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LH 공공임대주택 현장 최고위, 서민 주거 위주의 주택 정책, 공공주택은 민간에 분양맡기면 안 돼, 분양원가 공개, 공급 확대로는 해결 안 되지만 하더라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위주로, 돈 때문에 민간 건설사에 분양 맡기면 안 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아파트의 꼭대기를 바라보던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이 “강남에서 이 시세로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완전 로또”라고 말했다.

김헌동 전 본부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은 “이런 걸 계속 많이 공급하면 로또가 안 되는데 1000세대에서 좀 공급하다가 끝나버렸다”고 호응했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 공공임대주택 아파트 현장을 찾은 정동영 대표와 평화당 인사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이 1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강남3단지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정동영 대표는 “이런 게 정상이다. 이 정도 시세(LH 보급 강남 아파트)는 사실 김대중 정부 때 은마아파트 3억원 가량과 비슷하다. 그런데 어제 보니까 17억7000만원이 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영구임대아파트는 본인이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인가. (50년간이다) 요즘 100세 시대에 맞네”라며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유용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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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전반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여러 설명을 하고 있는 정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회의에서 가장 먼저 발언한 정 대표는 “오늘 여기 찾아온 이유는 내일과 모레 사이 정부가 8번째 부동산 집값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발표하는 분들이 여기에 와서 직접 봐야 한다. 여기서 시사점과 어디에 해법이 있는지를 볼 수 있다”며 “아까 한 어르신께서 동대문으로 가라면 안 간다고 하더라. 이렇게 쾌적한 주거환경 속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힘이 없는 분들도 와서 좋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강남3단지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건물이며 일반 서민에게 평당 550만원에 분양됐고 한 채당 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토지임대부는 흔히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데 20대 국회 초반에 관련 법률이 폐기됐다.

정 대표는 “총 400세대의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 반값 아파트는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급됐다. 태어나자마자 죽인 것”이라며 “북유럽이나 싱가폴 등 이런 곳들은 70%가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이다. 물론 이런 아파트가 나오면 토건 세력이 손해를 본다”고 운을 뗀 뒤 “정부가 8번째 대책을 발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근본 대책은 부동산 거품을 빼는 것이다. 전부 거품이다. 거품이 없으면 이렇게 비쌀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부가 8차 대책 발표하기 전에 현장에 와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언했다. 

정광욱 과장(LH)의 설명을 듣고 있는 평화당 인사들. (사진=박효영 기자)

정 대표에 따르면 ‘한국형 부동산 광풍’의 뿌리는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부터다. 그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분양가 상한제를 풀었고 집값은 수직 상승했다. 2004년과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집값을 잡고 당시 노무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그 즈음 이명박 서울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포구·강서구·송파구의 특정 지역 재개발 사업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그렇게 서울 시내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꽤 공급됐다. 그 결과 집값은 잡혔다.

정 대표는 “앞으로 집값이 오르는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퍼져갈 때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장(2007년~2016년)과 함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고 결국 투기를 조장하는 형국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세곡동 아파트가 나왔을 때 16억에서 9억으로 떨어졌던 은마아파트가 다시 치솟아 지금까지 49개월째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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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원내대표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최소 2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병완 원내대표도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중에서 식과 의는 모두 해결됐고 주거 문제가 남았기에 향후 복지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주택 가격의 광풍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를 안정시켜야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같은 경우 최초 수용가 대비 현재 36배 올랐다. 결국 집값을 올리기 위해 토지 문제에서 불로이득을 차단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최소 20% 정도는 돼야 전체 집값에 대해 어느정도 정책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럽 선진국의 70%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적어도 20%는 돼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적 조치가 실효적일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장 원내대표는 “잠시 집값이 안정됐다고 해서 시행했던 (공공임대주택 등 강력한 부동산 정책) 것을 폐기하면 안 된다”며 “향후 국민연금의 기금은 돈을 놀릴 곳이 없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해 나가는 것이 전체적으로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안정시키는 길”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장 원내대표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우리 평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분양가 상한제·후분양제 등도 중단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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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LH 관계자와 함께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평화당. (사진=박효영 기자)

