자리 하나를 만들 때 정부에서 임금의 상당수를 지원해주더라도 매출이 오르지 않으니 부담스럽고 따라서 채용에 나서기가 매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알바생들부터 꺼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변인은 일자리 지원금을 통한 임금 소득으로 유효수요를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고 그 대안으로 청년수당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봤을 때 한국당이 복지 재원을 과감하게 쓴다는 차원에서 박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제안에 부정적으로만 논평하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발견해서 거기서 좋은 해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아동수당이 아니라 청년수당(출산을 전제하지 않고 청년의 어려운 삶 자체에 주목)으로 가면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다른 정당들이 돈 준다고 애를 낳느냐는 식으로 부정적으로만 보는데 그게 틀린 진단은 아니지만 기존의 아동수당이나 지원 정책(마찬가지로 돈을 지급하는 것인데)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방향으로 복지를 확대하자는 접근에 대해서 좋다고 인정해줄 수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재원을 마련할 증세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제안과 관련 3가지를 언급하고 싶다면서 △아동수당 보다는 청년수당으로 △이번 정기국회 때 복지 지출 확대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문재인 정부의 증세 조치에 대한 과도한 공격 지양 등을 설명했다.

특히 “(연설 초반에 세금중독이라고 공격하더니 갑자기 막대한 복지 재원이 필요한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그러니까 말장난 한다고 (다른 정당들이) 보는 것이다. 한국당이 군소정당이라면 임팩트있게 말만 던져놓을 수 있다고 치는데 9년 집권이 아니라 (한국 정치사의) 대부분을 지배해온 당에서 이런 식으로 말꼬리 잡듯이 하는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출신이라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박 대변인. (사진=박효영 기자)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김 원내대표의 발상은 “청년들의 삶에 공감해서 그렇게 접근하기 보다는 너 애 낳으면 돈줄게 이런 접근이다. 그리고 (내가 볼 때) 결혼해서 애를 낳을 수 있는 청년들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괜찮은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비혼주의와 결혼 기피 현상이 만연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움) 청년들의 삶의 조건을 양극화 해소의 관점으로 풀어야 한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자마자) 바로 술술 논평을 써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의 청년수당 도입 주장은 그나마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직접적인 현금 지급에 대해 부정적이라 수용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평화당 내에 경제 철학과 관련 상대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고 있어 일치된 당론으로 추진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예컨대 규제완화 또는 시장의 역할에 대해 유성엽 최고위원과 장병완 원내대표는 방점을 찍고있지만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기업의 임금 지원 방식에 문제가 많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우리 당의 실용개혁론자인 장 원내대표와 (나는) 생각이 똑같다. 말하자면 기업의 임금 지원 방식보다는 취약한 청년들에게 현금으로 주는 것이 더 낫다라는 점에 대해서 정확히 말했고 장 원내대표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기본소득은 유럽에서 우파들이 맨 처음 얘기했다(사회주의 세력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우처(수혜자의 복지 소비에 대해 국가가 비용 지불 보증을 해주는 쿠폰) 방식으로 여러 가지 수단이나 서비스를 퉁쳐서 기본소득으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우파들의 결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재산·소득·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의 시민권만 갖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지급되는 현금이다. 핀란드의 실업 기본소득을 비롯 선진국에서는 꽤 자리잡은 제도다. 기본소득의 혜택을 받은 중하위 계층의 소비자들은 이 돈으로 바로 소비를 하기 때문에 경제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기본소득은 기업의 일자리를 통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 유효수요를 늘려주는 차원이기도 하고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인간다운 삶 즉 기본권 차원이기도 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청년배당 정책(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 25만원 매년 100만원 지역 상품권 형태로 지급)은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성남시 거주 청년이라면 구직활동 여부나 재산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취업을 전제로 유효수요가 창출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기업이 어려워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 그 돈이 실제로 돌지 않는다는 것이 박 대변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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