유성엽 최고위원은 “정부가 공급확대 정책(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을 통해서 최근의 부동산 폭등을 바로 잡겠다고 접근하는 것이 대단히 사태의 본질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수도권 부동산 폭등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유동성 자금이 갈 곳이 없다 보니 부동산 투기로 몰린 것이 현재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 배경으로는 “아주 장기간 동결된 저금리 정책이 유지되고 있고 재정확장 정책이 이뤄지다보니 시중의 유동성은 굉장히 늘어났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 하고 헤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7월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기회의를 열고 연 1.5%의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017년 11월 1.25%에서 0.25% 올린 뒤 10개월째 동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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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메모하고 있는 조배숙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조 의원은 “집값 폭등의 원인은 단순히 국토교통부 만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조세와도 관련돼 있다. 차후 기회를 만들어서 부동산과 관련된 조세 정책을 기획재정부와 같이 간담회를 가져야 한다. 지금 다주택 소유자(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 혜택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지 않으면 집값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미등록 임대사업자의 등록 유인을 위해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건물 전용면적의 40㎡~85㎡에 한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지방세(취득세·재산세)와 임대소득세를 30%~75% 감면해주는 것이다.

2017년 12월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의 내용. (자료=국토교통부)
2017년 12월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의 내용. (자료=국토교통부)

하지만 12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발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S아파트를 2018년 8억8000만원에 매수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A씨가 2026년 아파트를 23억8000만원에 매도하면 총 세금 감면액이 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현행 세법에 따라 부과해야 할 세금 6억9000만원의 74%가 면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공공 부지에서 건설하는 것을 절대 민간 건설사에게 분양하면 안 된다. 그 공공 부지를 조성한 곳에 LH가 집지을 때 처음에는 임대 주택으로 지어놓고 나중에 그냥 분양해버리는데 그렇게 하면 실컷 지어놓고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늘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LH가 공적 목적이 있는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은 기업이라 수익성이 낮은 공공 사업에 주력하다 보니 재정 건전성이 좋지 않을 수 있는데 박 대변인은 “만약 회계 기준이나 이런 것에 필요성이 있다면 저희 평화당이 적극 협력해서 도와드리겠다. 중장기적인 과제는 평화당과 긴밀하게 김현미 장관이 평화당과 가깝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현 대변인은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일했고 경실련을 비롯 경제 관련 시민사회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전반기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 연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대변인은 현장에 있는 LH 관계자에게 “(소수에게 일괄적으로 시세보다 싼 공공주택의 혜택을) 오랫동안 주는 것에서 30%, 50%, 80% 등 다양하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마련해서 운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돌아가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예전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짓던 공공임대주택을 당시와는 전혀 다른 설계(최하위층을 넘어 중하위 보통의 서민 계층을 포용하도록)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H 관계자는 “박 대변인이 말한 부분을 본사에 말할 것이다. 박상우 LH 사장도 그렇게 임대료 차등 체계로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재정 건정성 관련) 부채 70조원이 하루에 이자만 수 십억원이다. 즉 임대주택으로만 다 지었을 때 부채가 가속화되는 측면이 있다. 평화당에서 방안을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고 박 대변인은 “자산이나 투자로 전환하면 되고 방법을 같이 찾자”고 답했다.

물론 공공임대아파트에도 작은 불편함들이 있다. 

현장에 참석한 어르신 A씨는 “은행이나 재래시장이 너무 멀다”고 말했고 B씨는 “지하철이 생기면 좋겠다. 맨날 버스만 타니까 힘들다. 송파구에서 살다 왔는데. 교통비가 만만치 않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에게 건의했는데. 지하철이 수서에서 판교 쪽만 있고 아파트 근처는 없다. 수서에서 세곡동 사거리 쪽으로 세 정거장이나 가면 지하철을 타볼 수 있다”고 민원을 털어놨다. C씨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이 너무 좋아서 별 불만없이 잘 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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